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경쟁업체로 이직하며 회사 자료 무단반출…경쟁사와 90% 연대배상책임"
[손배] "경쟁업체로 이직하며 회사 자료 무단반출…경쟁사와 90% 연대배상책임"
  • 기사출고 2020.05.2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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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영업비밀 아니어도 업무상배임"

근로자가 경쟁업체로 이직하면서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회사의 주요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하고 그 중 일부를 경쟁업체에 제공했다. 법원은 반출한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업무상배임에 해당, 이직한 회사와 연대하여 손해의 90%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온수분배기, 복사냉난방시스템 등을 개발 · 제조 · 판매하는 B그룹의 계열사인 C사에 2007년 3월 엔지니어링 사업본부장으로 입사하여 2010년 1월 또 다른 계열사의 상무로 승진해 복사냉난방시스템 개발 등 B그룹의 기술개발 및 관리, 전산관리 업무를 총괄하다가 대표이사와 갈등을 빚어 2010년 10월 퇴사했다. A씨는 같은 해 4~5월 C사 등 B그룹의 계열사 5곳에서 개발하는 밸브의 도면과 각종 실험결과, 영업현장 리스트, 원가 및 판매가 가격표 등을 담고 있는 파일 등 298개를 포함한 자료들을 그룹 전산실로부터 지급받은 1TB 대용량 하드디스크에 무단으로 복사하여 보관하고 있다가 퇴사하면서 각 자료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아니한 채 각 자료가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가지고 나왔고, 2010년 12월 D사에 입사했다. A씨는 반출한 자료 중 5개를 2010년 1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D사 직원 3명에게 이메일로 보내기도 했다. 이에 C사 등 B그룹의 계열사 5곳이 A씨와 D사를 상대로 모두 10억 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2014가합589454)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재판장 염호준 부장판사)는 4월 24일 "A씨는 원고들에게 1억 736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D사와 A씨는 연대하여 원고 중 2개사에 1억 1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15도17628 등)을 인용, "회사 직원이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회사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한 경우에, 그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어 있지 아니하여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통상 입수할 수 없고, 그 자료의 보유자가 그 자료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인 것으로서 그 자료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면, 이는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한 행위로서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또 "회사 직원이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적법하게 반출하여 그 반출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도, 퇴사 시에 그 영업비밀 등을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러한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반출한 298개 자료 중) 296개 자료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어 있지 아니하여 원고들 임직원을 통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통상 입수할 수 없고, 원고들이 그 자료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인 것으로서, 그 자료의 사용을 통하여 피고 D사와 같은 경쟁업체가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므로, 피고 A씨가 원고들 서버 및 PC에 저장되어 있던 위 296개 자료를 무단으로 복제하려 반출하고, 그 중 위 4개 자료에 대해서는 피고 D사 측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전송까지 한 행위는 민법 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어서 피고 A씨는 원고들에게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개 자료에 대해서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D사에 대해서도, A씨의 D사 직원들에 대한 이메일 전송과 관련, "민법 756조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 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여질 때에는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라며 "피고 A의 위와 같은 이메일 전송행위는 외형상 객관적으로 피고 D사의 사업 활동과 관련된 것으로서 사무집행에 관한 행위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D사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재판부는 "D사는 A씨와 연대하여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D사는 A씨에 대한 관리감독의무를 다하였으므로 사용자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피고 A가 무단으로 유출한 자료들을 D사의 직원들이 취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은 구체적인 손해액의 인정. 재판부는 "영업상 주요 자산인 자료를 취득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영업상 주요 자산인 자료가 가지는 재산 가치이고, 재산 가치는 영업상 주요 자산인 자료를 가지고 경쟁사 등 다른 업체에서 제품을 만들 경우, 영업상 주요 자산인 자료로 인하여 기술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이 감소되는 경우의 그 감소분과 나아가 영업상 주요 자산인 자료를 이용하여 제품생산에까지 발전시킬 경우 제품판매이익 중 영업상 주요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을 경우의 차액으로서 그러한 가치를 감안하여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형성될 시장교환가격"이라고 전제하고, 292개 자료의 재산 가치는 각 100만원, 1개 자료는 1억원, 나머지 3개 자료는 각 1000만원으로 정해 손해액을 산정했다. 다만, 원고들이 위 자료를 공유폴더 내에 방치해 놓아 누구라도 위 자료들을 열람 · 복제할 수 있었던 점, 위와 같은 유출 및 전송행위 당시 기밀누설금지의무를 명시하고 있는 원고들의 취업규칙은 시행되지 않았고, 문서관리규정 및 보안관리지침이 적법하게 시행되었는지도 불분명한 점 등을 고려, 피고들의 책임을 90%로 제한했다.

한편 A씨는 업무상배임 및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항소심에서 업무상배임에 관해 징역 1년 6월의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다. A씨가 D사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5개 자료는 비밀로서 관리되지 않았으며 일부 자료는 영업상 주요한 재산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부 업무상배임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