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100억원대 투자 손실' 대진의료재단, 유안타증권 상대 손배訴 패소
[증권] '100억원대 투자 손실' 대진의료재단, 유안타증권 상대 손배訴 패소
  • 기사출고 2020.06.1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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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과당매매 아니야"

재단 자금을 관리하던 직원의 주식투자 실패로 100억원대의 투자 손실을 입은 대진의료재단이 유안타증권 직원의 과당매매로 손해가 발생했다며 유안타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대진의료재단 소속 분당제생병원의 경리팀장으로서 대진의료재단의 수익금 관리 등 자금 집행 업무에 종사하던 박 모씨는 2018년 5월 대진의료재단 명의로 유안타증권 지점에 위탁매매계좌를 개설하고, 2009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대진의료재단 명의 계좌에서 이 위탁매매계좌로 20,446,781,166원을 입급했다. 이 계좌 개설 무렵부터 이 계좌를 관리한 유안타증권의 직원 A씨는 이 계좌를 통하여 한국항공우주, 만도, 한화케미칼 등 2,116 종류의 주식을 거래하였으나, 10,768,583,000원의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 이 중 주식거래로 인한 손실은 2,622,377,000원, 거래수수료는 6,214,442,000원, 증권거래세 및 농특세 1,931,764,000원이었다. 이후 박씨는 재단의 자금을 개인용도로 임의로 사용하고(업무상 횡령), 재단의 자금운용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 수익금 등 재산을 원본 손실 없이 관리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유안타증권 지점에 위탁매매계좌를 개설하고 주식투자를 하여 유안타증권을 비롯한 증권회사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재단에 손해를 가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로 기소되어 2018년 7월 징역 5년이 확정되었다.

대진의료재단은 과당매매를 하여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며 유안타증권 직원 A씨도 검찰에 고소했으나, 검찰은 2018년 11월 혐의없음(증거불충분) 불기소처분했다. 대진의료재단은 그러나 "A씨의 주식매매행위는 불법행위인 과당매매에 해당한다"며 A씨의 사용자인 유안타증권을 상대로 105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2019가합512725)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재판장 김동국 부장판사)는 5월 28일 "피고가 원고의 주문대리인 박씨와 포괄적 일임매매 약정을 하였다거나, 포괄적 일임매매 약정을 기화로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고객의 이익을 등한시하고 무리하게 빈번한 회전매매를 함으로써 원고에게 손해를 가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하고, 대진의료재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과당매매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에이프로가 대진의료재단을, 유안타증권은 법무법인 지평이 대리했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의 주문대리인 박씨는 수차례에 걸쳐 피고와 전화통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하여 주식거래와 관련한 상담을 하여 왔는데, 그 내용을 보면 투자 중이거나 투자 예상 종목의 매매 시기 및 방법, 금액 등에 관한 사항, 개별적인 매도 · 매수 주문에 대한 사항 등 거래 전반에 관한 대화를 하였고, 피고도 박씨의 의견을 반영하거나 그 지시에 따라 매매 종목, 거래 여부, 단가, 매도, 매수시기를 결정하였다"며 "피고가 유안타증권 지점에 개설한 위탁매매계좌(이 사건 계좌)에 대하여 원고와 사이에 포괄적 일임매매약정을 체결하였음을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추천 또는 권유에 의한 주식거래에 있어서도 A씨가 박씨에게 투자종목 등을 설명한 것으로 보이는 등 원고가 오로지 피고의 투자 판단에 따라 이 사건 계좌에서의 주식거래를 하도록 일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박씨는 계좌 개설 이후 수시로 A씨와 전화통화 또는 문자메시지로 주식거래에 관한 상담을 하였고, HTS 등을 통하여 계좌의 현황을 수시로 파악하였으며, 거래기간 동안 ACS서비스를 통해 피고로부터 거래 종목과 수량, 거래대금 등 거래내역을 통보받아 왔음에도, 매매내용에 관하여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박씨는 원고 재산으로 투자한 펀드에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계좌를 개설한 후 주식 매매를 시작하였기 때문에 당초부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거래보다는 단기적으로 적극적인 거래를 통한 수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지적하고, "박씨가 A씨에게 수익을 빨리 낼 수 있는 종목 위주로 거래를 하고 5% 정도 수익이 발생하면 바로 수익을 실현시키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하였고, 특히 어느 정도 시점 이후에는 원고의 병원 운영 자금까지 이 사건 계좌에 투자하여 운용하였기 때문에 운영비용을 지출하여야 하는 월말에는 주가가 하락한 상태이더라도 손실을 감수하고 매도하였다고도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좌의 거래형태를 살펴보면 주식을 분할하여 매입한 후 분할 매도하는 방식의 거래 패턴을 보이고 있고, 주식을 전량 매도한 뒤 같은 주식을 한 달 이내에 매입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같은 주식을 매입하더라도 시간적 간격을 두고 매입하였다고 보인다"며 "계좌의 거래내역을 볼 때, 수수료를 제외하면 수익성이 없은 거래행위도 확인되나, 같은 종목의 전체 거래내역을 종합하여 보면 수익이 발생한 종목도 있는 것으로 보여, 단순히 수수료를 발생시키기 위한 목적으로만 동일 주식의 매입 · 매도를 반복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례(2006다53344 등)에 따르면, 증권회사와 고객 사이에 포괄적 일임매매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 그 직원이 결과적으로 수익성 없는 주식 거래를 반복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배하였다고 할 수는 없으나, 증권회사가 고객과 포괄적 일임매매 약정을 하였음을 기화로 그 직원이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고객의 이익을 무시하고 회사의 영업실적만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무리하게 빈번한 회전매매를 함으로써 고객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과당매매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된다. 판례(대법 판결 2005다63634 등)는 또 "이 경우 과당매매행위 해당 여부는 고객 계좌에 대한 증권회사의 지배 여부, 주식매매의 동기 및 경위, 거래기간과 매매횟수 및 양자의 비율, 매입주식의 평균적 보유기간, 매매주식 중 단기매매가 차지하는 비율, 동일 주식의 매입 · 매도를 반복한 것인지의 여부, 수수료 등 비용을 공제한 후의 이익 여부, 운용액 및 운용기간에 비추어 본 수수료액의 과다 여부, 손해액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 단기매매가 많이 이루어져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의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주식매매의 반복이 전문가로서의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