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오토바이 타고 출장 중 중앙선 침범 사고로 사망했어도 산재"
[노동] "오토바이 타고 출장 중 중앙선 침범 사고로 사망했어도 산재"
  • 기사출고 2020.06.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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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내리막 도로의 위험성 등 감안, 근로자 잘못 단정 곤란"

오토바이를 타고 출장을 가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법원은 중앙선을 침범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더라도, 사고가 발생한 도로의 구조상 위험성과 중앙선을 침범한 거리 등에 비추어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사망 등이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기업의 연구소 유지 ‧ 관리 등 인증업무에 관한 컨설팅을 수행하는 A사에서 2017년 10월부터 영업 업무를 담담하던 신 모씨는 2018년 10월 11일 낮 12시 45분쯤 오토바이를 타고 출장을 가다가 경북 의성군에 있는 국도에서 우회전 하다가 중앙선을 침범, 반대편 차선에서 오던 소나타 차량과 충돌하여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왕복 2차로이고, 고가차로인 육교에서부터 내리막길이자 우측 급커브 구간이 이어지는 구조이다. 신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사고의 원인이 된 신씨의 중앙선 침범행위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37조 2항의 범죄행위에 해당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거부되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2019구합65986)을 냈다. 산재보험법 37조 2항은 "근로자의 고의 · 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그러나 4월 17일 "신씨의 사망은 산재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결정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육교가 끝나는 지점부터 갑자기 내리막과 함께 우측 급커브길이 시작하도록 되어 있어, 차량은 위 지점에서 급격히 속도가 증가하면서 중앙선 방향으로 원심력을 받게 되는 구조이고, 해당 도로에서는 약 3년 동안 중앙선 침범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이 사건 사고를 포함하여 3건이나 발생하였고, 해당 지역에 근무하는 경찰 역시 해당 도로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언급하기도 하였다"고 지적하고, "위 도로는 구조상 위험성으로 인하여 도로환경적인 사고 유발요인을 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씨는 출장을 가기 위해 사고 당일 아침 서울에서 출발해서 경북 의성군과 경북 안동시에 소재한 업체들을 들렀다가 울산에 소재한 다른 업체로 향하던 중이었고,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검색하여 안내에 따라 운행하던 중이었으며, 해당 도로는 처음 운전하는 초행길이었기 때문에 도로의 구조나 형태를 잘 알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신씨의 오토바이는 승용 자동차 등에 비하여 원심력에 의하여 미끄러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상대방 차량의 충격 부위 등에 비추어 보면 신씨가 중앙선을 침범한 거리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의 정확한 발생 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으므로, 신씨의 오토바이가 어떠한 경위로 중앙선을 침범했는지, 중앙선 침범이 발생한 거리나 시간 등 정도는 어떠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앙선 침범 행위가 신씨의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특히 사고 직전의 상황을 기록한 상대방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신씨의 오토바이와 상대방 차량의 거리가 약 55m 떨어진 시점까지도 신씨는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고 차로 내에서 주행하고 있었으므로, 신씨의 오토바이가 중앙선을 침범한 행위는 순간적으로 발생한 상황에 가까울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지적하고, "사고로 인한 충돌 부위, 상대방 차량의 사고기록장치에 나타난 조향각과 제동시점, 신씨의 오토바이와 상대방 차량의 충돌 흔적이 발견된 위치 등에 비추어 보면 신씨의 오토바이가 중앙선을 침범한 것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이기는 하나, 신씨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사고의 발생 경위, 사고 현장의 도로 구조 등을 고려하면 사고 발생이 오로지 또는 주로 신씨의 안전운전의무 위반에 따른 중앙선 침범 행위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산재보험법 37조 2항에서 규정하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사망 등이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신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신씨의 오토바이와 상대방 차량에 모두 충돌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블랙박스 영상이 존재하지 않고, 사고 현장 부근을 촬영하는 CCTV 영상도 존재하지 않으며, 사고 당시를 목격한 제3자도 없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