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보습학원 여강사 '제자 성폭행' 무죄 확정
[형사] 보습학원 여강사 '제자 성폭행' 무죄 확정
  • 기사출고 2020.06.15 07: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피해자들 진술 신빙성 인정 어려워"

13세 미만인 미성년 제자들을 추행 ·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보습학원 여자 강사가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양주시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A(여)씨는 2016~2017년 이 학원에 다니던 B(당시 11세, 초등학교 5학년)군과 C(13세)군을 수차례 추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학원 차량 안에서 B군의 입술에 입을 맞추는 등 4차례 강제추행하고, 학원에서 B군과 두 차례 성관계를 하여 강간 혐의를 받았다. 또 학원 차량 안에서 C군에게 입을 맞추고 C군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대는 등 4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두 학생은 사건이 발생한 뒤 2년이 지난 2018년 5월 중학교 상담교사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징역 10년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80시간, 아동 · 청소년 관련기관 등 취업제한 1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공소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객관적 증거들을 종합해 볼 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B군이 A씨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한 날, B군이 밝힌 학교 결석의 이유와 실제 결석 이유가 다른 점에 주목했다.

B군은 해바라기센터(성폭력피해자통합지원센터)에서 "그냥 학교를 가기 싫어서 학교를 안 갔다"고 진술했으나 당시 실제 B군의 결석 사유는 '다리 골절'이었다. B군의 어머니도 B군이 그날 다리를 다쳐 병원에 간 사실을 인정했다. B군은 또 첫 번째 성관계를 할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자신이 다리를 다친 상태였다는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B군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서는 변호인과 재판부의 질문에 대하여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하였고, 이와 같이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어긋나는 자신의 해바라기센터 진술에 관하여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B가)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거의 모든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대답으로 일관하였다는 점은 시간의 경과에 따른 자연스러운 기억의 소실에 의한 것이라고 간단히 치부하기는 어렵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해자 B가 과연 진실하게 신고한 것이 맞는지에 관하여 의심을 품게 만드는 사정이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C군의 진술의 신빙성 또한 부정했다. 재판부는 C군이 A씨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A씨를 따랐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다수 발견되고 그 중 일부는 C군이 A씨로부터 지속적으로 강제추행을 당하였다는 시기에 있었던 일로 보이는 점, C군에 대한 각 공소사실에는 C군의 적극적인 행위가 관여되어 있는 점, A씨의 남편이 두려워서 곧바로 신고를 못하였다는 C군의 진술은 그대로 신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점, C군은 평소 학원을 마친 후 A씨가 운행하는 학원 차량을 타고 귀가하였기 때문에, 성폭행의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사실들을 기초로 구체적이고 풍부한 상황 묘사를 하는 것이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 C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통상적인 경우라면 실제 피해자가 아니면 포착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세부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 기대어 피해자 C의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스스로도 (법원에 두 차례 제출한 반성문에서) '아이들과 선을 지키지 못한 저의 잘못이 시초가 되었다. 이 정도 장난쯤은 괜찮겠지라며 살았다. 격 없던 저의 장난이 선을 넘으면 누군가에겐 장난이 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경우가 지나쳐 혐오스럽게 느껴지고 상처로도 남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히고 있는 점에 비추어,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포함한 보습학원 학생들을 상대로 스킨십을 빈번히 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도 하나, 피고인이 피해자 C를 상대로 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스킨십은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성기를 만진다거나 키스를 하는 정도는 아니었을 것으로 판단되고, 그마저도 피고인이 강제로 또는 위력을 행사하여 행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도 6월 11일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0도232).

대법원은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로 인정하려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따라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무죄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성민, 육근형 변호사가 항소심부터 A씨를 변호했다. 대법원에선 송현준 변호사까지 변호인이 3명으로 늘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