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안에서 사기를 친 보험모집인에겐 소송을 내 이겨보았자 단 한 푼도 건질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야 한다, 이렇게 의뢰인을 설득해 피해회복에 나섰는데 절반의 배상을 받아내게 되어 나름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 보험모집인에게 사기를 당해 1억 5,000만원을 날린 50대 여성을 대리해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7,500만원의 승소판결을 받아낸 조태욱 변호사는 "정확하게 표현하면 90%의 승소판결"이라고 말했다. 피해액의 60%인 9,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해 50%인 7,5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청구액 대비 승소금액을 계산하면 83.3%이지만, 담당 재판부는 "소송비용의 10분의 1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인 삼성화재가 각 부담한다"고 주문에 명시, 90% 원고 승소임을 분명히 했다.
"소송비용의 9/10, 삼성화재가 부담하라"
조 변호사에 따르면, 보험모집인으로부터 보험사기를 당한 경우 사기를 친 보험모집인은 무자력인 경우가 많고, 따라서 뒤에 있는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업법 102조 1항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해야 하는데, 현실에선 사기를 당한 보험계약자가 승소한 판결보다 진 경우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또 이긴 경우에도 보통 보험계약자도 잘못이 있다며 과실상계를 하기 때문에 피해액의 60% 정도 받아내면 손해배상을 많이 받아낸 것이라고 한다.
조 변호사도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처음부터 피해액의 60%만 청구했다. 인지대도 줄이고, 패소 부분이 많으면 나중에 상대방의 변호사비용 등 소송비용을 그만큼 많이 부담하게 되어 실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안의 경우 청구액보다 10% 더 적게 승소판결을 받았지만 거의 조 변호사의 예상대로 판결을 받아낸 셈.
재판에선, 비록 피해자와 전부터 알고 지내던 보험모집인이 보험증권과 영수증을 위조하고, 삼성화재 몰래 보험에 든 것처럼 1억 5,000만원의 보험료를 편취한 사기행위이지만, 외형상 본래의 모집행위 범위 내에 속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받아냈다. 또 대법원 판례상 보험회사가 면책되는, 피고 측이 제기한 보험계약자의 고의 · 중과실 주장도 막아냈다.
조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한 삼성화재 보험설계사가 약 18년간 삼성화재에 근무하며 경기도 구리사업팀 팀장이라는 직함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업무에 사용하는 태블릿컴퓨터를 열어 피해자에게 보험상품에 대하여 설명하고 가입에 필요한 질문을 하였으며, 비록 판결문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이 보험설계사가 피해자에게 교부한 보험증권이 삼성화재 측 주장대로 컬러 복사된 것이 아니라 원본 자체를 가지고 나와 직인을 찍어 제공한 것이라는 점 등을 주장했고,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조 변호사는 보험증권의 날인 난에 입체적인 금박 장식 등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볼 때 컬러 복사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보험증권 자체를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전에도 2차례 자동차보험 가입
또 피해자에게 중과실이 있다는 삼성화재의 면책 주장에 대해서도, 전에 해당 보험설계사의 권유를 받아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에 2차례나 가입하는 등 정상적인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 등을 내세워 방어했다며 예상대로 보험사의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받았으나, 결국 50%의 과실상계 비율로 결론이 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험설계사 등의 사기행위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보험에 들 때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할까. 조 변호사는 "사기라는 것이 의외로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많이 일어나고, 사기를 피한다는 게 상당히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보험 가입 후 반드시 보험회사와 통화하여 실제 본인이 가입한 내용대로 보험회사에 보고되어 가입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나중에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 피해구제에 나서더라도 재판에서 이기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고 100% 승소하기가 어려운데다 소송비용 등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도 2018년 1월 소장을 제출한 후 2년이 더 걸려 1심 판결이 선고되었고, 원, 피고 양측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반대로 보험설계사의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보험사에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조 변호사는 "보험회사는 보험모집원을 통하여 영업 등 보험가입의 기회를 대폭 확대시키게 되는바, 보험모집원이 불법행위를 했다면 원칙적으로 회사가 책임을 지게 된다"고 지적하고, "보험모집원의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예방과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보험모집원들을 충실히 교육시키는 것에 더 많은 투자를 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의를 환기했다.
다른 보험가입자 소개로 수임
한양대 법대를 나와 2005년 제4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조태욱 변호사는 주로 보험계약자 등 보험소비자 측을 대리해 보험약관의 해석, 설명의무 위반 등이 문제 된 암진단비나 상해보험금 관련 보험분쟁, 교통사고 분쟁 등 보험회사가 관련된 소송을 많이 수행한다. 이번 소송도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던 다른 의뢰인의 소개로 알게 되어 맡게 되었다고 한다.
2014년 겨울 단행본 《그럴법한 생활법률 특강》을 공저한 조 변호사는 공무원연금공단, 부산대, 고려대 대학원 등에서의 여러 생활법률 강의에서 주로 포인트로 잡아 얘기하는 것이 '사기를 피하는 법'이라며 사기 범죄에 대한 주의를 다시 한 번 당부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