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보험 안 들고 전동킥보드 운행해도 무죄"
[교통] "보험 안 들고 전동킥보드 운행해도 무죄"
  • 기사출고 2020.06.0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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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법] "적법행위 기대가능성 없어"

A씨는 2019년 10월 9일 오후 7시 5분쯤 혈중알코올농도 0.180%의 상태로 서울 금천구에 있는 한 이면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약 500m 타다가 보행자를 치어 넘어뜨려 전치 약 2주의 다발성 타박상 등의 상해를 입혀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 등 3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특가법 5조의11 1항은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 포함)를 운전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위험운전치상죄를 규정하고 있다. 또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8조는 "의무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아니한 자동차는 도로에서 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의무보험 미가입 차량의 운행을 금지하고 46조에 처벌조항을 두고 있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된 것이다.

서울남부지법 박원규 판사는 그러나 5월 28일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2019고단6197, 2020고단1789). 전동킥보드도 자동차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자동차로서 의무보험 가입 대상에 해당하나,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무죄 판결 이유다.

박 판사는 먼저 "이 사건 전동킥보드는 손잡이, 안장, 발판 및 2개의 바퀴가 장착되고 리튬-이온전지에 의하여 전원을 공급받는 스트레이트 모터에 의하여 구동되어 육상에서 1인의 사람을 운송하기에 적합하게 제작된 이륜의 용구임을 인정할 수 있는바, 자동차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자동차(이륜자동차)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A씨가 운행한 전동킥보드는 자동차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자동차로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8조에 따른 의무보험 가입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그러나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란 구체적인 상황에서 행위자가 위법행위를 행하지 아니할 가능성을 의미하고, 피고인에게 적법행위를 기대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하에 행위자 대신에 사회적 평균인을 두고 이 평균인의 관점에서 그 기대가능성 유무를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①피고인이 전동킥보드를 운행할 당시 우리나라에 전동킥보드가 개인용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으로 비교적 널리 보급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동킥보드 대여업을 영위하는 일부 사업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개인 전동킥보드 운행자들은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아니하고 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운행하였던 점, ②피고인이 전동킥보드를 운행할 당시의 사회적 평균인의 관점에서 볼 때, 개인이 운행하는 전동킥보드가 의무보험 가입대상이라는 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극히 미약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피고인이 전동킥보드를 운행할 당시 피고인과 같은 개인이 전동킥보드에 대하여 가입할 수 있는 의무보험 상품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의무보험을 가입하고 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운행할 것을 기대할 수 없었다고 할 것"이라며 "공소사실 중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의 점은 피고인에게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어 범죄로 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전동킥보드 사고로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중인 2020년 3월 8일 면허 없이 서울 금천구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92%의 상태로 카니발 승용차를 운전했다가 음주운전금지규정 2회 이상 위반과 무면허 운전 혐의로 추가 기소되었다. A씨에 대한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엔 이 혐의도 추가되어 함께 양형이 이루어진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