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한 번도 대면 않고 전화 진찰 후 처방전 교부…의료법 위반"
[의료] "한 번도 대면 않고 전화 진찰 후 처방전 교부…의료법 위반"
  • 기사출고 2020.05.2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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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직접 진찰로 볼 수 없어"

의사가 단 한 차례 대면 진찰도 없이 환자와 전화만 하고 처방전을 교부했다면 의료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료법 17조 1항에 따르면,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5월 14일 환자와 전화만 하고 처방전을 교부했다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이 모씨에 대한 상고심(2014도9607)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이씨는 2011년 2월 8일경 환자로 알게 된 사람의 부탁을 받아 이 사람의 지인인 강 모씨에게 전화 통화만 하고 플루틴캡슐 등 전문의약품 처방전을 작성하여 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벌금 100만원의 유죄 판결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의료법 17조 1항에서 말하는 '직접'이란 '스스로'를 의미하므로 전화 통화 등을 이용하여 비대면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도 의사가 스스로 진찰을 하였다면 직접 진찰을 한 것으로 볼 수는 있다"고 전제하고, "진찰이란 환자의 용태를 듣고 관찰하여 병상 및 병명을 규명하고 판단하는 것으로서, 진단방법으로는 문진, 시진, 청진, 타진, 촉진 기타 각종의 과학적 방법을 써서 검사하는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러한 진찰의 개념 및 진찰이 치료에 선행하는 행위인 점, 진단서와 처방전 등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담보하고자 하는 의료법 17조 1항의 목적 등을 고려하면, 현대 의학 측면에서 보아 신뢰할만한 환자의 상태를 토대로 특정 진단이나 처방 등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행위가 있어야 '진찰'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고, 그러한 행위가 전화 통화만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최소한 그 이전에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하여 환자의 특성이나 상태 등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정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2011년 2월 8일경 전화 통화만으로 강씨에게 플루틴캡슐 등 전문의약품을 처방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한 사실, 피고인은 위 전화 통화 이전에 강씨를 대면하여 진찰한 적이 단 한번도 없고, 전화 통화 당시 강씨의 특성 등에 대해 알고 있지도 않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신뢰할만한 강씨의 상태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강씨에 대하여 진찰을 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