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한국인이 베트남서 '무면허 의료행위'…무죄"
[의료] "한국인이 베트남서 '무면허 의료행위'…무죄"
  • 기사출고 2020.06.0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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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의료법은 한국 내 의료행위만 규율"

의사면허가 없이 베트남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더라도 의료법 위반 무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무면허 의료행위를 처벌하는 의료법 조항은 국내에서만 적용된다는 취지다.

안산시 단원구에서 의료기기 판매업을 하는 손 모씨는 의료인이 아님에도 2017년 5월 초순경 베트남 하노이시에 있는 병원 수술실에서, 그곳을 찾은 여성의 이마, 콧등, 입술 부위에 마취제를 주사한 후 실을 주사로 삽입하는 실리프팅 시술을 하고, 2018년 4월 7일경 하노이시에 있는 또 다른 병원 수술실에서, 여성의 복부에 리포석션기(지방흡입용 의료기기)를 찔러 피하지방을 흡입하는 의료 시술을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됐다. 손씨는 또 2019년 1월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사람들에게 성형의료시술을 하고 대가를 받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혐의(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로도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손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손씨가 2회에 걸쳐 베트남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혐의에 대해,  "한국 영역 외인 베트남국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피고인에게는 의료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 나머지 혐의만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 8월과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자 손씨와 검사가 모두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4월 29일 손씨와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19도19130).

대법원은 "의료법의 목적,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면허를 받은 의료인에게만 의료행위 독점을 허용하는 입법취지 및 관련 조항들의 내용 등을 종합하면, 의료법상 의료제도는 한국 영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의료행위를 규율하기 위하여 체계화된 것으로 이해되고, 그렇다면 구 의료법 87조 1항 2호, 27조 1항이 한국 영역 외에서 의료행위를 하려는 사람에게까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을 의무를 부과하고 나아가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내국인이 한국 영역 외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구 의료법 87조 1항 2호, 27조 1항의 구성요건 해당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구 의료법 27조 1항 단서 1호는 '외국의 의료인 면허를 가진 자로서 국내에 체류하는 자'에 대하여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외국의 의료인 면허를 가진 자에 대하여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의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무면허 의료행위 처벌 등에 관한 구 의료법의 관련 조항은 현행법에도 그대로 규정되어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