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공정위 조사, 무엇이 달라지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리걸타임즈 칼럼] 공정위 조사, 무엇이 달라지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 기사출고 2020.07.02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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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공무원이 영치한 자료 사본 확보는 정당한 권리행사"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사건처리 절차에서 적법절차를 강화하고 피조사자의 방어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어 2021년 5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공정위 조사 절차에 대해 알아보고, 특히 현장조사 과정에서 기업은 어떻게 대응하여야 하고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공정위 조사는 임의조사가 원칙
 
검찰과 경찰이 진행하는 수사절차의 경우,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으면 수사 상대방이 수사에 협조하는 것을 거부하더라도 물리적인 강제력을 행사하여 수사할 수 있다. 이를 강제수사라고 한다. 물론 검찰과 경찰은 강제수사 외에도, 상대방의 동의나 협조를 얻어 수사를 할 수도 있다(임의수사). 이에 반해, 공정위 조사절차는 조사 상대방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리적인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고, 조사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하다. 즉, 임의조사만 할 수 있다.
◇성승현 변호사
◇성승현 변호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사 상대방이 무조건 조사를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상황(고의적인 현장 진입 지연, 자료 접근 거부 등)에 따라서는 조사방해를 이유로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또는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을 수 있으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나중에 법 위반행위가 인정되어 제재를 받을 때 과징금이 늘어나거나 형사고발을 당할 수도 있으므로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는 것이 원칙이다.

개정법률에선 조사 절차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이 반영되었다.

첫째, 현장조사를 진행할 때 권한을 표시하는 증표 제시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는 조항을 개정하여 조사의 목적 · 기간 · 방법 등이 기재된 조사 공문도 제공하도록 의무화하였다(개정법률 제50조 제4항).

둘째, 정규 근무시간 내 조사를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되, 증거인멸 우려 등으로 조사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면 피조사업체와 협의하여 근무시간 이후까지 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개정법률 제50조의5). 또 현장조사의 경우 조사공문에 기재된 기간에 조사를 종료하고, 필요시 연장 가능하나 예측 가능성 확보를 위해 연장기간이 명시된 공문을 다시 교부할 것을 의무화하였다.

셋째, 일시 보관(영치) 권한만을 규정한 현행 조항을 개정하여 조사공무원의 보관조서 작성 · 교부 의무를 규정하였다. 보관물은 조사와 관련이 없거나 조사목적 달성으로 보관할 필요가 없을 경우 즉시 반환하도록 하였다(개정법률 제50조 제3항).

조사단계 의견 제출 · 진술권 명시

넷째, 현행법은 심사보고서 상정 이후 심의단계에서 당사자 · 이해관계인의 의견 진술권만을 규정하고 있으나, 사건 처리 모든 단계에서 방어권을 강화하기 위하여 조사 단계에서도 의견 제출 · 진술권을 명시하였다(개정법률 제52조 제3항).

다섯째, 개정법률은 영업비밀 자료, 자진신고 자료, 기타 법률에 따른 비공개 자료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자료 열람 · 복사를 허용하도록 해 사건 당사자의 방어권을 강화하였다(개정법률 제52조의2).

현장조사는 공정위가 사업장으로 진입한 후에 자료를 수집하거나 진술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단계별 대응방안 등은 아래와 같다.

첫째,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위해 진입을 요청하면, 조사받는 기업의 담당자는 일단 조사공무원의 신분증 · 명함, 조사공문을 확인하여야 한다. 이후 조사공무원에게 회사 내부의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서 진입을 허용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임원이나 책임자에게 조사공문 내용을 보고하는 등 내부절차를 거쳐서 조사공무원이 사무실에 들어올 수 있도록 허용하여야 한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지나치게 시간이 걸릴 경우 고의적으로 현장진입을 지연한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으므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나치게 긴 시간을 소비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공정위는 현장조사시 조사공문을 제시하고 출입을 요청하였으나 피조사업체가 자신의 내부규정상 사전약속을 하지 않은 경우 회사 책임자가 나와야만 출입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출입을 거부한 행위에 대해 조사방해로 제재한 사례가 있다.

다른 목적 위해 조사권 남용해선 안 돼

둘째, 공정위가 사업장에 진입하여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선까지 응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 자료 접근을 거부할 수 있는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조사공무원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하고, 다른 목적을 위해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안된다고 규정(공정거래법 제50조의2)하고 있으므로 조사공문에 기재된 범위를 벗어나는 조사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조사범위를 벗어나는 조사임을 설명하고 조사를 거부할 수 있다.

또 조사공문에 기재된 범위 내의 조사라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자료수집을 하려고 한다면 이에 대해서도 회사 영업비밀이나 개인정보 보호 등 합리적 사유를 들어 거부하거나 자료조사 범위를 조정해주도록 요청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장조사 과정에서 조사공무원이 회사 내부전산망 전체에 대해서 열람을 요구하였으나 영업비밀, 개인정보 노출을 이유로 거절한 행위에 대해 법원은 필요 최소한 범위 내 조사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조사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4. 10. 30.자 2010마1362 결정).

◇공정거래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의 재발의가 추진되는 등 공정거래 관련 규제 환경과 법 집행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법무법인 화우가 6월 11일
◇공정거래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의 재발의가 추진되는 등 공정거래 관련 규제 환경과 법 집행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법무법인 화우가 6월 11일 "공정거래위원회 사건절차에서 기업의 권리와 실무상 유의사항"이라는 주제로 웨비나를 개최했다. 175개 기업에서 260여명이 참가를 신청하는 등 높은 주목을 받았다.

셋째, 현장조사 과정에서 담당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진술조사를 할 수 있는데, 이때 진술조사를 받는 임직원은 본인이 알고 있는 사실을 정확하게 진술하여야 하며, 추측성 진술이나 근거가 없는 진술은 하지 않아야 한다. 모르는 일은 모른다고, 기억나지 않는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해야 하며, 이런 진술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술조사에 변호인 참여 가능

한편 진술조사 과정에서 변호인 참여가 가능하므로, 적극적으로 변호인의 참여를 요청해야 한다. 해당 과정에는 외부변호사뿐 아니라 사내변호사도 참여할 수 있다. 진술조서 또는 확인서에 서명하기 전에는 내용을 꼼꼼히 검토하여 본인의 진술과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하고,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변호사의 검토를 받는 것이 좋겠다.

참고로 일단 서명한 후에는 나중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발견하더라도 정정하거나 번복하기가 어렵다. 이런 진술은 본인과 회사에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끝으로, 현장조사가 종료된 이후에는 조사공무원이 영치한 모든 자료(문서, 전산자료)의 사본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후 조사 과정에서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조사공무원에게 사본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이다. 조사과정에서 부당한 점이 있었다면 해당 내용을 기재하여 공정위 감사담당관에게 신고하는 것도 가능하다.

개정법률에 따라 피조사업체의 절차적 권리가 종전에 비하여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법 개정에서 나아가, 공정위는 2020년 6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는데, 해당 개정안에서는 변호인 조력권을 명문화하는 등 절차적 권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성승현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shsung@hwaw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