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모친 서류 부족해도 미혼부가 자녀 출생신고 가능"
[가사] "모친 서류 부족해도 미혼부가 자녀 출생신고 가능"
  • 기사출고 2020.06.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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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가족관계등록법 57조 2항 적용범위 넓게 해석

사실혼 관계에 있는 외국인 어머니가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한국 국적의 아버지가 대신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이른바 미혼부가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한 의미 있는 결정이다.

2013년 6월 귀화허가를 받아 한국 국적을 취득한 박 모씨는 2013년 8월경부터 중국 국적의 여성 A씨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가 2018년 9월 청주시에 있는 한 병원에서 딸을 낳았다. 박씨와 A씨는 곧바로 딸의 출생증명서를 첨부하여 관할 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하였으나 반려되었다. 박씨의 딸은 혼인 외 출생자이므로 어머니가 출생신고를 하여야 하고, 어머니가 외국인인 경우에는 그 국적국 재외공관에 출생신고를 하거나,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하려면 어머니의 혼인관계증명서, 자녀의 출생 당시 유부녀가 아니었음을 공증하는 서면, 2명 이상의 인우보증서 중 하나를 첨부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서류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관할 주민센터에 의하면, A씨는 2009년경 중국 당국으로부터 여권갱신이 불허되었고, 그 후 일본 정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중국 여권이 아닌 일본 정부가 발행한 여행증명서를 이용하여 한국에 출입하였기 때문에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 등을 발급받을 수 없었다.

이에 박씨는 2015년 5월 18일 신설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 57조 2항(이른바 '사랑이 법')에 의하여 관할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하려고 법원에 그 확인을 신청했다. 가족관계등록법 57조 1항은 "부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하여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한 때에는 그 신고는 인지의 효력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2항은 "모의 성명 ⋅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1항에 따른 신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심에 이어 항고심을 맡은 청주지법 재판부도 "사건본인의 모가 외국인이지만 출생증명서에 모의 성명, 출생연월일, 국적이 기재되어 있고 그 내용이 출생증명서의 '출생아의 모'란의 기재내용과 일치하기 때문에 가족관계등록법 57조 2항에 규정된 '모의 성명 ⋅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박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6월 8일 "한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지고, 이러한 권리는 '법 앞에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므로 법률로써도 이를 제한하거나 침해할 수 없다"고 판시, 원심결정을 깨고, 박씨의 신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0스575).

대법원은 "가족관계등록법 57조 2항(이 사건 조항)의 취지는 한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규정하여 아동 인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출생신고가 객관적 진실에 부합되도록 함으로써 가족관계등록사무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조항에 규정된 '모의 성명 ⋅ 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라 함은 ①문언 그대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모의 인적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를 알 수 없는 경우뿐만 아니라, ②모의 소재불명, 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제출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③이 사건과 같이 모가 외국인으로서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등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하급심에서는 가족관계등록법 57조 2항의 적용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본건 대법원 결정에 의하여 미혼부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보다 간소하게 혼인 외 자녀에 대하여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