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코로나19와 PEF 시장
[리걸타임즈 칼럼] 코로나19와 PEF 시장
  • 기사출고 2020.05.06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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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재무안정 PEF · 세컨더리 투자 활성화 기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PEF 시장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시장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여행, 숙박 및 식음료 업종 등에 투자한 PEF들은 투자대상기업의 급격한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마스크, 화장지, e커머스 및 택배 업종 등에 투자한 PEF들은 투자대상기업의 '코로나 특수'로 인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

e커머스, 택배 업종은 긍정적

또한 대형 PEF 운용사에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자금을 유치하며 수조원을 웃도는 대형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하고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섣불리 투자를 못하고 있고, 중소형 · 신생 독립계 PEF 운용사들도 안정적인 자금 유치가 가능한 LP 주관 콘테스트에만 열을 올리고 있을 뿐 역시 마땅한 투자처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안중성 변호사
◇안중성 변호사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 기업 구조조정과 코로나19 사태로 주목받는 산업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기업 구조조정 관련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출 급감과 수익성 악화 등의 충격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연이어 구조조정 시장에 나올 수 있고, 이에 따라 기존에 PEF가 투자한 기업들을 다른 PEF가 다시 되사가는 세컨더리(secondary) 투자도 다양한 방법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전망에 기초하여, 코로나19 사태가 국내 PEF 시장에 미칠 영향을 몇 가지 분석해 보고자 한다.

우선 PEF 중 구조조정에 특화된 기업재무안정PEF를 통해 구조조정 시장에 나온 기업들에 대한 다양한 방법의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재무안정PEF는 주로 부실징후기업, 구조개선기업 등에 투자함으로써 해당 기업들의 재원조달 및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재무안정을 지원하기 위하여 2010년 유효기간 3년으로 한시적으로 도입되었다가 2013년 자본시장법의 개정으로 일몰이 3년 추가 연장된 이후 상시적인 구조조정 대응을 위해 2016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상시화되었다.

2016년 법 개정으로 상시화

기업재무안정PEF는 일반 PEF 재산운용에 관한 자본시장법 제249조의12의 제한을 받지 않으므로, 운용자산을 반드시 '경영권 참여목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기업재무안정 PEF는 부실징후기업, 구조개선기업 등 재무구조개선기업(자본시장법 제249조의22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271조의27 제3항에서는 재무구조개선기업의 요건을 정하고 있다)에 대하여, 증권 · 대출채권 등의 투자, 부동산 매매, 자금의 대여 및 지급보증 방식의 투자가 가능하므로, 코로나19 사태로 채무불이행, 각종 채권의 미회수 등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에 대해 그 수요를 맞춘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기업재무안정PEF는 일반 PEF와 같이 증권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므로, 주식과 CB, BW 등과 같은 메자닌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재무구조개선기업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반 사채에 대한 투자도 가능하다. 또한 기업재무안정PEF는 재무구조개선기업이 채무자로 있는 대출채권, 채권에 대한 투자도 가능하므로 만기가 도래한 NPL을 인수하여 재구조화를 진행할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자금의 대여 및 지급보증까지 가능하여 일반 PEF와는 달리 재산운용에 제한이 거의 없다. 아울러 기업재무안정PEF는 CB, BW 등과 같은 메자닌에 투자하였더라도 이를 2년 이내에 전환 내지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제한이 없어 재무구조개선기업에 대한 인내자본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할 수 있다. 또한 일반 PEF와 달리 별도의 투자목적회사를 설립하지 않더라도 금전의 차입 및 채무보증이 가능하여 일반PEF에 비해 재산운용이 더 수월하다. 이러한 기업재무안정PEF는 정부가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기간산업 안정기금 운용과정에 강력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투자대상기업에 투자한 PEF 자체를 인수하는 소위 'PEF 매매'로 인한 PEF 유통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세컨더리 투자는 기존에 PEF가 투자한 기업들을 다른 PEF가 다시 되사가는 방식인 데 반해, PEF 유통시장에서의 PEF 매매는 부실화된 PEF의 GP(General Partner, 무한책임사원 겸 업무집행사원) 지위를 다른 PEF 운용사가 양수하여 당해 PEF 자체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PEF 매매는 GP의 출자지분 양수라는 작은 거래로 PEF의 투자대상기업에 대한 지배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실상 투자대상 자산 전체를 양수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PEF 매매 활성화 기대

자본시장법에서는 정관으로 정한 경우 사원 전원의 동의를 받아 GP의 지분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며(자본시장법 제249조의17 제1항), 그동안 국내 PEF 시장에서도 위와 같은 GP의 출자지분 양수도거래, 즉 PEF 매매거래가 종종 있어 왔다. 이에 투자대상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덩달아 부실화된 PEF를 GP로서 운용하는 데 부담을 갖는 기존 PEF 운용사 입장에서는 할인율을 적용하여서라도 LP(유한책임사원)와 달리 무한책임을 지는 GP로서의 지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수요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저평가된 자산의 투자 및 운용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다른 PEF 운용사의 수요와 맞아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향후 PEF 유통시장에서의 PEF 매매 거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끝으로 투자대상기업의 오너(owner)와 PEF 사이에 분쟁발생 가능성이 높아짐과 동시에 세컨더리 마켓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PEF의 옵션부 투자를 광범위하게 규제하던 옵션부 투자 모범규준이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금전대여성 투자행위로 평가되는 단순 기간경과 풋옵션 투자는 제한되므로, 많은 PEF들이 투자에 따른 하방위험을 방지(down-side protection)하기 위해 투자대상기업의 영업실적에 연동하는 옵션부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투자대상기업의 영업실적이 좋지 않게 되고 그에 따라 풋옵션 사유가 많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와 같은 풋옵션 사유가 발생한 투자대상기업 오너 입장에서는 PEF의 풋옵션 행사에 따른 직접 의무이행(투자지분 매수)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가능성이 높고, 좋지 않은 영업실적이 불가항력에 가까운 감염병으로 초래된 것이어서 풋옵션 의무자(대부분 투자대상기업의 오너가 될 것이다)와 권리자(PEF) 사이에 풋옵션 의무이행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풋옵션 의무를 대신 이행해 줄 다른 PEF가 참여할 수도 있고, 현실적으로 풋옵션 행사대금을 전부 회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기존 PEF 입장에서는 저평가된 매물을 탐색하는 다른 PEF에게 적정한 가격으로 투자대상을 매각하고 exit를 서두를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반매각청구권 행사도 늘 수 있어

풋옵션 이외에 동반매각청구권(drag-along right)을 행사하는 PEF도 늘어날 수 있는데, 두산그룹 계열회사인 DICC 사례에서 보듯이 drag-along 행사과정에서 분쟁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경기가 상당히 위축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국내 PEF 시장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PEF 운용사들은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고 기업재무안정PEF 등을 통해 다양한 운용 · 투자전략의 구사가 가능하므로, 국내 PEF 시장은 부정적 영향과 동시에 긍정적 영향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PEF 시장 참여자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안중성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jsahn@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