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의료생협 명의 빌려 요양병원 개설한 비의료인에 요양급여 16억 환수 적법"
[의료] "의료생협 명의 빌려 요양병원 개설한 비의료인에 요양급여 16억 환수 적법"
  • 기사출고 2020.06.21 18: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전액 환수, 재량권 일탈 · 남용 아니야"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명의를 빌려 요양병원을 개설한 비의료인이 형사처벌에 이어 병원이 지급받은 16억원이 넘는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돌려주게 되었다.

의료인이 아닌, A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이사장인 서 모씨는 2014년 3월 A생협의 명의를 빌려 부산 북구에 요양병원을 개설하여 운영했다. 그러나 2015년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 병원이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한 의료법 33조 2항을 위반하여 개설 및 운영되어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서씨와 A생협에 병원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1,657,436,430원 전액을 환수하는 처분을 내리자 서씨와 A생협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환수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가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에 재량을 일탈 ·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자 서씨가 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도 6월 11일 "원심의 조치에 비례의 원칙, 재량권 일탈 · 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서씨의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2018두37250). 법무법인 동인이 항소심부터 서씨를 대리했다.

대법원은 먼저 "의료법 33조 2항을 위반하여 적법하게 개설되지 아니한 의료기관에서 요양급여가 행하여졌다면 해당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위 요양급여비용은 국민건강보험법에 정한 요양급여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고 전제하고,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있는 자의 명의를 차용하여 개설한 요양기관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은 부당이득징수처분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종전 국민건강보험법은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만 부당이득을 징수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2013. 5. 22. 신설된 국민건강보험법 57조 2항은 '공단은 1항에 따라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을 개설한 자에게 그 요양기관과 연대하여 같은 항에 따른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그 1호에서 '의료법 33조 2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의료인의 면허나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대여받아 개설 ·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규정하여 비의료인 개설자에 대한 부당이득징수의 근거를 마련하였고, 이 사건에서 피고는 위 신설된 국민건강보험법 57조 2항에 의거하여 비의료인 개설자인 원고에게 소외 생협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처분을 하였다"고 지적하고, "실질적 개설자인 원고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외 생협 명의로 병원을 개설하였고(의료법 위반), 소외 생협의 실질이 결여된 채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는 원고의 계산으로 이 사건 병원을 개설 · 운영하는 사실을 숨기고 피고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사기)는 범죄사실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그 형이 확정되는 등 불법성이 큰 점, 원고가 의료인 등 자격이 있는 사람만이 요양기관을 개설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이 사건 병원을 개설한 점, 원고가 얻은 이익이 큰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원고들에게 한 1,657,436,430원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이 재량권 일탈 ·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 57조 2항이 정한 부당이득징수 역시 재량행위라 할 것인데, 의료법 33조 2항이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 · 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따라서 실질적 개설자인 비의료인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것이 재량권의 범위 내에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특히 이와 같이 의료기관 개설 · 운영 과정에서 비의료인 개설자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점 및 그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의 운영에 따른 이익과 손실이 비의료인 개설자에게 귀속된다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