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갑을관계 이슈 체크포인트
[리걸타임즈 칼럼] 갑을관계 이슈 체크포인트
  • 기사출고 2020.06.0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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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제재 강도 약해질 수 있으나 공정경제의 핵심과제"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타격이 예상된다. JP모건에서는 현재의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경제여건 속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적극적인 법집행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갑을관계 이슈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

갑을관계 법집행 사례 증가 예상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기준을 개정하여 대기업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를 지원할 경우 가점을 주기로 하는 등 코로나 대응을 위한 범정부 차원에서의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엄정한 법집행 방침도 강조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장은 4월 1일에 있었던 공정거래의 날 기념사에서 "비상 상황이라고 불공정과 반칙이 용납될 수는 없다"고 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중소기업 등에게 부당하게 전가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살피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21대 국회의원 총선 결과까지 고려해보면, 당분간 갑을관계 이슈에 대한 법집행 사례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훈 변호사
◇김진훈 변호사

하도급규제와 관련한 주요 이슈는 정당한 하도급 대가보장, 부당대금결정 및 감액행위에 대한 조사 확대, 기술탈취 조사 본격화 등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이중 부당대금결정 및 감액행위의 경우 검찰 고발로까지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중요한 하도급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검찰 고발까지는 하지 않은 경우에도 중소벤처기업부가 하도급법 제32조(고발) 제4항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 검찰 고발을 요청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즉, 하도급법 위반은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등 단순한 행정적 제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형사벌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갑을관계 규제와 관련하여 최근에 발생한 실제 사례들 중에선 거래당사자의 의사합치에도 불구하고 부당감액의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는 법원 판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휴대폰 부품 납품단가 정산과 관련하여 인하 단가 소급적용이 문제된 사안에서, 서울고등법원은 하도급법 제11조 제2항 제2호에서 금지되는 단가 인하 합의의 소급적용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사이에 소급적용에 관한 외형상 합의가 있는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면서, 그 문언 및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단가 적용일에 관한 합의가 언제 있었는지를 불문하고 단가 인하에 관한 합의 내용을 이미 발주된 부분에 대하여 적용하는 것은 소급적용으로서 금지된다고 판단하였다(서울고법 2018누57485 판결,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

소급적용 자체만으로 하도급법 위반

이와 관련하여 하도급법 제11조 제2항 제2호는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진정한 의사에 반하여 하도급대금을 소급하여 감액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인 바, 그 취지상 수급사업자가 자유의지에 의하여 자발적으로 단가의 적용시점을 합의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이 제기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위 법원 판결에 의하면,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단가인하를 합의하더라도, 인하된 단가의 적용시점을 합의 이전으로 소급시킨다면, 소급적용 자체만으로도 하도급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일정한 거래관계에 적용되는 특정 계약조항이 불이익제공 혐의로 문제될 경우, 그 계약조항이 도입되게 된 배경을 전반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계약조항 외의 조항이 패키지로 함께 도입됨에 따라 전체적으로 볼 경우 법상 불이익제공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태평양 공정거래그룹이 5월 14일 오후 2시부터
◇법무법인 태평양 공정거래그룹이 5월 14일 오후 2시부터 "공정거래 규제변화에 대한 기업의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웨비나(WEBINAR)를 개최했다. 주요 대기업의 법무팀, 컴플라이언스팀 관계자 등 700여명이 온라인으로 시청하였으며, 미국, 호주, 싱가폴, 홍콩, 일본에서도 접속하여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일례로 육계 계열화 사업자가 도입한 변상농가 제외 조항에 따라 변상농가를 사육성적 평가모집단에서 제외하여 생계 매입가격을 산정한 행위가 문제된 사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육계 계열화 사업자들은 농가들과 사육계약을 체결하여 사육에 필요한 원자재를 외상 공급하고 차후 농가들로부터 생계를 매입함에 있어 생계 매입대금에서 원자재 대금을 공제하는 거래구조를 취하고 있다. 변상농가라 함은 사육에 실패하여 생계 매입대금보다 원자재 대금이 더 많이 소요되어 그 차액을 지급(변상)해야 하는 농가를 말하는데, 위 사안에서는 이러한 농가들에게 변상농가 배려 조항에 따라 변상금 전액 면제, 최소사육비 지급 등 농가들의 안정적 경영을 도모하는 상생노력이 있었다. 이와 동시에 계약농가들의 방만한 사육에 따른 평균 사육성적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변상농가를 사육성적 평가모집단에서 제외하는 취지의 변상농가 제외 조항을 도입할 필요성도 존재하였다.

변상농가 배려 등 고려해 판단

이러한 사실관계 인정 하에서 법원은 변상농가 제외 조항과 함께 변상농가 배려 조항이 도입된 배경, 그로 인해 농가들이 얻는 이익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와 같은 행위를 부당한 불이익제공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서울고법 2019누34137 판결,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

한편 사업구조를 다각화함에 있어 사업자의 거래상대방 사이에서 거래조건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수익 창출을 위해 기존의 사업구조를 가맹사업 구조로 전환하면서, 가맹사업자들과 기존의 거래상대방 사이의 거래조건에 있어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실제로 스크린골프장에 골프시뮬레이터를 판매하는 사업자가 신규 제품을 출시하면서 해당 제품을 가맹점에만 공급한 사례가 문제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비가맹점들의 가맹 전환을 강제할 목적으로, 가맹점에게만 신제품을 공급함으로써 가맹점과 비가맹점을 부당하게 차별한 행위로 의율하였다.

기존 제품과 달리 취급 허용

하지만 이에 대하여 법원은 거래조건 차별은 동등한 거래에 있는 거래상대방에게 동일한 거래대상을 달리 취급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신제품이 기존 제품과 기능 및 성능 측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있는 이상 신제품의 거래방법, 대금 결제조건 등을 기존 제품과 달리 취급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허용되고, 이러한 신제품 공급에 있어 가맹점과 비가맹점이 동등한 거래관계에 놓인 사업자로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서울고법 2019. 10. 2. 선고 2018누76721 판결,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됨).

공정거래위원회의 2020년 업무계획에 따르면 6대 핵심과제 중 하나가 '공정거래 기반 위에 포용적 갑을관계 정착'이다. 동 업무계획에 따르면, 갑을관계 4법(하도급, 가맹, 유통, 대리점)과 관련한 서면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후속 직권조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해 그 조사가 일시적으로 늦춰지거나 제재의 강도가 다소 약해질 수는 있겠지만, 갑을문제 해결이 새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경제'의 핵심과제라는 점에서 큰 추세에 있어서는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중소벤처기업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개입이 증가할 여지도 있다.

이와 같이 갑을관계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 기업들로서는 다시 한 번 협력사와의 거래관계 process를 점검하는 등 compliance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사안들에서 법원은 변상농가 제외 조항 도입 과정에서 이루어진 계약농가들과의 상생노력을 고려하는 한편 가맹사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위법이 확인 · 증명되지 않은 이상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가맹사업을 실시했다는 사정은 가맹사업 전환을 부당하다고 볼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부분들은 기업의 compliance 내실 다지기를 통해 구비할 수 있는 사항들이라 할 수 있고, 이는 곧 갑을관계 리스크 관리와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김진훈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jinhoon.gim@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