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토지공유자가 토지 독점해도 인도 청구 불가"
[민사] "토지공유자가 토지 독점해도 인도 청구 불가"
  • 기사출고 2020.05.31 22:2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전합] 기존 판례 변경…"방해배제 청구만 가능"

토지 지분을 소수 가진 공유자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 없이 토지에 소나무를 심어 독점하는 경우 소나무의 수거를 요구할 수는 있어도 해당 토지에 대한 인도를 청구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파주시 적성면에 있는 밭 7,732㎡의 1/2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이른바 소수지분권자인 A씨는 이 밭의 또 다른 소수지분권자인 B씨가 A씨와 협의 없이 2011년경부터 이 밭 중 6,342㎡ 지상에 소나무를 심어 토지를 독점하자 B씨를 상대로 소나무의 수거와 밭의 인도, 2011년경부터 점유 부분에 관하여 발생한 임료 중 A씨의 지분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A씨가 공유물의 보존행위로서 공유 토지에 대한 방해배제와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 A씨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여 이자 B씨가 이에 불복하여 상고했다. 민법 265조는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공유자의 지분의 과반수로써 결정한다. 그러나 보존행위는 각자가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그러나 5월 21일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 중 토지 인도 청구와 인도 청구가 인용됨을 전제로 한 부당이득금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8다287522). 소나무를 수거하라는 방해배제 청구만을 인정하고, 토지까지 돌려달라는 인도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은 "공유물의 소수지분권자인 피고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하지 않고 공유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경우 소수지분권자인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공유물의 인도를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민법 265조 단서가 공유자 각자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하지 않고 보존행위를 할 수 있게 한 것은, 공유물의 멸실 · 훼손을 방지하고 그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보존행위가 다른 공유자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인데,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공유물의 인도를 청구하는 것은 공유자인 피고의 이해와 충돌하여 모든 공유자에게 이익이 되는 보존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민법 263조에 따르면 모든 공유자는 공유물 전부를 지분 비율로 사용 · 수익할 수 있고 이는 피고도 마찬가지이고, 피고가 공유물을 독점하는 것은 위법하지만, 피고는 적어도 자신의 지분 범위에서는 공유물을 사용 · 수익할 권한이 있는데, 원고의 인도 청구를 허용하면, 피고의 점유를 전부 빼앗아 피고의 '지분 비율에 따른 사용 · 수익권'까지 근거 없이 박탈하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또 "원고의 인도 청구를 허용하면 피고를 배제하고 원고가 공유물을 단독으로 점유하게 되어 '일부 소수지분권자가 다른 공유자를 배제하고 공유물을 독점'하는 기존의 위법한 상태와 다르지 않다"며 "이는 분쟁의 종국적 해결을 위해 판결과 집행이 달성해야 할 적법한 상태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공유물의 소수지분권자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 없이 공유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경우 다른 소수지분권자가 공유물에 대한 보존행위로서 그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다58719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다만 "공유자들 사이에 공유물 관리에 관한 정함이 없더라도 공유자는 공유물을 다른 공유자들과 공동으로 점유 · 사용할 수 있고, 피고가 이를 방해한다면 원고는 공유지분권에 기하여 민법 214조에 따른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