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18년 경력 삼성화재 보험설계사가 보험금 사기…삼성화재도 50% 책임"
[보험] "18년 경력 삼성화재 보험설계사가 보험금 사기…삼성화재도 50% 책임"
  • 기사출고 2020.05.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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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본래 모집행위와 유사"

18년간 삼성화재해상보험에서 근무한 보험설계사가 고객에게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속이고 보험금을 받아 가로챘다. 법원은 비록 보험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더라도 삼성화재에 50%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구리시에서 쭈꾸미 식당을 운영하는 A(여 · 당시 52)씨는 2016년 9월 20일경 알고 지내는 삼성화재 보험설계사 B(61)씨로부터, 일시납으로 돈을 넣으면 3년 후에 원금과 이자를 보험금으로 수령하는 보험 가입을 권유받고, B씨가 업무에 사용하는 태블릿PC를 열고 질문하는 여러 항목에 답변하고 주의사항을 들은 다음 이 태블릿PC 화면상에서 가입신청서에 서명했다. A씨는 다음날인 9월 21일 보험금 1억 5000만원을 B씨의 개인계좌로 송금했다. B씨가 보험 가입을 권유하면서 "보험료를 삼성화재 계좌로 입금하면 내 실적이 올라가지 않아 배당금을 받을 수 없으니 내 계좌로 입금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B씨는 삼성화재의 대표이사 직인이 날인된 보험증권과 삼성화재 명의의 영수증을 A씨에게 준 후 보험 가입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200만원을 B씨에게 지급했으나 전날 A씨가 작성한 가입신청서 중 계약자 보관용은 주지 않았다. 또 보험증권과 영수증은 모두 위조된 것이었다.

B씨는 삼성화재와 이 보험계약의 체결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고, A씨로부터 보험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1억 5000만원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보험금 명목으로 받은 돈을 반환하는 등의 용도로 소비했다. 

결국 B씨는 A씨를 포함한 다수의 고객들에게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속이고 보험금 명목으로 상당한 금원을 편취한 사실에 대하여 수사기관에 자수했다. 이러한 소식을 들은 A씨도 2017년 12월 B씨로부터 1억 5000만원을 편취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고, 편취금 1억 5000만원 중 자신의 과실비율을 공제한 나머지 9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삼성화재를 상대로 소송(2018가단5003949)을 냈다. 삼성화재는 법규위반의 사고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B씨에 대한 보험설계사 위촉을 2018년 1월 26일자로 해지했으며, B씨는 2018년 5월 사기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7년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다.

삼성화재는 재판에서 "B가 삼성화재를 위하여 보험법업 102조의 모집행위를 했다고 할 수 없고, 원고는 B가 원고로부터 받아간 돈으로 피고의 보험상품에 가입하지 않았음을 알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알지 못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며 면책을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영일 판사는 그러나 원고의 과실을 50% 인정, "삼성화재는 A씨에게 7500만원을 지급하라"고 2월 27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조태욱 변호사가 A씨를, 삼성화재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대리했다.

보험업법 102조 1항은 "보험회사는 그 임직원 · 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이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할 책임을 진다. 다만, 보험회사가 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에 모집을 위탁하면서 상당한 주의를 하였고 이들이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을 막기 위하여 노력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 판사는 대법원 판결(2004다45356)을 인용, "보험업법 102조 1항 본문은 '보험회사는 그 임직원 · 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이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민법 756조에 우선하여 적용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여기서 '모집을 하면서'의 뜻은, 보험모집인의 모집행위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그 행위를 외형적으로 관찰할 때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모집인의 본래 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유사하여 마치 그 모집행위 범위 내에 속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행위도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어 "B는 보험회사인 피고의 보험설계사로서 원고로부터 보험상품을 가입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보험금 상당액을 직접 지급받아 편취하였으므로 그로 인하여 피고와의 사이에 실제로 보험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고, 그러한 결과만을 기초로 보면 결국 B가 원고와의 사이에 그 전단계에서 가졌던 보험상품의 가입 권유 및 보험계약 체결을 가장한 설명과 가입신청서의 작성 등의 행위는 보험 모집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보험업법 102조 1항 본문이 규정하는 보험회사의 책임은 민법 756조의 사용자 책임의 한 유형이자 특별규정으로서 일정한 범위 내에서 행위의 외관을 기초로 그것이 직무상의 행위라는 외관을 형성하는데 기여하거나 그에 책임이 있는 사용자에게 사실상의 피용자가 그러한 행위를 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여 거래의 안전과 실질적 손해배상을 담보하고 더 나아가 그 부담의 형평을 도모하고자 하는 제도이므로,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 즉 B는 1998. 5.경부터 피고의 보험설계 영업 담담 영업사원으로 시작하여 이 사건 보험상품의 판매와 관련된 편취 행위를 한 2016. 9.경까지 약 18년간 피고 회사에 계속 근무하였으며 당시 나이가 61세로서 피고 회사의 경기도 구리사업팀 팀장이라는 일정한 부서의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것으로 외관상 보이는 지위에서 원고에게 이 보험상품에 대한 가입을 권유한 점, 또한 B는 업무에 사용하는 태블릿컴퓨터를 열어서 원고에게 보험상품에 대하여 설명하고 가입에 필요한 질문을 하였으며, 가입신청서에 원고의 서명을 받아서 통상의 가입절차를 밟은 점, B는 원고로부터 편취금을 지급받은 이후에 위조된 영수증과 보험증권을 원고에게 교부하였고, 보험증권은 원고에게 가입을 권유한 보험상품에 관한 것이며 피고 회사 대표이사의 직인이 날인된 외관을 가지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B의 원고에 대한 이 보험상품과 관련된 허위의 가입 권유 및 계약 체결, 보험금액 상당의 금원의 수수 등의 행위는 보험모집인의 모집행위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그 행위를 외형적으로 관찰할 때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모집인의 본래 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유사하여 마치 그 모집행위 범위 내에 속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의 고의 또는 중과실 여부와 관련, "B가 18년간이나 지속하여 피고 회사의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면서 팀장이라는 책임 있는 직책을 맡고 있었으며 이러한 지위 등을 기반으로 원고가 가입한 사회 봉사단체의 장을 맡는 등 신뢰할 수 있는 외관을 형성하고 있었으므로 B가 정상적인 업무로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기에 충분하였고, 더욱이 원고는 B가 피고 회사의 보험설계사로서 권유하고 계약 체결 절차를 담당한 피고 회사의 자동차보험 상품에 2회나 가입하여 정상적인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으므로, B가 같은 직책에서 이 사건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가입을 권유하는 상황에서 그것이 정상적인 보험계약이 아니고 보험금을 편취하려는 의도하에 하는 예외적인 행위라고 파악하거나 예측하기는 어려웠다고 할 것이고, 절차상으로도 B로부터 이 사건 보험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가입신청서를 작성하는 단계까지 밟았으므로 비록 보험금을 피고회사의 계좌가 아닌 B 개인의 계좌로 송금하고, 이후에 계약자용 청약서를 B로부터 교부받지도 않았으며, 보험에 가입한데 대한 사례로 2,000,000원을 받았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통상의 보험계약에서 볼 수 없는 고율의 이자 지급을 약속받거나 피고 회사와 무관하게 B와 사적 금융거래 계약을 체결하고자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B의 행위가 본래의 모집행위에 관한 권한을 벗어난 행위라는 사정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피고의 면책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2011다88306 등)에 따르면, 보험모집인의 행위가 외형상 모집행위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도 보험모집인의 행위가 모집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보험회사에 대하여 보험업법 102조 1항에 따른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 

재판부는 다만, "보험회사가 보험업법 102조에 따라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경우에도 보험계약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손해금액을 정함에 있어 마땅히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원고가 최초에 이 보험상품의 만기를 계약일로부터 3개월 후로 알았다는 것이나, 이는 이 보험상품의 계약기간인 3년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서 원고가 계약의 목적과 대상에 대하여 충분히 파악하고 사려 깊은 판단을 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위 150,000,000원을 보험금으로 알고 송금하는 이상 원칙에 따라서 계약 당사자인 피고 회사에 송금하였거나 피고 회사에의 송금을 위한 정보를 B에게 지속적으로 요청하였더라면 편취가 미수에 그쳤을 가능성이 있는 점, 계약자에게 교부하여야 하는 가입신청서를 교부받지 않고 방치하였고, 피고 회사에는 어떠한 문의도 하지 아니하였던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 원고의 과실비율을 50%로 보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