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신한은행, 횡령행위에 가담해 지출된 손해배상금 207억원 손금 산입 불가"
[조세] "신한은행, 횡령행위에 가담해 지출된 손해배상금 207억원 손금 산입 불가"
  • 기사출고 2020.06.1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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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경영권 분쟁 기업 주식 취득해 한쪽 편에 가담…은행법 위반"

신한은행이 명의수탁자의 횡령행위에 가담하여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수하고 경영권 분쟁에 개입했다가 손해배상소송을 당하여 지연손해금을 포함해 207억원이 넘는 돈을 지급했다. 법원은 이렇게 지출된 손해배상금은 법인세법상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2005년 엄 모씨는 이 모씨의 명의를 빌려 A제지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했으나, 이후 이씨는 엄씨가 명의신탁한 주식을 신한은행에 매각했고, 신한은행의 의결권 행사로 적대적 M&A가 이루어져 엄씨는 또 다른 제지회사 B제지에 경영권을 뺏기고 말았다. 이씨는 횡령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3년이 확정되었다. 엄씨는 신한은행과 이씨의 공동불법행위로 경영권을 잃었다며 신한은행과 이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고, 2016년 11월 대법원에서 "신한은행은 엄씨에게 150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되었다. 1심에선 "신한은행과 이씨가 각자 엄씨에게 245억 3,440만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 선고되었으나, 엄씨와 신한은행이 항소해 배상액이 줄고 그대로 확정된 것이다.

신한은행은 이에 따라 엄씨에게 손해배상금 및 지연손해금으로 207억여원을 지급하고 이 판결이 확정된 2016 사업연도 법인세 신고 시 이를 손금산입했으나, 남대문세무서가 서울지방국세청의 신한은행에 대한 법인제세 통합조사 결과에 따라 신한금융지주에게 이 손해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손금불산입해 법인세를 경정 · 고지하자, 신한금융지주가 "손금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며 2016 사업연도 귀속 법인세 6,177,503,687원(가산세 포함) 중 378,417,520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하라고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소송(2019구합88569)을 낸 것이다. 남대문세무서가 경정 · 고지한 2016 사업연도 법인세 6,177,503,687원 중 엄씨에 대한 손해배상금 등 지급과 관련된 세액은 5,799,086,167원이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박양준 부장판사)는 그러나 6월 4일 "이 손해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은 사회질서를 위반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이행으로 지출하게 된 것으로 법인세법 19조 2항이 규정한 손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상,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신한금융지주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율촌이 신한금융지주를, 남대문세무서는 법무법인 위가 대리했다.

재판부는 "이 손해배상금 등 지급의무는 신한은행이 이씨의 횡령행위에 가담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고, 이 사건에서 관련 민사사건 항소심법원의 판단과 다르게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신한은행의 일련의 행위는 그 동기와 경위, 행위의 내용 및 피해의 결과 등에 비추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한 위법한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위와 같은 불법행위를 이유로 지출하게 된 이 손해배상금 등 손금에 산입될 수 없다"고 밝혔다. 관련 민사사건 즉, 엄씨가 신한은행과 이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법원은 신한은행의 주식 매입과 경영권 분쟁 관여 등 일련의 행위가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신한은행은 A제지의 주채권은행으로서 엄씨 등 경영진에 불만이 있는 경우 약정 위반을 이유로 대출금 조기 회수 등의 제재 수단을 동원하여 경영진을 압박하거나 엄씨를 A제지의 경영으로부터 배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단을 강구하지 아니한 채 이례적으로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의 주주가 되어 직접 경영권 분쟁에 참여하여 일방에게 유리하게 의결권을 행사하였고, 더욱이 이씨 명의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이 상당히 위험성이 큰 투자임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무자본 기업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B제지로부터 극히 형식적인 담보권만 취득한 채 그 주식매수를 감행하였다"며 "신한은행이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하여 한쪽 편에 가담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은행법 27조 2항, 27조의2, 28조, 은행법 시행령 18조, 18조의2의 각 규정에 따라 금융기관인 신한은행이 적법하게 수행할 수 있는 고유업무, 부수업무, 겸영업무의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고, 이를 사업과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것이거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위와 같은 비정상적인 주식매수 및 의결권 행사 등으로 인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이행으로 지출하게 된 이 사건 손해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은 법인세법 19조 2항에서 말하는 손금 인정 요건으로서의 사업관련성, 통상성 및 수익관련성이 인정되는 비용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