[행정] "감사청구 각하됐어도 곧바로 주민소송 가능"
[행정] "감사청구 각하됐어도 곧바로 주민소송 가능"
  • 기사출고 2020.07.16 09: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왕산마리나 부당지원금 환수 요청' 주민소송 적법 판결

주무부장관이 주민 감사청구를 각하했더라도 이 각하결정에 항고소송을 내 다투지 않고 곧바로 해당 지자체장을 상대로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모씨 등 인천시민 396명은 2015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에 '인천광역시가 송영길 시장 재직 중에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준비하면서 왕산마리나 요트경기장 조성사업을 위하여 왕산레저개발에 167억원을 지원하였는데, 이는 국제대회지원법을 위반한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지원금의 반환을 요구하는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2016년 5월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감사청구심의회는 그러나 감사청구의 내용이 주민감사 대상사무에 해당하고 주소나 주민등록번호, 이름 등이 불일치하는 사람을 제외하더라도 청구인 수가 300명 이상에 해당하여 주민감사청구의 다른 적법요건은 갖추었다고 보면서도, 왕산레저개발에 대한 167억원의 지원행위가 국제대회지원법령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 감사청구를 각하하기로 심의 · 의결하였고, 그에 따라 문화체육부장관은 주민감사청구의 대표청구인에게 이와 같은 심의 · 의결 결과를 통보했다. 이에 이씨 등 5명이 인천시장을 상대로 이 지원행위 당시에 인천시장이었던 송영길과 지원행위의 상대방이었던 왕산레저개발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요구하는 주민소송을 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가 "감사기관이 주민감사청구를 수리하여 실제 감사가 진행된 경우에 한하여 지방자치법 17조 1항 각 호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고, 문화체육부장관의 각하결정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이 각하결정 자체를 별도의 항고소송으로 다투어야 하고 곧바로 주민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각하하자 원고들이 상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감사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감사청구에 대하여 각하결정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씨 등이 낸 주민소송이 지방자치법 17조 1항에서 정한 '주민감사청구 전치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지방자치법 16조 1항은 "지방자치단체의 19세 이상의 주민은 시 · 도는 500명,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는 300명, 그 밖의 시 · 군 및 자치구는 200명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정하는 19세 이상의 주민 수 이상의 연서(連署)로 시 · 도에서는 주무부장관에게, 시 · 군 및 자치구에서는 시 · 도지사에게 그 지방자치단체와 그 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의 처리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치는지에 관하여 감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17조 1항은 "16조 1항에 따라 공금의 지출에 관한 사항, 재산의 취득 · 관리 · 처분에 관한 사항,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매매 · 임차 · 도급 계약이나 그 밖의 계약의 체결 · 이행에 관한 사항 또는 지방세 · 사용료 · 수수료 · 과태료 등 공금의 부과 · 징수의 해태에 관한 사항을 감사청구한 주민은 주무부장관이나 시 · 도지사의 감사결과 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에 대한 조치요구에 불복하는 경우 그 감사청구한 사항과 관련 있는 위법한 행위나 업무를 게을리 한 사실에 대하여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해당 사항의 사무처리에 관한 권한을 소속 기관의 장에게 위임한 경우에는 그 소속 기관의 장을 말한다)을 상대방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6월 25일 "원고들은 문화체육부의 각하결정을 별도의 항고소송으로 다툴 필요 없이 곧바로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8두67251). 법무법인 위민이 원고들을, 인천시장은 법무법인 케이앤피가 대리했다. 피고보조참가한 왕산레저개발은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다.

대법원은 먼저 "지방자치법 제16조 제1항에서 규정한 '해당 사무의 처리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이란 감사기관이 감사를 실시한 결과 피감기관에 대하여 시정요구 등의 조치를 하기 위한 요건 및 주민소송에서 법원이 본안에서 청구를 인용하기 위한 요건일 뿐이고, 주민들이 주민감사를 청구하거나 주민소송을 제기하는 단계에서는 '해당 사무의 처리가 법령에 반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될 가능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족하며, '해당 사무의 처리가 법령에 반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될 것'이 주민감사청구 또는 주민소송의 적법요건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왜냐하면 '해당 사무의 처리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는지 여부'는 감사기관이나 주민소송의 법원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조사 · 심리해 보아야지 비로소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만약 이를 주민감사청구의 적법요건이라고 볼 경우 본안의 문제가 본안 전(前) 단계에서 먼저 다루어지게 되는 모순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주민감사를 청구하는 주민들로 하여금 주민감사청구의 적법요건으로서 '해당 사무의 처리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될 것'을 증명할 것까지 요구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야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어 "주민소송이 주민감사청구 전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하려면 주민감사청구가 지방자치법 제16조에서 정한 적법요건을 모두 갖추고, 나아가 지방자치법 제17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사유에도 해당하여야 한다"며 "지방자치법 제17조 제1항 제2호에 정한 '감사결과'에는 감사기관이 주민감사청구를 수리하여 일정한 조사를 거친 후 주민감사청구사항의 실체에 관하여 본안판단을 하는 내용의 결정을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감사기관이 주민감사청구가 부적법하다고 오인하여 위법한 각하결정을 하는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밝혔다. 주민감사청구가 지방자치법에서 정한 적법요건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감사기관이 해당 주민감사청구가 부적법하다고 오인하여 더 나아가 구체적인 조사 · 판단을 하지 않은 채 각하하는 결정을 한 경우에는, 감사청구한 주민은 위법한 각하결정 자체를 별도의 항고소송으로 다툴 필요 없이, 지방자치법이 규정한 다음 단계의 권리구제절차인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감사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지방자치법 제16조 제1항에서 규정한 '해당 사무의 처리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이 주민감사청구의 적법요건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지원행위가 국제대회지원법령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감사청구가 주민감사청구의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는 취지에서 각하결정을 하였으나, '해당 사무의 처리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는지 여부'는 감사기관이 본안 전 단계에서 검토 · 판단하여야 할 주민감사청구의 적법요건이 아니라 주민감사청구사항의 실체에 관하여 본안에서 판단하여야 할 사항이므로, 이 각하결정은 위법하다"고 지적하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감사청구가 부적법하다고 오인하여 더 나아가 구체적인 조사 · 판단을 하지 않은 채 각하결정을 하였더라도, 이 각하결정은 지방자치법 17조 1항 2호에서 정한 '감사결과'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감사청구가 주민감사청구의 다른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은 위법한 각하결정을 별도의 항고소송으로 다툴 필요 없이 곧바로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