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마트 절도' 10대에 반성문 요구하며 2시간 못 나오게 한 업주, 감금 무죄
[형사] '마트 절도' 10대에 반성문 요구하며 2시간 못 나오게 한 업주, 감금 무죄
  • 기사출고 2020.06.0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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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일종의 선처 의도로 볼 여지 있어"

마트에서 물건을 훔친 10대에게 반성문을 쓰라며 2시간 동안 창고에 감금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업주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최 모(47)씨는 2018년 10월 6일 오후 8시쯤 양산시에 있는 자신이 운영하는 마트에서 캔맥주와 우유 등을 훔쳐 달아나던 10대 2명 중 A(당시 16세)군을 붙잡아 마트로 데리고 온 후 마트 내 청소용품 창고에서 진술서를 쓰고 반성하라고 하며 약 2시간 동안 창고에 가두고 귀가하지 못하게 한 혐의(감금)로 기소됐다. 최씨는 A군에게 "너희는 절도범이다. 너희는 공범이다. 내가 경찰서에 신고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나, 니 휴대폰은 내가 가지고 있겠다"고 말하며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당장 경찰에 신고할 듯한 태도를 보이고, A군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도 막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가 감금 유죄를 인정, 벌금 50만원을 선고하자 최씨가 "피해자를 협박하여 감금한 사실이 없다"며 항소했다.

울산지법 형사2부(재판장 김관구 부장판사)는 5월 15일 원심을 깨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협박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창고에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심히 곤란하게 하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2019노1344).

재판부는 "피해자는 최초 경찰수사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자꾸 절도범 내지 공범이라고 말을 하여 피해자 스스로 죄인이라는 생각이 들어 집에 가지 못하였다'라고 진술하였는데, 그것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협박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창고 밖으로 나올 수 없도록 협박을 하였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당시 정상적으로 마트 영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카운터에 대기하거나 일시적으로 창고에 들르기도 한 것일 뿐, 피고인이 피해자를 창고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마트에 상주하면서 피해자를 감시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있던 창고는 양쪽 벽이나 문이 없이 커튼으로 구획된 공간으로서 밀폐된 장소가 아니었다"고 지적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요구로 휴대전화기를 피고인에게 건넨 것은 피해자가 내심으로 원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임의로 이를 피고인에게 준 것이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강제로 빼앗은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가사 피해자가 반성문 쓰기를 거부한 채 창고 밖으로 나와 마트에서 나가면서 휴대전화기를 돌려줄 것을 요구하는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제로 막아서거나 휴대전화기의 반환을 거부하였을 것이라고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카운터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피고인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창고 밖으로 나오기가 곤란하였을 여지가 있기는 하나, 반성문을 쓰지 않으면 피해자가 한 일이 피해자의 부모와 학교에게 알려지거나 형사입건될 수도 있는 등의 우려 탓에 창고에서 나갈지 여부를 주저하다가, 반성문을 쓰면 피고인이 이 일을 부모 등에 알리거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여 반성문을 쓰는 편이 낫다는 판단 하에 피고인의 요구에 응하여 반성문을 쓰는 동안 창고 안에 머물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단지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약 1시간 30분간 창고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만 놓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협박당하여 창고에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심히 곤란한 지경에 처하였기 때문이라고 추단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제반사정을 고려해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반성문을 쓰지 않으면 집에 보내지 않겠다고 한 것은 반성문을 쓸 때까지 피해자를 가두고 있겠다는 취지로 협박한 것이라기보다는, 위와 같은 사실을 학교에 알리거나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없던 일로 해줄 테니 반성문을 써서 제출하라는 일종의 선처의 의도였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