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대작화가에 그리게 한 후 덧칠해 판 조영남씨 무죄 확정
[형사] 대작화가에 그리게 한 후 덧칠해 판 조영남씨 무죄 확정
  • 기사출고 2020.06.2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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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보조자 이용 사실 고지의무 없어"

조수가 그린 그림에 덧칠 작업만 한 뒤 자신의 작품으로 팔았다가 사기 혐의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씨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조씨는 2011년 9월부터 2016년 4월까지 화가 송 모씨와 오 모씨에게 '화투 그림' 26점을 그리게 한 후 가벼운 덧칠만 해 자신의 작품으로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조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조씨가 작품을 직접 그렸다는 친작(親作) 여부가 구매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구매자들이 송씨가 제작에 관여하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해당 가격에 미술작품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명백하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조씨가 미술작품을 구매한 피해자들에게 보조자를 이용한 사실을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6월 25일 "고지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수긍할 수 있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18도13696).

대법원은 먼저 미술작품의 저작권은 대작화가인 송씨 등에게 귀속되고 피고인 조영남은 저작자로 볼 수 없다는 검사의 상고이유와 관련, "검사는 이 사건을 사기죄로 기소하였을 뿐 저작권법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미술작품의 저작자가 누구인지가 정면으로 문제된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검사가 원심에 저작물 ⋅ 저작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심판의 대상에 관한 불고불리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어 "미술작품의 거래에서 기망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미술작품에 위작 여부나 저작권에 관한 다툼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 등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전제하고, "미술작품의 거래에서 그 작품이 친작인지 혹은 보조자를 사용하여 제작되었는지 여부가 작품 구매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들은 이 사건 미술작품이 '조영남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유통되는 상황에서 이를 구입한 것이었고, 피고인 조영남이 다른 사람의 작품에 자신의 성명을 표시하여 판매하였다는 등 이 사건 미술작품이 위작 시비 또는 저작권 시비에 휘말린 것이 아니었다"며 "따라서 피해자들이 미술작품을 피고인 조영남의 친작으로 착오한 상태에서 구매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은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