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스페셜리포트] K-중재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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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20.07.07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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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건 접수 사상 최대, 버추얼 히어링 인기'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에 마치 세상이 멈추어 버린 것 같지만, 국내외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 속에 꾸준한 발전을 이어가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기자는 얼마 전 "2019년 연간 보고서(Annual Report)"가 나온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 즉, KCAB INTERNATIONAL을 찾았다. 2018년 4월 크로스보더 분쟁에 대한 국제중재기관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KCAB의 독립 부문으로 출범한 KCAB INTERNATIONAL의 2019년 성적표는 한마디로 놀랄만한 결과였다고 요약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KCAB에 접수된 중재 케이스는 1966년 KACB가 문을 연 이후 사상 최대인 443건. 이중 70건이 최소한 한 당사자가 외국 당사자인 국제중재 케이스로, 2018년에 비해 국제중재사건 수가 12.9% 증가했다.

2019년 중재 케이스 443건 접수

지난해 KCAB에 접수된 400건이 넘는 중재 케이스는 아시아의 유명 중재기관인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다음으로 많은 사건 수로,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보다도 사건이 많다. KCAB INTERNATIONAL에 따르면, 올 들어서도 6월 현재 국제중재사건 접수가 전년 동기 대비 6% 가량 늘어나는 등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화상심리를 도입해 하이브리드 중재를 추구하고 있는 KCAB INTERNATIONAL이 2019년 사상 최대의 중재사건이 접수되는 등 아시아의 중재 허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사진은 KCAB INTERNATIONAL이 위치하고 있는 트레이드 타워의 야경.
◇지난해부터 화상심리를 도입해 하이브리드 중재를 추구하고 있는 KCAB INTERNATIONAL이 2019년 사상 최대의 중재사건이 접수되는 등 아시아의 중재 허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사진은 KCAB INTERNATIONAL이 위치하고 있는 트레이드 타워의 야경.

KCAB INTERNATIONAL의 발전은 분쟁규모에 있어서도 확인되고 있다. 얼마 전 판정이 난 위메이드와 중국 게임회사 지우링과의 라이선스 분쟁은 청구금액이 미화 13억 9,000만 달러, 우리돈 1조 6,000억원이 넘는 KCAB 사상 최대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KCAB는 2019년에 접수된 중재사건들의 청구금액, 즉 분쟁금액을 모두 합치면 미화 8억 7,500만달러, 우리돈 1조원이 넘는다며 1,000억원이 넘는 대형사건 수가 2018년에 비해 200%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KCAB의 연도별 중재사건 접수 동향(단위: 건)
◇KCAB의 연도별 중재사건 접수 동향(단위: 건)

동북아, 아시아의 중재 허브를 지향하는 K-중재가 뜨고 있다. 올 들어서도 지난해에 이어 KCAB INTERNATIONAL에서 국제적인 분쟁을 해결하려는 신건 접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한국의 앞선 IT 기술이 뒷받침된 화상중재(Virtual Hearing)가 인기를 끌며 공식 출범 3년째를 맞은 KCAB INTERNATIONAL이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발전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4월, 서울 삼성동의 트레이드 타워에 위치한 KCAB INTERNATIONAL에선 한국과 베트남 기업이 당사자인 국제중재사건의 화상회의가 열렸다. 한국기업이 베트남 기업을 상대로 식자재 관련 부당이득금 반환을 청구한 사건으로, 이미 반 년 전에 히어링 일정이 잡혀있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예정된 날짜에 대면심리를 개최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기일을 연기할 수는 없는 상황. 이 사건의 진행을 맡은 일본 국적의 단독중재인과 KCAB INTERNATIONAL 사무국은 긴 논의 끝에 화상심리로 진행하기로 결정을 내렸고, 피신청인인 베트남 당사자가 기술적인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지만, 중재인의 합리적인 설명 끝에 동의를 받아 화상으로 심리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이후의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한-일-베트남 연결해 심리 진행

일본 대형로펌 소속의 중재인은 일본 도쿄의 본인 사무실에서, 신청인인 한국기업의 대리인은 KCAB INTERNATIONAL의 심리시설인 삼성동 서울국제중재센터(SIDRC)에서, 베트남 기업의 대리인은 호치민의 사무실에서 한국 시간 기준 오전 10시에 줌(Zoom)을 통해 입장, 성공적으로 심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화상심리를 마친 신청인 측의 변호사는 "화면 끊김이나 음향 울림 등의 기술적인 문제를 우려했었는데 매우 순조롭게 절차가 진행되었다”며 “만일 화상심리가 불발되었다면 최종판정까지 절차가 무기한 연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KCAB INTERNATIONAL의 앞선 기술과 발 빠른 대처로 이러한 리스크를 말끔히 해소하게 되었다"고 매우 만족해했다.

이번엔 코로나 팬데믹이 맹렬한 위세를 떨치던 4월의 어느 날. 아시아의 A국에 위치한 다른 중재기관으로부터 KCAB INTERNATIONAL 사무국으로 급한 요청이 날아들었다. 이 중재기관에 계류된 한 사건에서 중요한 증인심문을 해야 하는데, 미국에 거주하는 증인이 해당 중재기관이 위치한 A국가를 방문할 경우, 미국으로의 귀환이 금지되어 한국의 KCAB INTERNATIONAL에서 증인심문을 진행하였으면 한다는 협조 요청이었다.

KCAB INTERNATIONAL은 요청을 받아들였다. 증인심문에 관련된 여러 협조를 지원하기로 결정, KCAB INTERNATIONAL 사무국에서 SIDRC 심리실에 증인심문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에 돌입했고, A국에서 날아온 중재기관 직원 등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화상을 통해 성공적으로 증인심문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아무런 부담 없이 증인심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게 된 증인은 "KCAB INTERNATIONAL의 기술력과 발 빠른 대응, 중재기관 간의 긴밀한 협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KCAB INTERNATIONAL이 2019년 사상 최대인 443건의 중재사건을 접수한 데 이어 한국의 발전된 IT 기술을 접목한 화상심리를 확대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은 외국의 국제중재기관에서도 증인심문을 요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KCAB INTERNATIONAL의 Virtual Hearing 모습.
◇KCAB INTERNATIONAL이 2019년 사상 최대인 443건의 중재사건을 접수한 데 이어 한국의 발전된 IT 기술을 접목한 화상심리를 확대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은 외국의 국제중재기관에서도 증인심문을 요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KCAB INTERNATIONAL의 Virtual Hearing 모습.

올 들어 화상심리 급증

KCAB INTERNATIONAL의 권희환 국제협력팀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부터 한국의 발달된 IT기술을 접목시켜 오프라인 히어링에 화상 히어링을 추가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hybrid) 중재를 추구해왔다"며 "앞으로 화상심리를 더욱 활성화시키려 한다"고 강조했다. KCAB INTERNATIONAL의 화상심리는 지난해 2건, 5일에서 올 들어 6월 현재 12건, 28일로 건수 기준 500% 증가했다.

KCAB INTERNATIONAL의 뛰어난 성과와 발전은 여러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보통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3심제로 진행되는 법원의 소송과 달리 단 한 번의 판정으로 관련 분쟁을 온전하게 마무리하는 소송 외 대체분쟁해결제도(ADR)의 대표적인 수단인 중재는 무엇보다도 신속한 진행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비공개성으로 당사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중재판정부 구성 후 6개월 이내에 판정하여야 하는 신속절차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KCAB INTERNATIONAL에 따르면, 지난해 한 중재사건을 해결하는 데 소요된 평균시간은 224일, 국제중재사건은 360일, 국내중재사건은 평균 198일이 소요되었다. KCAB INTERNATIONAL 관계자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사건마다 다르지만, KCAB INTERNATIONAL의 절차 진행은 빠른 쪽에 속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KCAB에 접수된 443건의 중재사건의 산업별 동향은 건설(Construction)이 25.5%로 단연 1위. 이어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16.9%, 무역(Trade) 12.8%, 일반 거래(General Transaction) 9.7%, 엔터테인먼트 9.3%의 순서이며, 해상(Maritime)과 IP 분쟁도 각각 4.7%, 3.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M&A와 합작투자(Joint Venture) 사건은 상대적으로 비중(1.8%)이 낮은 편이다.

엔터테인먼트 분야, 중재사건 증가

특히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최근 들어 중재사건이 늘어나는 주목할 분야 중 하나로, 연예인과 모델, 인플루언서(Influencer) 등의 중재 신청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KCAB INTERNATIONAL의 고무적인 모습은 KCAB INTERNATIONAL을 이용하는 당사자들의 고른 국적 분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KCAB INTERNATIONAL에 접수된 70건의 국제중재사건 당사자들을 국적별로 나눠 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물론 미국, 캐나다, 멕시코, 페루, 볼리비아 등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KCAB INTERNATIONAL에 분쟁해결을 맡기고 있다.

미국 당사자가 전체 사건의 15.1%인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데 이어 베트남(12.3%), 중국(9.6%), 일본과 인도네시아 각각 6.8%의 순서로 KCAB INTERNATIONAL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선 베트남 당사자들의 활발한 KCAB INTERNATIONAL 이용이 주목할 대목으로, 베트남 당사자 사건은 전년 대비 197% 증가했다. 권희환 팀장은 "2019년 한국이 베트남에 9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며 다시 직접투자(FDI) 1위국을 탈환하는 등 한국기업의 베트남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며 우리 기업과 베트남 기업 간의 국제중재가 급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노이 사무소 개설

KCAB INTERNATIONAL에서도 2019년 12월 하노이에 해외사무소를 여는 등 베트남 진출 기업 등에 대한 분쟁해결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노이 사무소는 LA, 상하이 사무소에 이은 KCAB INTERNATIONAL의 세 번째 해외사무소로, 해외사무소에선 현지 기업을 상대로 한 설명회와 분쟁해결 상담, 네트워크 구축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나아가 외국 당사자끼리의 분쟁을 해결하는 이른바 중재 서비스 수출 사례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KCAB INTERNATIONAL에서 한층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KCAB INTERNATIONAL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사건 중 9건이 신청인과 피신청인이 모두 제3국 당사자인 사건으로, 싱가포르 기업이 홍콩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금융계약 관련 중재사건은 청구금액이 69억원이 넘는다. 또 일본 기업이 터키 기업을 상대로 매매계약을 둘러싼 분쟁과 관련해 제기한 중재와 말레이시아 기업이 터키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32억원이 넘는 물품대금 청구사건도 있고, 최근 들어 베트남 기업이 베트남 기업을 상대로 분쟁해결을 위해 KCAB INTERNATIONAL의 문을 두드리는 사건이 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KCAB INTERNATIONAL의 전체 중재인(arbitrators) 489명은 아시아태평양 출신이 57.%로 가장 많으며, 이어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순서로 출신지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나라별로는 한국 국적이 31.9%로 가장 많은 가운데, 미국(14.7%), 영국(8.8%), 중국(7.4%), 독일(4.9%)의 순서.

이중 14.3%가 여성 중재인이며, 지난해 특정 국제중재사건의 중재인으로 선임된 52명의 중재인 중에선 8명(15.4%)가 여성이었다.

Enforcing Contracts 평가 세계 1위

크로스보더 분쟁을 해결하는 한국의 유일한 국제중재기관인 KCAB INTERNATIONA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GDP(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10위인 한국의 경제적인 위상과 세계은행(World Bank)의 '기업환경보고서(Doing Business Report)' 2018년 발표에서도 확인되는 '법적 분쟁해결(Enforcing Contracts)' 평가 세계 1위라는 중재 친화적인 환경에서 찾는 게 순리일 것이다.

◇KCAB INTERNATIONAL은 앞선 IT 기술을 토대로 전 세계의 중재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웨비나 개최로도 유명하다. 2020년 들어서만 6월 현재 6개의 웨비나가 진행되었다. 사진은 4월 9일 진행된 "Testing out virtual arbitration in real life" 주제의 웨비나.
◇KCAB INTERNATIONAL은 앞선 IT 기술을 토대로 전 세계의 중재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웨비나 개최로도 유명하다. 2020년 들어서만 6월 현재 6개의 웨비나가 진행되었다. 사진은 4월 9일 진행된 "Testing out virtual arbitration in real life" 주제의 웨비나.

여기에다 경제대국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메리트와 인천공항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편리한 교통과 주변환경 등 중재산업 발전을 위한 최적의 인프라를 갖췄다는 것이 KCAB INTERNATIONAL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대목. 이와 함께 2016년 12월에 제정되어 2017년 6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재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과 법원을 통한 임시적 처분의 집행, 중재판정 집행절차의 신속 · 간이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2016년의 중재법 개정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KCAB INTERNATIONAL의 발전을 담보하는 주요 배경 중 하나로 주목된다. 1966년 대한상공회의소 부설 국제상사중재위원회로 출범한 KCAB는 2016년 6월 주무관청이 기존의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법무부로 바뀌었다.

주무관청, 법무부로 변경

KCAB INTERNATIONAL의 임수현 사무총장은 "KCAB INTERNATIONAL이 지난해에 2018년의 393건보다 50건 늘어난 443건의 신건이 접수되는 기록적인 성과를 거둔 것은 그만큼 중재의 이용자들과 중재 커뮤니티에서 KCAB INTERNATIONAL에 보내는 높은 신뢰의 증거"라며 "2020년도 KCAB INTERNATIONAL이 서울에 위치한 유일하면서도 전 영역을 커버하는 국제중재센터로서 지속적인 발전을 더하는 또 하나의 해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