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와 기획회의 했으면 '땡큐 레터' 남겨라"
"제작자와 기획회의 했으면 '땡큐 레터' 남겨라"
  • 기사출고 2020.06.14 09: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승기 교수, 단행본 "방송작가의 권리" 펴내

방송국이 작가들의 대본을 채택하지 않아 편성 불발된 경우 집필료 등 작가의 권리가 보호될 수 있을까. 제작사는 "방송국이 작가들의 대본을 채택하지 않았으므로 선급 받은 집필료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집필료 반환청구를 하였고, 3명의 작가는 집필의무를 다하였고, 편성의 확보는 제작사의 의무일진데 제작사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기지급받은 집필료를 반환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하였다.

사건에선 "갑이 채택하지 않은 극본의 특별원고료는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집필계약서 6조 2항의 해석이 특히 쟁점이 되었다. 제작사는 '갑'이라고 기재는 되어 있으나 실제로 '갑'이란 방송사를 의미하고 방송사가 채택을 하지 않았으니, 즉 방송사가 편성을 하지 않았으니 특별원고료를 반환하라고 주장했다. 작가들은, "각 계약서는 제작사를 '갑'으로, 작가를 '을'로 하여 체결된 것이다. 6조 2항에 명확하게 '갑'이라고 기재하고도 그 '갑'을 집필계약의 제3자인 '방송사'로 해석할 수는 없다"며 "제작사가 지속적으로 기획회의를 함께 하며 대본의 집필 및 수정 등 추가 작업을 요청하여 집필을 계속하였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법원은 "비록 작가들이 집필한 시놉시스나 대본이 방송국에 채택되지 아니하였더라도 작가들은 집필계약에 상응하는 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다만 제작사가 드라마 제작을 스스로 중단함으로써 더 이상의 드라마 제작을 위한 기획 및 집필 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일 뿐이므로, 작가들이 부당하게 이득을 얻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제작사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제작사가 항소했으나 서울고법은 제작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방송작가의 권리
◇방송작가의 권리

인하대 로스쿨 원장인 홍승기 교수는 "작가가 집필의무, 제작사가 편성의무를 분담한다는 일반론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결론은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작가가 실제로 편성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약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한 경우에는 계약상 의무로서 편성 불발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터"라고 말했다.

한국변호사 겸 미 뉴욕주 변호사인 홍 교수가 최근 470쪽이 넘는 분량의 단행본 《방송작가의 권리》를 펴냈다. 방송작가들이 겪어온 저작권 분쟁과 저작권 찾기 사례, 집필계약 등 방송작가의 권리보호에 관한 알파와 오메가에 해당하는 책이다.

어떻게 계약을 해야 잘하는 계약일까.

홍 교수는 "가급적 주절주절 하고 싶은 말을 다 적어 넣으라"고 조언하고, "자신이 없다면 법률용어의 사용을 자제하라"고 말했다. 또 "제작자와 기획회의를 하였다면 그 회의 내용을 메일에 반영하여 제작자에게 보내 놓으라"며 '오늘 이러이런 주제로 회의를 하였다. 이러이러한 점에 관심을 가져 주어서 고맙다'고 땡큐 레터(Thank you Letter)를 남기라고 덧붙였다. 상대방이 답을 하면 더욱 좋고 답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일단 언제 어떠한 내용의 기획회의를 하였다는 사실이 추정이 될 만하고, 상대방이 그 기획을 무단 이용하는 경우 가능한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