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왕따 가해 학생 부모도 배상책임"
[손배] "왕따 가해 학생 부모도 배상책임"
  • 기사출고 2020.05.0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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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보호자로서 훈육 · 감독 소홀"

왕따 가해 학생의 부모도 피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부모가 입은 정신적 고통 등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유영일 판사는 4월 9일 왕따 피해를 입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고등학교의 학생 A와 그 부모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가해 학생인 B와 그 부모를 상대로 낸 소송(2019가단5178376, 2020가단2340)에서 "B와 부모는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우울기분을 동반한 적응장애' 진단에 따른 치료비와 위자료 3000만원 등 307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는 1학년 때인 2018년 11월 같은반 학생인 A가 다른 급우들과 같이 있는 것을 보고 "그림 좋다아~"라고 비아냥 거리고, B에게 "쟤 따 ㅋㅋㅋ", "병신", "돼지", "찐따" 등의 비하 발언을 했다. A와 B가 같은반이었던 이 반의 학생수는 모두 28명, 여학생이 20명, 남학생이 8명이었다.

B는 음악시간에 학교 음악실에서 A의 바로 뒷자리에 앉아서 단소 끝으로 A의 뒤통수를 찌르고 단소를 일자로 세워 바람을 부는 방법으로 A의 뒤통수에 침을 뱉고, A가 '아유 입냄새, 아'라고 말하자 "느금마. 친구 없는 새끼야, 너 밥도 혼자 먹는 새끼, 그러니까 반에 밥 먹을 애가 없는 거야, 어떻게 생각해"라고 말하거나, 체육시간에 A에게 "야 우리 반에 친구도 없어서 다른 반 애들이랑 급식 먹는 주제에"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다른 급우로 하여금 교실 공용컴퓨터 화면에 A와 비슷한 이미지의 뚱뚱한 사람들의 사진을 표시하게 한 다음 A를 쳐다보며 크게 비웃고, 그 이미지를 바탕화면 이미지로 저장하게 하기도 했다.

A와 그 부모의 요청으로 열린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 B에게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이수 본인 12시간 및 보호자 5시간, 학급교체 조치처분을 내렸으나, B는 학급교체 처분에 따라 2018년 12월 반을 옮긴 뒤에도 수시로 A의 반을 찾아가고, 2019년에 2학년으로 진급한 이후에도 A의 반을 빈번하게 방문하여 A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에 A와 부모가 B와 부모를 상대로 6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A는 또 B를 모욕 혐의로 형사 고소, B는 2019년 2월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유 판사는 "피고 B는 원고 A와 같은 반에 속한 급우이기는 하나 학내 활동에서의 역할과 급우들에 대한 영향력 면에서 원고 A에 비하여 우월적 지위에 있었다고 보이는데, 뒷자리에 앉아서 보이지 않는 수단을 이용하여 침을 뱉고, 급우들 앞에서는 원고 A에게 욕설을 하거나 그 외모를 동물에 비유하면서 비웃으며 모든 급우들이 보는 상황에서 공용컴퓨터 화면에 뚱뚱한 사람들의 이미지를 검색하여 띄우게 한 상태에서 원고 A를 쳐다보는 등의 말과 행동을 한 것은 원고 A를 비하하고 모욕하며 이러한 부정적 평가와 대우를 공론화하고 확산시키고자 하의 의도하에 반복적으로 행한 행위들로서 원고 A의 인격과 명예감정을 훼손한 위법행위"라고 밝혔다.

유 판사는 나아가 "위와 같이 우월적 지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피고 B가 다른 급우들에게 위와 같이 원고 A에 대한 비하와 모욕적 언사를 통하여 부정적 인식과 혐오를 조장하는 가운데, 원고 A를 가리켜 '졔, 따'라고 말하거나 원고 A가 접근하여 함께 하고자 하는 급우에게는 '그림 좋다아~'라고 말하여 함께 있는 자리를 해산하게 하거나, '친구 없는 새끼, 너 밥도 혼자 먹는 새끼, 그러니까 반에 밥 먹을 애가 없는 거야 어떻게 생각해'라거나 '야 우리 반에 친구도 없어서 다른 반 애들이랑 급식 먹는 주제에'라고 비아냥 거린 것은 원고 A를 교우 관계를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으로 평가하거나 그러한 인식을 기정사실화하여 이를 시인하도록 강요하는 행동으로서 급우들로부터의 고립을 가장 두려워하는 원고 A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현실적으로 원고 A와 급우들 사이의 친교나 소통을 저지하고 방해하는 속칭 왕따를 만드는 행위"라며 "이는 모든 학생이 성적의 우열이나 외모, 자질과 성격 등의 차이 및 이에 따른 개인상호간 선호의 문제와는 별개로, 급우들과의 친교와 소통, 협력을 통하여 동료집단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함께 배우고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받고 동료 집단에서 부당하게 배척당하지 않도록 보호를 받아야 하는 학교 교육 환경의 기초적 조건과 구성원의 인격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 판사는 따라서 "이러한 피고 B의 원고 A에 대한 가해행위는 민법 750조가 정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 B는 그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유 판사는 B의 부모에 대해서도, "피고 B의 부모는 미성년자인 피고 B의 친권자로서 자녀인 피고 B가 학교 생활 중 저지른 위 가해행위의 성격과 지속성에 비추어 이에 대한 훈육 및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고, 특히 피고 B의 부모가 가해자측 부모로서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 직접 참석하여 사건의 경과를 진술하고 파악하였으며 그 심의결과에 따라서 내려진 학급교체 처분의 의미를 부모에게도 내려진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5시간의 특별교육이수의 결과로서 잘 알았거나 알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 B가 학급교체 처분의 취지를 충실히 따르지 아니하고 원고 A의 학급을 자주 방문하여 원고 A와 불필요하게 대면하고 그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위를 하는 것을 방치한 점에서도 그러한 보호자로서의 훈육과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피고  B의 부모는 피고 B와 공동하여 피고 B가 원고 A에게 가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