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헤드헌팅업체 통해 채용내정 통지했다가 취소…부당해고"
[노동] "헤드헌팅업체 통해 채용내정 통지했다가 취소…부당해고"
  • 기사출고 2020.05.1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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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전형절차 거쳐 채용 통지하면 근로관계 성립"

기업이 헤드헌팅업체를 통해 채용내정을 통지한 후 일방적으로 채용을 취소했다면 해고에 해당, 해고사유와 서면 통지 등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부당해고라는 판결이 나왔다.

의류 수출입과 화장품 수출입 및 도소매업 등을 하는 A사는 2018년 2월경 한 헤드헌팅업체에 온라인 화장품사업 해외마케팅 업무를 담당할 인력의 채용을 의뢰했고, 2017년 11월부터 다른 회사에서 화장품 마케팅과 수출 업무를 담당하며 근무하고 있던 B씨도 비슷한 무렵 이 헤드헌팅업체에 구직을 의뢰했다. 이 헤드헌팅업체의 장 모 실장이 2018년 3월 2일 B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A사의 사업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서 A사의 화장품사업 마케팅을 총괄하는 사업부장 직무를 제안하였고, B씨는 같은날 장씨에게 긍정적인 의사를 표시하면서 이력서를 송부했다. 장씨는 B씨에게 A사와의 면접일정을 알려주었고, B씨는 같은해 3월 9일과 21일 A사의 대표이사, 부회장과 면접을 보았다. A사 대표는 3월 23일 오후 1시 13분쯤 헤드헌팅업체의 장 실장에게 "B씨 처우입니다. 연봉 1억, 인센티브: 사업 영역에 따라 성과수익의 5~10%(매출건, 브랜드 위탁 개발건 모두 포함), 직함: 코스메틱 사업본부장(브랜드 사업 총괄이사), 추후 자회사 분리 시 대표이사 위촉 및 스톡옵션 지급, 4대 보험 · 정규 월차 · 정규 하계휴가, 법인카드 · 통신비 · 유류비 지급, 당사 패션브랜드 할인 및 무상 지급, 입사희망시기: 2018년 6월 초~중순. 본인에게 전달바랍니다. 의견 있음 회신 받아주세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장씨는 같은날 오후 3시 3분쯤 B씨에게 'A사 최종합격 및 처우안내'라는 제목으로, A사에 최종합격한 것을 축하한다는 내용과 함께 이와 같이 A사 대표가 명시한 각종 근로조건의 내용을 전달하는 이메일을 보냈고, B씨는 오후 3시 48분쯤 장씨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입사는 6월 1일로 알겠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장씨는 다시 A사 대표에게 "B씨 오퍼 수락하였고 입사일은 6월 1일로 얘기합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B씨는 2018년 4월 30일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했다.

그런데 A사 대표는 B씨의 입사가 2주 정도 남은 5월 15일 헤드헌팅업체의 이사에게 "B씨 아직 퇴직 전이면 저희 쪽 입사를 하반기로 조정 가능할지요? 현재 화장품 업무에 진도가 늦고 실무진도 주요 담당 선발이 안 되어 B씨가 오셔도 좀 열악한 상황입니다. 죄송하지만 본인에게 그렇게 전달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A사의 조 모 과장이 5월 24일 B씨에게 '연봉: 6000만원(월 급여 500만원), 영업성과급(매니지먼트 분야): (총 매출액-대행사수수료-매출책임금액 20억원)×지급율 1.5%, 특별성과급(매니지먼트 이외): 회사의 경영성과에 따른 지급, 주유비 월 20~30만원 지원'으로 변경된 계약조건에 관한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 B씨가 조 과장에게 전화해 이메일의 연봉 금액이 잘못된 것이 아닌지 항의하자 조 과장은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된 내용이라는 취지로 답변하였고, 5월 30일 헤드헌팅업체를 통해 A사가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취지의 연락을 받은 B씨는 A사가 부당하게 채용을 취소하였다고 주장하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가 모두 B씨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자 A사가 중노위를 상대로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2019구합64167)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그러나 5월 8일 "이유 없다"며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이현이 피고보조참가한 B씨를 대리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00다25910)을 인용, "근로계약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근로기준법 2조 1항 4호) 계약의 체결에 특정한 형식을 요하지 않는 낙성 ‧ 불요식의 계약"이라고 전제하고, "사용자의 근로자 모집은 근로계약 청약의 유인에 해당하고, 근로자가 요건을 갖추어 모집절차에 응하는 것은 근로계약의 청약에 해당하며, 이에 대하여 사용자가 전형절차를 거쳐 근로자에게 최종합격 및 채용을 통지하면 근로계약의 승낙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현실적인 근로의 제공과 임금 지급이 이루어지기 상당기간 전에 사용자가 채용을 미리 결정하는 이른바 '채용내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며 "따라서 채용내정 통지를 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는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고, 그 후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채용내정을 취소한 것은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사 대표는 참가인(B씨)과 2차례 면접을 거친 후 2018. 3. 23. 헤드헌팅업체를 통해 참가인에게 연봉, 인센티브, 직책 및 직함, 휴가, 비용지원, 차량지원 및 입사희망시기 등을 포함한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정하여 전달하였고, 참가인은 헤드헌팅업체를 통해 그와 같은 근로조건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입사희망일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였다"며 "이는 주요 근로조건이 정해진 상태에서 근로계약에 관한 청약과 승낙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 헤드헌팅업체는 기존에도 원고로부터 의뢰를 받아 근로자 채용 업무를 진행한 경험이 있었고, 헤드헌팅업체는 원고의 대표이사가 결정하여 통지한 근로조건을 그대로 참가인에게 전달하고 이를 수락하겠다는 참가인의 답변을 받아 원고에 다시 전달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원고가 당시 어떠한 이의를 제기한 바도 없어 헤드헌팅업체가 A사 대표가 제시한 근로조건을 참가인에게 전달하면서 '최종합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어떠한 잘못이나 오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참가인이 원고에 지원하여 면접절차를 거쳤고, 그 후 원고는 참가인을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외부적 ‧ 객관적으로 표명하여 참가인에게 통지하였으므로, 근로계약의 청약과 승낙이 이루어져 2018. 3. 23.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근로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용자의 채용내정 통지로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면 계약 성립 시부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므로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 채용내정 취소의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23조 1항 또는 24조에 따른 제한을 받는다"며 "기존에 성립한 근로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원고의 2018. 6. 1.자 불합격 통보는 해고에 해당하고, 일방적으로 채용을 취소하면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도 아니하였으므로, 원고가 2018. 6. 1.자 불합격 통보로써 한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에선 A사가 2018. 5. 31. 참가인에게 해외영업에 관하여 컨설팅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일과 그에 대한 대가를 제시할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대하여 B씨가 해당 내용을 답변하면서 '그 어떤 회사 입사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네요. 최선을 다했으니 기도하며 기다리겠습니다'라고 한 것이 근로계약 합의해지 아니냐가 쟁점 중 하나로 제기됐다. 재판부는 그러나 "오히려 참가인은 기존에 원고가 제시한 근로조건과 동일한 기본급 1억원 및 인센티브 5~10%의 조건을 제시하였고, 참가인이 언급한 화장품 사업 관련 해외영업 업무는 기존 근로계약에서 정한 직무와 사실상 동일하며, 원고가 2018. 5. 24.경부터 채용 여부나 채용조건에 관하여 기존의 의사를 번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참가인은 일단 원고의 요구에 따라 답변하고 그에 대한 원고의 회신을 기다리며 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여 불안한 마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일 뿐, 이로써 기존 근로계약을 해지하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A사와 참가인 사이에 성립하였던 근로계약이 2018. 5. 31. 합의해지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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