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19시간 지연' 제주항공, 승객 1인당 70만원 배상하라
[손배] '19시간 지연' 제주항공, 승객 1인당 70만원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0.06.24 07: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지법] 일실수입 손해는 불인정

필리핀 클락국제공항을 19시간 넘게 지연 출발해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친 제주항공이 성인 승객에게는 1인당 70만원, 미성년 승객에게는 1인당 40만원의 위자료를 물어주게 되었다.

김 모씨 등 77명은 2019년 1월 21일 오전 3시 5분 제주항공 소속 항공기를 이용하여 필리핀 클락국제공항을 출발하여 같은 날 오전 8시 5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항공기 이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1번 엔진에 연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륙하지 못했다. 제주항공은 곧바로 항공기에 대한 정비를 실시하였으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승객들은 예정보다 19시간 25분 가량 늦은 같은 날 오후 11시쯤 제주항공이 제공한 대체 항공기를 이용하여 클락국제공항을 출발하여 다음날인 1월 22일 오전 3시 30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에 김씨 등이 위자료 180만원과 하루치 일실수입 등을 합한 1인당 192만여원∼447만여원을 배상하라며 제주항공을 상대로 소송(2019가단5063405)을 냈다. 제주항공은 이 사고 후 항공기 엔진의 연료조절장치와 연료펌프를 교체했다.

서울중앙지법 임정윤 판사는 6월 17일 "피고는 성인에게는 1인당 70만원, 미성년자에게는 1인당 4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금성이 원고들을, 제주항공은 법무법인 주원이 대리했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들이 피고와 체결한 국제항공운송계약의 출발지인 필리핀과 도착지인 한국이 모두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몬트리올 협약)의 당사국이므로, 몬트리올 협약이 민법이나 상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된다"고 몬트리올 협약을 준거법으로 제시했다. 몬트리올 협약은 우리나라도 가입하여 2007년 12월 29일 발효되었다.

이어 "이 사건 사고로 원고들은 항공편의 예정된 출발 시각보다 약 19시간 이상 지연된 후 출발하여 인천국제공한에 도착하였으므로, 이로 인해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몬트리올 협약 19조에 따라 원고들에게 그 지연으로 인하여 발생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몬트리올 협약 19조는 "운송인은 승객 · 수하물 또는 화물의 항공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송인은 본인 · 그의 고용인 또는 대리인이 손해를 피하기 위하여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하였거나 또는 그러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연으로 인한 손해 방지를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하였거나 그러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으므로 몬트리올 협약 19조 후문에 따라 면책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사고 당시 엔진에 연료가 공급되지 않은 원인이 기록상 밝혀지지 않고 있는 점, 사고 후 부품의 교체 경과 등을 고려하면, 사고가 피고에게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정비의무를 다하여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하루치 일실수입 등 정신적 손해 이외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선, "이 사건 사고로 예정 도착시간보다 늦게 귀국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2019. 1. 21. 얻을 수 있었으리라고 예측되는 소득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기각했다. 또 인천에 늦게 도착함으로써 최종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차량운행비 50만원, 대리운전 기사 차량운행비 40만원을 추가지불했다는 일부 승객의 특별손해 청구에 대해서도, "피고가 위와 같은 특별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