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범칙금 납부기간 지나기 전 공소제기 무효"
[형사] "범칙금 납부기간 지나기 전 공소제기 무효"
  • 기사출고 2020.05.2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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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기간내 납부 안 하면 즉결심판 청구해야"

경범죄로 범칙금 납부통고를 받은 사람을 범칙금 납부기간이 지나기도 전에 검사가 기소했다. 법원은 위법, 무효여서 공소기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모씨는 2017년 1월 1일 오후 11시쯤 대전 동구청로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종업원에게 치킨 1마리와 소주 1병을 주문하고 이전에 습득한 다른 사람의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이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가, 다음날 대전동부경찰서장으로부터 경범죄 처벌법 3조 1항 39호 무전취식 행위를 이유로, 1차 납부기한인 2017년 1월 12일까지는 5만원의 범칙금을 납부하고, 이를 납부하지 않을 때는 2차 납부기한인 2017년 2월 1일까지 가산금액을 포함하여 6만원의 범칙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내용의 범칙금납부통고서를 받았다.

대전동부경찰서장은 그러나 1차 납부기한이 만료하기 전인 2017년 1월 11일경 이와 같은 통고처분을 하였음을 이유로 불기소 의견으로 이씨를 검찰에 송치하였고, 검사는 2차 납부기한이 만료하기 전인 2017년 1월 31일 사기 혐의로 이씨를 기소했다. 이씨는 이 사기 혐의 외에도 2016년 7월 15일 오전 2시 10분쯤 대전 중구에 있는 한 고물상에 침입해 사무실에서 현금 20만원 등을 훔치고(야간건조물침입절도), 그해 9월 사회복무요원 소집통지서를 수령하고도 소집에 응하지 않은 혐의(병역법 위반) 등으로도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사기의 점에 대한 공소는 경범죄 처벌법 9조 1항 2호를 위반한 것으로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인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327조 2호에 따라 공소를 기각하여야 한다"며 사기 혐의는 공소를 기각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되, 형량은 1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도 4월 29일 검사의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17도13409).

대법원은 "경범죄 처벌법상 범칙금제도는 범칙행위에 대하여 형사절차에 앞서 경찰서장의 통고처분에 따라 범칙금을 납부할 경우 이를 납부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기소를 하지 않는 처벌의 특례를 마련해 둔 것으로 법원의 재판절차와는 제도적 취지와 법적 성질에서 차이가 있고, 범칙자가 통고처분을 불이행하였더라도 기소독점주의의 예외를 인정하여 경찰서장의 즉결심판청구를 통하여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건을 간이하고 신속 · 적정하게 처리함으로써 소송경제를 도모하되, 즉결심판 선고 전까지 범칙금을 납부하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범칙자에 대하여 형사소추와 형사처벌을 면제받을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경찰서장이 범칙행위에 대하여 통고처분을 한 이상, 범칙자의 위와 같은 절차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하여 통고처분에서 정한 범칙금 납부기간까지는 원칙적으로 경찰서장은 즉결심판을 청구할 수 없고, 검사도 동일한 범칙행위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