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코로나19 이후의 경쟁정책 및 집행 방향
[리걸타임즈 칼럼] 코로나19 이후의 경쟁정책 및 집행 방향
  • 기사출고 2020.07.07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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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쟁적 담합은 위기상황에서도 용납되지 않을 것"

최근 코로나19가 전 세계 경제 · 사회 구조를 재편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 · 중국 갈등이 재점화되는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기업과 정부는 한배를 탄 심정으로 함께 으쌰으쌰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경제위기 상황에서 공정거래법 집행이 약화될 것인가?

담합 등에 대해선 엄격한 법집행

역사에서 그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다. 경쟁법의 시초인 미국에서 대공황 시절 국가부흥법 시행으로 반독점법의 적용을 중단한 결과, 시장에서 경쟁이 부진해지고 산업집중 및 독점 경향이 촉진되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에 2009년 금융위기 당시 미 법무부(DOJ) 반독점국장은 대공황 시절의 반독점법 적용 중단으로 인한 폐해를 지적하면서, 금융위기시에도 강력한 반독점법의 집행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인성(좌) · 전기홍 변호사
◇윤인성(좌) · 전기홍 변호사

한국에서도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기업결합을 통한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나, 이후 경기침체,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담합이나 부당지원 이슈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집행이 이루어졌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는 경제위기뿐 아니라, 경제 · 사회 구조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경쟁법 집행 방향에 중요 변수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 지난호에서 다루어진 부당지원을 제외한 기업결합, 카르텔, 단독행위 등 세부 유형별로 정책 및 집행 방향을 전망해보기로 한다.

첫째,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에서 구조조정 성격의 기업결합 심사 · 처리는 완화될 수 있다.

회생불가회사 항변 인정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승인한 사례다. 제주항공은 2020년 3월 2일 이스타항공의 주식 51.17%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2020년 3월 13일 해당 기업결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이스타항공이 관련 법령에서 정한 회생이 불가한 회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기업결합 제한 규정의 적용 예외를 인정했다. 회생불가회사 항변의 인정은 기업결합이 금지되어 회생이 불가한 회사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 보다는 기업결합을 승인하여 당해 회사의 자산이 시장에서 계속 활용되는 것이 경쟁촉진 관점에서 더 낫다는 점을 고려한 제도이다. 통상적으로 경쟁당국은 회생불가회사 항변 인정에 소극적이었으나, 코로나19 상황에서는 회생불가회사 항변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만하다.

더구나 공정위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업계의 상황을 고려하여 최대한 신속히 심사를 진행하여 통상 3-4개월 이상 걸릴 수 있는 심사를 6주만에 끝냈다. 다만, 현재 미국, 유럽 등에서는 재택근무 및 봉쇄조치로 기업결합 심사에 추가적인 시일이 소요되고 있다. 따라서 해외 경쟁당국에 신고가 필요한 기업결합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심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일정에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조인트벤처나 사업자 간의 협력 약정에 대해서는 경쟁법 적용을 완화하자는 논의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위기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반경쟁적인 담합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집행이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3월에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DOJ · FTC 공동성명서에서, 사업자들이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경쟁 촉진적인 공동행위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제시하면서, 통상 수개월이 걸리던 유권해석 절차도 자료 확보 후 1주일 내에 처리해 주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을 악용하여 가격을 인상하거나, 생산량 등을 제한하려는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엄중히 경고하였다.

경쟁당국의 정확한 입장 예의주시해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도 소상공인 단체가 가맹본부 · 공급업자와 거래조건에 대해 합의하면 담합 규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러한 완화 논의는 주로 심사지침이나 공표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한시적인 성격이거나 예외가 있을 수 있고 기존 법리와의 정합성을 고려해야 하므로 정확한 경쟁당국의 입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입찰담합, 가격담합, 시장분할 등 반경쟁적인 담합은 위기 상황 하에서 이루어지더라도 용납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경쟁적인 담합에 대해서는 형사집행도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이다. 특히 이러한 행위가 코로나19 사태로 영향을 받는 소비자들을 해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검찰에서 시범 시행중인 담합을 자수하면 강제수사를 최소화하고 형벌을 감면해 주는 형사 리니언시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가 포함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담합에 대한 형사집행에 미칠 영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대면산업 규제 강화 예상

셋째, 코로나19 사태로 부각되고 있는 비대면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포털, 검색엔진, SNS 등의 온라인서비스뿐 아니라, 온라인쇼핑, OTT, 배달앱 등 비대면산업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미 글로벌 경쟁당국은 수년 전부터 소위 빅테크기업의 경쟁방해, 소비자피해, 정보독점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미 작년 말부터 ICT 전담팀을 구성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산업에서 공정한 시장경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발굴하거나 집행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플랫폼 심사지침 제정 계획도 밝혔는데, 심사지침의 제정은 실태조사, 직권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관련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편 비대면산업은 시장 상황이나 경쟁 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분야다. 비대면산업은 신속한 경쟁질서의 회복을 위해 동의의결 등 연성 집행의 장점이 극대화되는 분야인 것이다. 연성 집행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의 때에는 생존하는 것도 경쟁력이라고 한다. 코로나19에 대응하여 생존하는 것도 중요하나, 그 과정에서 경쟁정책의 방향을 전망하고 긴밀히 대응하는 자세가 함께 필요한 상황이다.

윤인성 · 전기홍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insung.yoon@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