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시행에 거는 기대
[리걸타임즈 칼럼]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시행에 거는 기대
  • 기사출고 2020.05.0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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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 보호…금융강국 실현 계기 되길"

지난 3월 24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이 제정(制定) 공포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금융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2011년 최초의 정부안이 입법예고된 이래, 18대와 19대 국회에 제출되었던 법안이 임기종료로 자동 폐기되기를 반복하였다가, 20대 국회 말기에 이르러 제정된 것이다.

약 10년 만에 입법 완료

20대 국회에 4개 의원 제정안과 1개 정부 제정안, 그리고 6개 관련 개정안이 제출된 바 있다. 2019년 대규모 해외금리연계 DLF 투자손실 사태로 인하여 금소법의 조속한 입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11개의 법안 내용이 통합 · 조정되어 2019년 11월 말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였고, 올해 3월 5일 본회에서가결된 것이다. 제정 금소법은 내년 3월 25일부터 시행된다(금융상품자문업 등 관련 조항은 2021년 9월 25일부터 시행).

◇조치형 변호사
◇조치형 변호사

이 법의 제정 배경에는, 2010년대 저축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사태나 환차손 회피용 파생상품 판매로 대규모 환손실이 초래된 키코(KIKO) 사태, 최근 해외금리 파생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DLF 사태 등이 있다.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 등으로 인해 발생했던 수천억원 내지 수조원대의 금융손실 사태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그런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는 법적 제도를 필히 마련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생각된다.

국제적으로는 2011년 10월 OECD 차원에서 G-20 금융각료(Finance Ministers) 회의에서 '금융소비자 보호(Financial Consumer Protection)'를 위한 상위원칙(High-Level Principles)이 제기되어, '감독기구의 역할(Role of Oversight Bodies)', '소비자의 공정 타당한 대우(Equitable & Fair Treatment of Consumers)', '책임 있는 영업행위(Responsible Business Conduct of Financial Services)' 등이 논의되고 있었다.

소비자 관련 사항 폐지-통합

날로 금융산업이 복잡화 · 첨단화(예컨대 FinTech)하고 글로벌화 되는 금융환경에서, 금융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 더욱 어려워지게 됨에 따라, 적정한 법과 규제 그리고 금융교육 등 권익보호 법제를 갖춤으로써, 금융상품 분야에 건전한 질서를 수립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해야 할 국가적인 필요가 부각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입법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하여, 금소법은 종래 금융업 업권(業圈)별로 개별 법률에 의해 규제하였던 소비자 관련 사항들을 폐지-통합하여 일관된 형태의 규제 체제를 갖추었다.

우선 업권별로 은행, 보험, 금융투자업자, 여신전문업자, 저축은행 등의 상대방인 '이용자', '투자자' 혹은 '고객' 등으로 지칭되었던 객체(客體)를 '금융소비자'라는 상위 개념으로 포괄하였다. 나아가 관련 '금융상품'을 예금성-, 투자성-, 보장성-, 대출성 상품으로 분류하고, 금융상품의 판매 채널을 직접판매업자, 판매대리 · 중개업자, 자문업자로 나누어 이 세 부류를 포괄하는 '금융상품판매업자등'을 정의한 다음, 그들의 '금융소비자'를 상대로 한 '금융상품' 영업활동에 있어 준수할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6대 원칙 전면적 적용

금융상품에 관한 영업에서 준수하여야 할 6대 원칙은 (1)적합성 원칙(부적합한 상품의 권유 금지), (2)적정성 원칙(소비자에게 부적정한 상품인지 여부의 확인 고지), (3)설명의무(금융상품의 중요사항 설명), (4)불공정행위 금지(우월적 지위에 의한 이익침해 금지), (5)부당권유 금지(오인 행위 금지), (6)허위과장 광고 금지이다. 이 원칙들은 '동일기능-동일규제'의 원칙하에 전면적으로 적용된다(단 일부 적용 예외가 있음).

금소법은 위와 같이 통합적이고도 일관된 영업 규제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있다. 특히 이와 같은 규제 체제는, 종래 금융산업내 업권별로 존재하였던 규제의 '공백'이나 '격차'로 인하여 발생하는 '규제 차익(差益)'(Regulatory Arbitrage)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컨대 자본시장법은 위 6가지원칙을 담고 있었으나, 은행법은 적합성 및 적정성 원칙, 부당권유행위 금지(설명의무는 판례로 인정)를 빠뜨리고 있었는데, 금소법의 시행으로 그와 같은 소비자보호 공백이 해소되게 된 것이다.

한편 '금융상품판매업자등'이 영업상 준수할 원칙 외에,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제도들이 확대 도입되었다.

종래 일부 보험상품과 투자자문에만 적용되어 오던 '청약철회권'이, 금소법 시행령으로 정하는 보장성- 대출성- 투자성 상품 판매와 자문업에도 확대 적용되어, 금융소비자의 성급한 판단으로 인한 금융상품의 청약을 일정기간 내에 철회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금융소비자의 분쟁조정 절차에 있어서, (1)'소송중지제도'가 도입되어 금융상품 판매에 관한 분쟁조정이 신청된 사건에 대해 소송이 진행될 경우 법원이 그 소송을 중지할 수 있도록 하였고(소 제기를 통한 분쟁조정 무력화 방지 목적), (2)소비자가 신청한 소액 분쟁(2천만원 이내)의 경우, 분쟁조정 완료 시까지 금융회사의 제소를 금지하는 조정이탈금지제도도 도입되었다.

그 외에도 금융소비자에 대한 금융교육 강화, 금융상품 직접판매업자에게 대리 · 중개업자에 대한 관리책임 부여, 설명의무 위반에 관한 귀책사유 입증책임 전환 등이 도입되었다.

주요 소비자보호 사항으로 금소법의 시행을 앞두고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주목된다.

(1) 위법계약 해지권

위에서 설명한 6대 원칙 중 (1)~(5) 원칙을 위반하여 판매계약이 체결된 경우, 5년 이내로서 시행령이 정하는 기간 동안, 금융소비자는 '위법계약 해지권'을 갖게 되는데, 이에 대해선 논란이 없지 않다.

법적으로 "위법 계약"의 요건 및 법적 효과가 과연 어떻게 되는지 관심이 일고 있는데, 법문상 "해지 요구권의 행사요건, 행사범위 및 금융회사가 해지 요구를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시행령에 위임되어 있어, 결국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가 주목된다. 시행령 내용에 관하여, 입장에 따라 논란이나 불만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일부 보도에서 조항의 모호함 때문에 업계에 다소 혼란이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금소법의 입법취지의 실현을 위해서, 판매업자와 금융소비자 양측의 입장과 학계 법조계의 의견을 청취할 대목이라고 생각된다.

일단, 종래의 손해배상청구가 '불법행위 법리'에 따른 형태가 주류를 이루었던 것을 감안하면, 금소법의 시행에 따라 '계약해지 법리'에 따른 법적 구제가 추가적으로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2) 감독기관의 판매제한 명령권

금융소비자의 재산상 '현저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로서 시행령이 정하는 경우, 금융위원회는 판매업자에 대해 '계약체결 권유의 금지 또는 계약체결의 제한 · 금지'를 명할 수 있다.

이 신설 조항은 영업의 자유를 존중하되 위급할 경우 감독기관에 강력한 명령권을 부여하는 조항이다. 그런데 이 조항의 적절한 활용 여부가 주목받을 것 같다. 최근 DLF 사태와 같은 사례에서 현저한 피해를 발생할 우려가 있는 금융상품의 판매를 중지시킬 수 있게 되었지만, 이 명령권은 요건이 엄격하고 가능한 명령의 형태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실제로 발동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점이 주목된다.

(3) 징벌적 과징금 vs 징벌적 손해배상

의원 입법안에 포함되어 있던 '징벌적 손해배상'은 수용되지 않았고, 판매원칙 위반시 판매업자의 관련 수입의 50%까지 박탈할 수 있는 '징벌적 과징금'이 도입되었다.

'징벌적 과징금'은 위법한 수익을 박탈하는 것이지만 피해자의 손해 보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피해 입은 금융소비자는 부과되는 과징금이 얼마나 '징벌적 효과'가 있는지 주목하게 될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우리나라에도 이미 제조물책임법, 개인정보보호법, 하도급거래 공정화 관련 법 등에 도입되어 있는데, 고의 또는 중과실 등 악의적인 행위로 중대한 피해가 야기된 경우, 피해의 규모, 위반행위의 기간, 사후적 사실은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실 손해의 최대 3배까지 배상을 명할 수 있는 제도로서, 이는 악의적인 위법 행위를 방지할 효과적인 징벌적 규제로 이해되고 있다.

금융의 공공적 성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나, 금융산업과 타 산업 사이에 소비자 보호의 관점에 ‘규제차익’이 존재하게 되었는데,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

역대급 대규모 손실 사태들을 반추해 볼 때, 다소 늦었고 미흡하지만, 금소법이 제정된 만큼 금융소비자 보호 규제가 적정하게 작동하고 새로 도입된 제도들이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정착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국민의 복지와 국가의 자원으로 활용되어야 할 막대한 금융자산이, 금융상품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섣부른 판단, 혹은 '금융상품판매업자등'의 불완전 금융상품 판매 혹은 기망적 자산운용으로 인하여, 국내에서 물거품처럼 소실되거나 해외로 유출되는 사태들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소법이 규정하고 있는 영업에 관한 원칙 준수,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정책의 구현, 위법행위로 인한 소비자 손해에 대한 엄정한 배상 실시, 적정하고 신속한 분쟁해결절차 등을 통하여, 금융소비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우리 의료체계 수준에 대해 세계적인 자부심을 느끼는 요즘인데, 금융 분야에서도 금융소비자 보호법의 시행으로 금융상품 판매질서가 한층 고양됨으로써 자랑스러운 금융강국이 이룩되길 기대한다.

조치형 변호사(법무법인 충정, chcho@hmplaw.com)

◇조치형 변호사는 누구=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조치형 변호사는 1984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군 법무관으로 근무한 후 삼성그룹 상임법률고문실에서 기업내 변호사로 경력을 쌓았다. 1998년부터 법무법인 충정에서 기업의 조직, 운영, 투자, 금융, 국제거래 전반에 걸쳐 폭넓게 자문을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자산유동화 등 구조화금융과 Fund 관련 부실한 투자운용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등의 사건에서 많은 성공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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