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리콜 과정에서의 막연한 불안감, 손해배상 대상 아니야"
[손배] "리콜 과정에서의 막연한 불안감, 손해배상 대상 아니야"
  • 기사출고 2020.05.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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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갤럭시노트 7' 배터리 폭발 관련 집단소송 패소 확정

발화사고가 나 출시 7개월만에 단종된 '갤럭시노트 7'의 리콜과 관련, 소비자들이 리콜 전에 불안감을 느끼고 리콜 절차에 응하는 과정에서의 시간적 · 경제적 손해를 입었더라도 삼성전자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관계자는 "리콜 절차 자체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간적 · 경제적 손해 내지 막연한 불안감 등은 법적으로 배상되는 손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5월 28일 김 모씨 등 갤럭시노트 7를 구입했던 소비자 1871명이 "리콜 과정에서 매장을 다시 방문하는 등 시간과 비용의 손해를 입었고, 리콜 전 제품 사용 과정에서 발생한 불안감, 두려움 등 정신적인 충격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1인당 50만원씩의 위자료 지급청구소송의 상고심(2018다280231)에서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리콜에 응하지 않았던 원고들은 "단계적 충전 제한 조치로 사용권이 침해되었고, 재산적 효용가치 상실 등 소유권에 대한 전면적인 침해와 제품의 단종 조치로 인해 수리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8월 19일 갤럭시노트 7을 국내외에 출시하였으나, 그로부터 5일만인 8월 24일 국내에서 갤럭시노트 7의 배터리 충전 중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 국내외에서 유사한 폭발사고가 잇따르자 첫 사고로부터 1주일 만인 8월 31일 갤럭시노트 7의 국내 판매를 중단하고, 이틀 뒤인 9월 2일 갤럭시노트 7의 전량 리콜을 발표했다. 이어 갤럭시노트 7을 구매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삼성전자가 제조한 다른 사양의 휴대폰을 대여하고, 전국대리점에서 배터리가 교체된 갤럭시노트 7 신제품으로 교환하여 주었다. 그러나 배터리를 교체해 2016년 10월 1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갤럭시노트 7의 신제품에서도 다시 발화 사례가 발생하고,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10월 11일 삼성전자에 갤럭시노트 7의 사용 · 교환 · 신규 판매의 중지를 권고하자, 결국 갤럭시노트 7의 판매를 중단(단종 조치)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10월 13일부터 각 구매처에서 갤럭시노트 7을 삼성전자 또는 다른 회사가 제조한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여 주거나 제품구입비용을 환불하여 주었고(리콜 조치), 같은 해 11월 1일 이 리콜 조치에 응하는 모든 구매자들에게 삼성전자의 모바일 이벤트 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3만원 상당의 모바일 이용 쿠폰을 증정했다. 또 이 리콜 조치에 따른 갤럭시노트 7 회수율을 제고하라는 국가기술표준원의 권고에 따라 10월 29일부터 국내에서 판매된 갤럭시노트 7의 배터리의 충전 용량을 60%로 제한하는 조치(충전제한 조치)를 하였고, 그 후 이 충전제한 조치의 충전용량을 2017년 1월 10일부터 15%, 2017년 3월 28일부터 0%로 각각 제한하여 갤럭시노트 7의 사용을 완전히 중단시켰다. 

대법원은 "피고가 제조 · 판매한 갤럭시노트 7 휴대폰에 대하여 국내에서 취한 리콜 조치에 불법행위를 구성할 만한 어떠한 고의, 과실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리콜 조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원고들이 일시적으로 불안감이나 심리적 두려움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이를 법적으로 배상되어야 하는 정신적 손해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리콜 조치는 제품안전기본법 13조 1항에 근거하여 원고 등의 생명 · 신체의 안전이라는 더 큰 법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실시한 것이므로 리콜 조치와 관련하여 발생한 원고들의 통상적인 시간적 · 경제적 손해 또한 이를 법적으로 배상되어야 하는 손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앞서 "원고들이 구입한 것과 같은 기종의 제품 중 일부에서 피고의 품질 관리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발화사고가 발생함으로 인하여, 비록 원고들이 구입한 제품에서 위와 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니더라도 원고들이 같은 기종을 구매하여 보유하고 있었던 동안 자신에게도 그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심리적 두려움 등을 느꼈을 수는 있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발화사고가 발생한 이후 재발 방지 차원에서 피고의 리콜 조치가 적법하게 이루어졌고, 이에 응한 원고들은 교환 또는 환불과 부수적 보상을 받았으며, 이에 응하지 않은 원고들은 순차적 충전제한 조치에 따라 더 이상 발화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됨으로써, 원고들이 주장하는 불안감이나 심리적 두려움은 제거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리콜 조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원고들이 일시적으로 불안감이나 심리적 두려움을 느꼈다 하더라도 소손이 발생한 제품의 비율이 약 0.01%에 불과하여 민사사건에서 배상의 대상이 되는 정신적 손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리콜 조치에 따른 교환 또는 환불을 받기 위하여 제품을 구매한 매장에 다시 방문하고, 교환한 제품에 개인정보를 재입력하고 어플리케이션을 새로 설치하는 바람에 번거롭게 시간 · 비용을 소비하게 된다 할지라도, 이는 원고들의 생명 · 신체의 안전이라는 더 큰 법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불가피한 조치(리콜 및 충전제한)에 수반되는 불편함으로 보아야 하고, 그러한 불편함이 있다고 하여 원고들에게 피고의 리콜 조치에도 불구하고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추양가을햇살이 원고들을, 삼성전자는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