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중국의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내 주요 거점에 위치한 고급호텔 15개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을 때 매매대금 7조원의 이 딜은 국내 금융기관의 사상 최대 해외대체투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딜을 직접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딜은 올 4월로 예정되었던 거래종결에 이르지 못하고 사실상 소송금액 7조원의 메가소송으로 비화되었다.
양측의 입장은 서로 상대방이 '도박'을 했다고 주장할 정도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매도인은 매수인이 자금조달을 연기하기 위하여 '도박'을 했으며, 코로나 사태의 강타로 자금조달이 어렵게 되자 내기에서 '졌기' 때문에 거래종결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매수인은 "자금조달이 되지 않은 것은 90개가 넘는 소유권 소송이 제기되는 등 매매목적물의 소유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매도인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며 "도박을 한 것은 매수인이 아니라 매도인"이라고 맞서고 있다. 미래에셋은 매도인이 델라웨어 법원 등에 제기된 소유권 관련 소송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도박을 했으며, 이들 소송이 밝혀지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 호텔 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드러나기 전에 거래종결을 빠르게 강행하고자 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가 매도인의 신청을 받아들여 지난 5월 8일 신속절차로 재판을 진행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매도인은 매우 중요한 절차 문제에서 인용을 받았다며 실체 판단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미래에셋에선 "그만큼 빨리 결론을 낼 수 있다는 것으로, 매수인 측에 유리한 결정"이라고 각자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8월 24일로 첫 변론기일이 정해진 가운데 활발하게 디스커버리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사안의 정확한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증인신문 등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1심 판결도 이르면 8월 말 또는 9월 초 나올 전망. 그러나 승패를 떠나 초미의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이 사건은 한국기업의 해외투자와 관련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미래에셋은 7조원이 동원되는 빅딜을 수행하면서도 대주단의 법률회사가 발견하기까지 매매대상 부동산에 소유권 등과 관련해 여러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상대는 전 회장이 중국 당국에 의해 구속 기소되고, 중국 정부가 고급호텔 등의 해외투자 부동산을 처분하라고 요구한 중국 보험회사다. 보다 정밀한 실사와 함께 그 이상의 면밀한 검토와 주의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