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기업과 법'] 순기능, 역기능 병존하는 공매도 제도(1)
[리걸타임즈 '기업과 법'] 순기능, 역기능 병존하는 공매도 제도(1)
  • 기사출고 2020.07.03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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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발견의 효율성 제고 vs 불공정거래행위 위험성

애덤 맥케이 감독의 영화 중에 "빅 쇼트"(원제는 "The Big Short")라는 영화가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직전에, 곧 미국 경제가 무너지고 주가 등이 폭락한다는 데 엄청나게 큰 금액을 베팅해서 떼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원제를 번역하자면, "큰 매도" 또는 "큰 매도 포지션"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에서는 주로 파생상품 등의 거래에서 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것으로 '숏'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증권업 등에 종사하시는 독자분들은 너무나도 자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들으시는 용어일 것이다.

◇최영익 변호사
◇최영익 변호사

그런데 이렇게 매도 포지션을 가리키는 숏이라는 용어가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되어 질 때가 있다. 바로 "공매도"를 일컬을 때다. 물론 공매도를 의미할 때는 숏보다는 숏 세일(Short Sale)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넷플릭스에서 시즌 5까지 상영되고 있는 미드 "빌리언스"(원제는 "Billions")는 월가의 억만장자 펀드 창립자와 그를 기소하려는 미국 연방검찰 뉴욕남부지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도 숏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여기서는 숏이 주로 공매도라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공매도(空賣渡)란 문자 그대로 "빈 매도", 즉 소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파는 것이다. 참으로 특이한 발상에서 나온 거래 방식이다. 좋게 바라보자면 인간 특유의 개념적 사고방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반면에 "소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판다"라는 본질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노정되기도 한다. 공매도 제도에 관해서 2회에 걸쳐서 개략적으로 살펴보겠다.

1. 최근의 공매도 전면 금지 정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기둔화가 우려스럽고 국내 주식시장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자, 금융위원회는 2020년 3월 13일 공매도 전면 금지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3월 16일부터 9월 15일까지 6개월 간 유가증권 · 코스닥 · 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금지되었다. 이번 조치 이후로 코스피지수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발생 이전의 고점을 거의 회복할 정도로 주식시장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공매도 금지로 인해 주가하락 의견이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여 과열된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마다 공매도 폐지론이 대두된다. 개인투자자들은 "사실상 기관, 외국인만 접근할 수 있는 공매도로 인해 개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공매도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의 상승뿐 아니라 하락을 예측하는 것은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시장에서 필연적인 현상이며, 대중적인 인식과 달리 공매도가 시장에 미치는 순기능도 있으므로 이 역시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2. 공매도의 개념

공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 것(空)을 판다(賣渡)는 의미이다.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하고, 추후 가격이 하락한 후에 그때 하락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하여 결제하는 투자기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후 주식을 사서 상환하는 방식인 차입공매도(Covered Short Sale)와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매도하는 무차입공매도(Naked Short Sale)로 나뉜다. 차입공매도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허용되고 있는 거래형태이지만, 무차입공매도는 우리나라에서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고 이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도 일부에 불과하다. 이하에서는 주로 차입공매도를 전제로 설명한다.

무차입공매도 금지

차입공매도는 먼저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나중에 동종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으로, 소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도하는 일반매도와 달리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얻는 구조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한 투자자가 A증권사로부터 B주식을 주당 가격 1만원에 100주를 수수료를 내고 빌려 매도한다고 가정하자. 투자자는 100만원의 매도대금을 얻는다.

그 후 B주식의 주가가 8,000원으로 하락했다. 상환일에 투자자는 B주식을 주당 가격 8,000원에 100주 매수하여 A증권사에 상환한다. 이때 투자자의 매수대금은 80만원으로, 이로써 투자자는 차입수수료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20만원의 차익을 얻게 된다.

3. 공매도 제도의 이용

우리나라에서 공매도는 크게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매도증권을 대여해주는 신용거래대주 방식, 중개기관(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이 참가자 간 대차거래를 중개하는 방식, 또는 흔하진 않지만 장외에서 지인 등 개인이나 법인으로부터 주식을 빌려와 증권사에 입고한 후 장내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개인투자자에 대한 낮은 접근성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거래의 주요 투자자는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기관투자자로 개인투자자의 참여는 매우 제한적인 수준이다. 투자자별로 공매도 거래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자금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기준 각각 0.5%, 1%에 불과(2019년 상반기 기준)할 정도로 우리나라 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비중은 낮다. 한국거래소에 의하면 올해 1분기 주식시장 공매도 거래대금은 25조 2,390억원이었는데, 이 중 개인투자자 거래는 3,327억원(1.3%)에 그쳤다고 한다.

이는 주요 중개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증권금융의 규정상 증권대차거래에는 기관투자자만이 참여할 수 있고 개인투자자는 대차거래 시장에 참가할 자격 자체가 배제되어, 개인투자자는 대차거래 참여자인 증권사 등으로부터 주식을 다시 차입하는 신용거래 대주방식으로밖에 공매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개인투자자는 증권사에 신용거래계좌를 개설한 후 대주(貸株) 주문을 통해 주식을 빌리게 되는데, 개인투자자에 대한 주식의 대여는 증권사가 자체 보유한 주식을 고객에게 대여해주거나, 한국증권금융이 주식담보대출 등 개인 융자에 대한 담보로 받은 주식 가운데 원소유주의 동의를 받고 차입하여 보유중인 주식 또는 기관투자자로부터 차입한 주식을 증권사를 통해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는 기관투자자에 비하여 신용도 및 상환능력이 낮기 때문에 빌릴 수 있는 종목에 제한이 많은 편이고, 대주기간도 90일 이하의 단기간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매도대금에 대한 담보설정 이외에도 보증금의 예치가 필수인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 공매도 거래가 불가능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2019년 4월 말 기준 개인투자자에 대한 대여가능 대주종목은 301개 종목, 대주잔액은 약 152억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작년 5월 한 증권사에서 개인투자자들 간 주식 대차를 통한 공매도가 가능하도록 하는 주식 대여 서비스를 시행하였는데, 활용 정도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제도를 이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공매도 제도는 기관이나 외국인 만을 위한 제도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일반 대중이 공매도 제도에 대해 갖는 인식은 매우 좋지 않은 편이다.

대차거래와 공매도

2019년 9월 말 기준 신용거래대주 잔고가 259억원에 불과한데 반해 대차거래 잔고는 65조 8,613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기관투자자의 공매도는 주로 대차거래를 통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대차거래가 공매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차거래를 통하여 차입한 주식은 공매도뿐 아니라 차입주식 결제, 차익 · 헷지거래 등 다양한 투자전략에 활용될 수 있다.

공매도의 절차 흐름은 대차거래에 따라 상환할 주식을 언제 매수하냐에 따라 흐름이 크게 세 가지 경우로 나누어질 수 있다. 차입공매도시 계좌내 주식과 현금의 유출입을 도식화하면 아래 표와 같다.

위 표 중에서 공매도 결제 이후에 대차거래에 따라 상환할 주식을 매수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 경우 절차의 흐름은, ①대여자(연기금, 보험회사, 은행 등)가 중개기관(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에 대여수수료를 목적으로 여유 주식을 대여하고, 차입자는 중개기관으로부터 주식을 차입한 후(t-a일), ②차입자는 증권시장에 매도 주문을 제출하여 공매도를 하고(t일), ③공매도 체결분에 대한 결제가 이루어지며(t+2일), ④주가 하락 후 차입자가 다시 주식에 대한 매수 주문을 제출하고(t+2+b일), ⑤매수 체결분에 대한 결제가 이루어지며(t+2+b+2일), ⑥이후 차입계약에 따른 상환일 도래 시 차입한 주식이 중개기관을 거쳐 대여자에게 상환됨(t+2+b+2+c일)으로써 완료된다.

자본시장법 등은 공매도한 주식의 상환기간에 대해 별도의 제한을 하고 있지 않는 바, 차입한 주식의 상환기간은 원칙적으로 차입계약에 따라서 정해진다. 통상 상환기간은 6개월에서 1년가량이나 만기 연장이 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은 듯하다.

4. 공매도 제도의 순기능과 역기능

일반적으로 공매도는 시장에 가격발견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순기능을 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증권시장의 가격은 매수(수요)와 매도(공급)의 균형을 통해 이루어진다.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의 의견은 주식 매수를 통하여 시장에 반영이 되지만, 공매도 제도가 없다면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혹은 주가가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의 의견은 시장에 반영되기 힘들다. 주식 매도가 가능한 사람은 주식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사람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실제 가치보다 과대평가되고 비이성적으로 과열되는 거품이 형성될 수 있는데, 공매도는 이러한 거품을 방지하고 주가가 실제 가치에 수렴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공매도는 선매도 후매수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매도 의견을 반영하기 쉬워 매수세가 우세한 시장에서도 거래 성사 가능성을 높인다. 거래량이 커지면 유동성이 증가하여 가격 정보가 신속하게 반영되는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공매도는 기업의 방향에 대해 반대의견을 낼 수 있게 되어 특정한 주식에 대하여 주가가 과대평가되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줄 수 있으며, 회사가 책임 있는 경영을 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공매도는 소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매도하고 결제를 위해 사후에 다시 증권을 매수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결제가 이루어지는 시점에 결제 불이행의 위험이 있고, 가격의 하락이 예상되는 시점에 이루어지는 공매도의 특성상 공매도자가 거짓 정보를 퍼트려 가격 하락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등의 불공정거래행위가 이루어질 위험성이 있다. 특히 공매도가 주가변동성의 폭을 지나치게 넓히고 시장교란의 전략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증시 불안 등의 시기에 더욱 높아지는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심이 공매도를 과도하게 부추겨 주식시장의 폭락을 일으키고 자본시장의 불안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있으면서 많은 국가들이 공매도에 대한 규제를 엄격하게 하는 제도의 변화가 있었다.

이처럼 공매도 제도는 그 자체의 순기능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으나 채무불이행의 위험, 불공정거래에의 악용 등의 위험도 무시할 수는 없는바 우리나라는 공매도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불공정거래 등에 적시에 대응하기 위해 공매도에 대한 제반 규제를 마련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미드 시리즈 "빌리언스"에서도 헷지펀드의 주요 투자수단으로 공매도가 등장하고 있는데, 공매도가 일어난 주식에 대해 방어 내지 대항하는 세력이 매수세를 끌어 올려 주가를 높임으로써 공매도를 한 측에 손해를 입히려는 장면이 나온다.

5. 우리나라의 공매도 규제

(1)공매도 규제 연혁

국내에 공매도 제도가 첫 도입된 것은 1969년 2월로 당시 주식 매수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신용융자제도와 함께 주식을 차입할 수 있는 신용대주제도가 도입되면서 주식에 대한 공매도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1996년 이전까지는 기관투자자들의 주식대차거래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매도 거래가 매우 드물었다. 1996년 9월 상장종목에 대한 유가증권 대차제도가 도입되면서 실질적으로 공매도 거래가 가능한 시장환경이 조성되었다. 1997년 11월에는 코스닥 종목에 대한 기관투자자 간 주식 대차거래가 허용되었고, 1998년 7월에는 외국인의 대차거래 참여가 허용되었다.

1998년 9월에는 채권 대차거래가 허용되어 대차거래의 범위가 주식 이외의 상품으로 확대되었다.

2000년 우풍상호신용금고가 대량으로 주식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뒤 결제를 불이행하는 사태가 발발하면서 무차입공매도가 금지되었다. 금융당국은 후술하는 업틱룰(up-tick-rule)과 공매도 여부 표시제도를 도입하여 규제를 강화하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일시적으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었다가 2009년 6월 다시 해제되었다. 다만,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조치는 2013년에 이르러서야 해제되었다.

2012년 8월에는 순보유잔고 보고제도, 2016년 7월에는 순보유잔고 공시제도, 2017년 3월에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가 도입되었으며, 2020년 3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공매도가 현재 일시적으로 전면 금지된 상태이다.(다음 호에서 계속됨)

최영익 변호사(법무법인 넥서스, yichoi@nexuslaw.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