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경기 침체시 발생할 수 있는 부당지원 리스크와 주의점
[리걸타임즈 칼럼] 경기 침체시 발생할 수 있는 부당지원 리스크와 주의점
  • 기사출고 2020.05.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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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등 경기 침체때마다 부당지원 사건 증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한편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상황으로 발전할 징후가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단 경기침체기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경기침체기에는 기업들은 평소보다 더욱 재무구조를 개선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이를 위하여 구조조정 등의 활동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 때 놓치기 쉬운 이슈 중 하나가 공정거래법상의 부당지원 이슈이다.

◇정영식(좌), 공유식 변호사
◇정영식(좌), 공유식 변호사

공정거래위원회 통계를 살펴보면, 부당지원에 관한 사건은 1998년부터 2001년에 다른 때보다 상당히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이 단행한 여러 구조조정 조치와 관련이 있다. 물론 이는 ①부당지원에 관한 법리가 정립되기 전에 공정위가 행한 엄격한 법집행, ②공정거래법 위반에 관한 리스크 검토의 불충분 등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기는 하지만, 경기침체시 이루어지는 구조조정 과정에는 부당지원 이슈가 상당히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한 것이다.

이러한 부당지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에 주의하여야 할까? 법원 판례 및 공정위 법집행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간접거래도 부당지원 문제될 수 있어

첫째, 지원주체와 지원객체 간에 직접적인 거래가 없는 간접거래 사안의 경우에도 부당지원이 문제될 수 있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관련 계열사들뿐만 아니라 투자자나 투자위험을 절연하기 위한 SPC 등 다양한 당사자가 관여되기 때문에 계열사 사이에는 직접적인 거래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당지원 리스크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외환위기 당시 대표적 부당지원 사건 중 하나인 대우자판 사건이다. 대우 등(지원주체)은 1997년경 국내 자동차 내수시장이 침체되자 소속 임직원이 대우자판(지원객체)으로부터 대우자동차를 구입하는 경우 자동차구입대금을 무이자분할상환조건으로 대출해 주었고, 임직원은 이를 이용하여 대우자판으로부터 대우자동차를 구매하였다. 지원주체와 지원객체 간에는 직접적인 거래관계없이 지원주체와 임직원 간의 무이자대출거래, 임직원과 지원객체 간의 자동차매매거래만 존재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대우 등이 대우자판에게 자동차구입대금에 대한 적정이자 상당액(약 101억원)을 부당지원(자금지원)한 것이라고 보았고, 법원은 "지원주체가 지원객체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지원행위를 하되 지원주체와 지원객체 사이의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상품거래나 자금거래행위라는 형식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3자를 매개하여 상품거래나 자금거래행위가 이루어지고 그로 인하여 지원객체에게 실질적으로 경제상 이익이 귀속되는 경우에는 자금지원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공정위 처분의 정당성을 긍정하였다(대법원 2004. 10. 14. 선고 2001두2881 판결).

거래의 실체적 측면이 중요

둘째, 거래의 법적 형식보다는 거래의 실체적 측면이 중요하다. 이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간접거래이더라도 부당지원이 성립할 수 있다는 논리와 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A사가 재무상태의 개선을 위하여 계열사인 B사의 신용보강을 받아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려고 할 때, B사가 무상의 채무보증을 한다면 부당지원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B사가 채무보증 대신 총수익스왑(TRS: Total Return Swap), 옵션계약 등 형식적으로는 경우에 따라 자신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는 거래방식을 이용한다고 하여 이러한 리스크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거래의 법적 형식보다는 그 실체적 측면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역시 외환위기 당시의 대표적인 부당지원 사건인 SK글로벌 사건이 참고가 될 수 있다. SK증권(지원객체)은 J사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유상증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J사는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옵션을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SK글로벌아시아 등(지원주체)은 1999년경 J사와 사이에, J사가 인수한 SK증권 주식을 인수금액에 연 복리 5.5%의 이자를 더한 금액으로 매입할 수 있고(콜옵션), J사는 2~3년 후에 위 주식을 SK글로벌아시아 등에게 같은 금액으로 매도할 수 있는(풋옵션) 내용의 옵션계약을 체결하였다. 즉, 형식적으로만 보면, 향후 SK증권의 주가가 옵션계약에서 정해진 행사금액보다 높아진다면 지원주체에게 오히려 이익이 될 수도 있는 거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이를 SK증권을 위한 부당지원(자금지원)이라고 보아 시정조치 및 과징금부과명령을 하였고, 법원 역시 위 옵션계약 체결 당시 SK증권이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기업경영개선명령을 받아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이어서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SK글로벌아시아 등과 같이 아무런 대가없이 위 옵션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었던 점 등을 중시하여, 위 옵션계약은 SK글로벌아시아 등이 SK증권 주가등락에 따른 위험가치 상당의 경제적 급부를 SK증권에게 제공한 부당지원(자금지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5두10866 판결).

거래조건 사전평가 고려해볼 만

결국 어떠한 거래의 법적 형식뿐만 아니라 거래의 실체적 측면을 살펴보았을 때, 당해 거래가 지원주체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고 지원객체에게만 이익이 되는 지원성 거래가 아니라, 이익의 균형이 유지되는 합리적 거래라는 점이 소명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외부의 독립된 전문기관으로부터 객관적인 가치를 평가받고 이에 기초하여 거래조건을 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독립적이고 충실한 경영판단이 필요하다.

구조조정성 거래는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통상적인 상품 · 용역거래와 달리 정상가격 산정을 위한 유사거래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앞에서 살펴본 SK글로벌 사건의 예를 들면, SK글로벌아시아 등이 참여한 옵션계약의 가치는 SK증권 주가의 장래 변동에 영향을 받게 되는데(주가가 연 5.5% 이상 상승하지 않으면 옵션 계약의 가치가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거래시점에 장래의 주가 변동성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독립적 · 충실한 경영판단 필요

이러한 경우 도움이 되는 것이 독립적이고 충실한 경영판단이다. 지원의도, 즉 지원주체가 지원객체를 지원하려는 의도가 부당지원의 독립적 요건 중 하나인지, 아니면 부당지원의 요건 중 하나인 부당성(지원객체가 속하는 관련시장에서 경쟁이 저해되거나 경제력 집중이 야기되는 등 공정한 거래가 저해될 우려)을 판단하기 위한 여러 고려요소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인지에 관하여는 논란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거래가 그룹의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관련 회사의 독립적이고 충실한 경영판단에 따라 당해 거래가 회사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합리적 신뢰 하에 행해진 것일 뿐, 일방적인 지원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즉 지원의도가 없었다면 부당지원에 해당할 리스크가 낮아지는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어떠한 구조조정성 거래에 참여하려는 회사는 합리적인 범위에서 최대한의 정보를 수집하고, 상법, 정관, 이사회규정 등이 정하는 바에 따라 관련 자료를 이사회에 공개하여 숙고 및 결의를 거치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당지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지혜도 함께 필요한 때이다.

정영식 · 공유식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youngshik.jung@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