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금융결제원 통보 늦어 아파트 당첨됐다가 취소…위약금 못 물려"
[부동산] "금융결제원 통보 늦어 아파트 당첨됐다가 취소…위약금 못 물려"
  • 기사출고 2020.05.2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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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당첨자에 고의 없고, 공공기관 잘못으로 계약 체결"

과거 5년 이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조합원인 사실이 드러나 아파트 당첨이 취소되었더라도 해당 구청에서 금융결제원에 뒤늦게 통보하는 바람에 아파트 공급계약이 체결된 것이라면 당첨자에게 고의가 없어 위약금을 물릴 것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 동래구의 한 아파트 청약에서 1순위로 당첨된 A씨는 2017년 11월 이 아파트의 건축과 분양을 신탁받은 수탁자이자 시행사인 B사와 분양대금을 5억 5760만원으로 정하여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과 중도금 3억 9100여만원을 납부했으나,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난 부산 연제구의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조합원인 사실이 드러나 당첨이 취소됐다. 이 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 대한 관리처분계획인가는 2016년 5월에 나왔으나, 연제구청장이 금융결제원에 조합원 명단을 2018년 3월 30일에야 통보, 동래구 아파트의 당첨과 당첨 취소라는 절차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에 A씨가 B사와, B사와 관리형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한 위탁자인 C사를 상대로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지급한 3억 910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2019가합510163)을 냈다. 동래구 아파트의 공급계약 2조 1항 4호는 'A씨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였을 때'를 계약 해제 사유 중 하나로 정하였고,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과거 5년 이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조합원은 1순위로 청약할 수 없다. C사는 "공급계약 등에 따라 공급대금 총액의 10%인 5576만원은 위약금으로 공제되어야 한다"고 항변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재판장 김형석 부장판사)는 그러나 5월 8일 C사의 항변을 배척하고, "C사는 A씨에게 3억 9100여만원 중 C사가 대납한 이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자를 공제한 3억 8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 공급계약의 (위약금 규정인) 3조 1항 중 '2조 1항 4호에 해당하는 사유로 해제된 때' 즉, '기타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에 위배된 행위를 하였을 때'라고 규정된 부분은, 원고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조항으로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6조 1항, 2항 1호, 8조에 따라 무효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당첨자 명단이 전산상으로 관리되고 있고, 1순위 부적격자에 대해서는 금융결제원에서 자동으로 사업주체에게 통보하므로, 사업주체(또는 시장 · 군수 · 구청장)의 당첨자 명단 통보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1순위 부적격자에 대하여 계약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이처럼 청약자의 관여 없이 공공기관이 전산상 당첨자 명단을 관리하여 거의 자동적으로 부적격자가 걸러지는 시스템인 점을 고려하면, 청약자가 1순위 부적격자임에도 고의로 1순위 청약을 할 이유는 없어 보이고, 공공기관의 잘못으로 인하여 계약이 체결된 경우까지 청약자에게 위약금을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문가가 아닌 원고로서는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이루어진 재개발사업의 조합원의 경우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경우와 같이 1순위 청약자격에 제한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어려울 것이고, 이를 모르고 계약을 체결한 매수인에게 위약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매수인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마련한 아파트표준공급계약서에 의하면, '기타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에 위배된 행위를 하였을 때'를 계약의 해제 사유로는 규정하고 있으나, 위약금 지급 사유로는 규정하지 않고 있어 매수인의 중도금, 잔금 지급 지체의 경우 계약 해제 사유임과 동시에 위약금 지급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규정하고 있다"며 "이 사건 공급계약을 보더라도 다른 위약금 지급 사유는 대금 지체 등으로 매수인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임에 반하여, '기타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에 위배되는 행위'는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청약자가 어떠한 경우에 위약금을 부담해야 되는지 쉽게 예상하기 어려워 원고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은행에서 이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받았고 C사가 2020년 4월까지 그 대출금 이자 1300여만원을 대납한 사실을 인정하고, C사의 이 구상금 채권 1300여만원을, 원고의 C사에 대한 3억 9100여만원의 반환채권에 대한 법정이자 등에 상계충당하고 남은 나머지 3억 8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B사에 대한 청구는, 공급계약상 매매대금의 반환 책임은 C사에게 있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