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용 '잘못' 26억 포탈범 처벌 못해
법적용 '잘못' 26억 포탈범 처벌 못해
  • 기사출고 2007.03.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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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수십억원의 지방세 포탈범에 대한 검찰의 애매한 법적용으로 이들을 처벌하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 빚어졌다.

노점상이었던 김모씨와 한모씨 등은 2005년 6월 허위 서류를 꾸며 양산세관 관할 보세창고에 보관중인 담배 480만갑 중 270여만갑을 통관시켰다.

김씨 등이 이런 수법으로 포탈한 세금은 담배소비세 17억여원과 지방교육세 8억7천여만원 등 지방세 26억여원으로 이들은 곧 수사기관에 붙잡혔다.

검찰은 이들을 일정한 금액 이상의 조세를 포탈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 위반상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이경춘 부장판사)는 특가법(조세)위반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씨 등에게 특가법(조세)에 대한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검사는 지방세에 관한 범칙행위에 대해 조세범처벌법령을 준용(準用)토록 규정한 지방세법(제84조 제1항)을 근거로 피고인들에게 특가법(제8조)을 적용했으나 조세범처벌법에서 조세란 '국세(國稅)를' 의미하고 피고인들은 지방세를 포탈했으므로 조세범처벌법 위반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특가법 제8조 제1항은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한 자 등)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에 대해 연간 포탈세액 등에 따라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조세범처벌법 제2조는 '이 법에서 조세라 함은 국세를 말한다. 다만 관세를 제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어 죄형법정주의와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비춰 지방세에 관한 범칙행위를 조세범처벌법 위반죄에 적용할 수 없고 '조세범처벌법령'의 의미를 조세범처벌법 뿐만 아니라 조세범의 처벌에 관한 모든 법률이라고 보고 특가법 규정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이 연간 26억원 이상의 지방세를 포탈했다는 사실만으로 지방세법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으나 지방세 ㆍ 조세에 관한 범칙행위는 세무공무원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 고발이 있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에 위반되는 무효다"고 밝혔다.

세무공무원의 고발은 검찰이 기소하기 전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이미 1심 판결까지 난 상황에서 이들에게 다시 지방세법 위반죄를 적용할 수 없게 돼 항소심에서도 이 같은 판단이 유지될 경우 김씨 등은 수십억원을 포탈하고도 죗값을 치르지 않게 됐다.



김태종 기자[taejong75@yna.co.kr] 2007/03/14 05: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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