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로또 1등 당첨 부부의 비극
[형사] 로또 1등 당첨 부부의 비극
  • 기사출고 2020.05.12 08: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원지법] 남편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아내에 징역 12년 선고

남편이 로또 1등에 당첨되었으나 부인에 의해 살해되는 비극으로 끝났다.

A(여 · 51)씨는 2000년경 남편과 혼인하였으나 남편이 경제적 능력이 없어 노점상 수입 및 보험금 등으로 생계를 이어오던 중, 남편(당시 59세)이 2019년 1월경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어 약 7억 80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남편이 이후 돈에 집착하면서 약 1년간 지속적으로 폭언을 일삼고 무시하자 앙심을 품게 되었다. A씨는 2019년 12월 23일 오후 1시 20분쯤 창원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언니, 남편과 함께 집수리 문제 등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다가 남편이 자신과 상의도 없이 대출을 받아 경남 창녕군에 땅을 구입하였다는 이유로 남편과 말다툼을 하였고, 이에 흥분한 남편이 다용도실에 있던 둔기를 들고나와 위협하자, 남편의 손을 입으로 깨물어 둔기를 빼앗은 다음 남편의 머리 부위를 1차례 내리치고, 계속해서 바닥에 쓰러진 남편의 머리부위를 20회 가량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창원지법 형사2부(재판장 이정현 부장판사)는 5월 7일 A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 징역 12년을 선고했다(2020고합6).

A씨는 재판에서 "남편을 살해하려는 고의가 없었다. 설령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남편이 둔기를 들고 위협하던 상황에서 이를 방어하기 위해 둔기를 빼앗아 휘두른 것이므로, 형법 21조 2항의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살인 고의 인정

재판부는 그러나 "살인죄에서 살인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충분하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가능성 또는 위험성이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였거나 예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범행을 감행함으로써 위 결과 발생을 의욕하였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어 "당시 피고인은 어렵지 않게 피해자로부터 둔기를 빼앗아 피해자를 제압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그렇다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둔기를 빼앗아 잡아든 때에 이미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침해행위는 완전히 종료되었다고 판단되는데, 피고인은 둔기를 다른 곳에 은닉하거나, 피해자를 피해 현장을 떠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고, 둔기를 빼앗아 들게 되었음을 기화로 곧바로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1회 때려 넘어뜨렸고, 당시에는 피고인이 위해를 입을 급박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피고인은 계속하여 양손으로 둔기를 들고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강하게 내리치고, 곧이어 피해자가 의식을 잃어 움직임이 없자 이불로 피해자의 머리에 덮어 얼굴을 가린 후 계속하여 둔기로 때렸다"며 "피고인이 위와 같이 둔기로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약 20회나 내리친 것은 방위의사에 기한 것이라기보다는 피해자에 대한 분노의 감정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행위라기보다는 피해자의 완전하고 확실한 절명을 위해 치명상을 가할 정도로 매우 강력하고 확고한 살해의 범의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과잉방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하여 남편에게 심장 마사지를 하려고 하자 다시 흥분하여 둔기를 들고 남편을 때리려고 하였고, "니 때문에 내가 1년 동안 힘들었다, 다 때려 죽이고 싶다"라고 고함을 치고, 구급대원이 A씨를 말리자, "내 눈 돌았으니까 건드리지 마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