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종중 유사단체, 실체 증명 안되면 소송 불가"
[민사] "종중 유사단체, 실체 증명 안되면 소송 불가"
  • 기사출고 2020.04.2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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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특정 종중원 배제 목적 아닌지 따져봐야"

공동선조의 후손 중 일부 종원으로만 구성된 종중 유사단체는 그 실체가 증명되어야만 종중 관련 재산에 대한 소송을 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4월 9일 종중 유사단체라고 주장하는 A문중이 한 모씨와 영광군 산림조합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말소 등 청구소송의 상고심(2019다216411)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지산이 피고 측을 대리했다.

전남 영광군 영광읍에 있는 논 7739㎡에 관하여 1932년 12월 매매를 원인으로 하여 'A문중'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으나, 한씨가 이 부동산에 관하여 2016년 8월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같은 해 9월 영광군 산림조합에 근저당권설정등기와 지상권설정등기를 마쳐주었다. 그러나 한씨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는 A문중의 대표자를 사칭한 사람이 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대출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한씨와 공모하여 A문중의 규약과 회의록 등 등기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위조하여 마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원고가 "한씨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원인무효의 등기이고, 그에 터 잡은 근저당권설정등기 및 지상권설정등기 역시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원고가 이 소송의 당사자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원고는 자신의 실체가 고유 종중이 아니라 창녕 조씨 전랑공의 후손 중 영광군에 거주하는 성년 남자로만 구성된 종중 유사단체라고 밝히면서, 이 부동산에 대하여 1932년경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등기명의인 'A문중'과 동일한 단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의 실체가 존재하지 않아 당사자능력이 없고, 이 부동산의 등기명의인과 동일한 단체도 아니라고 다투었다.

대법원은 먼저 "고유 의미의 종중(고유 종중)이란 공동선조의 분묘 수호와 제사, 종원 상호 간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자연발생적인 관습상 종족집단체로서 특별한 조직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고, 공동선조의 후손은 그 의사와 관계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종원)이 되는 것이며 그중 일부 종원을 임의로 그 종원에서 배제할 수 없어, 공동선조의 후손 중 특정 범위 내의 자들만으로 구성된 종중이란 있을 수 없으므로, 만일 공동선조의 후손 중 특정 범위 내의 종원만으로 조직체를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다면 이는 본래의 의미의 종중으로는 볼 수 없고, 종중 유사단체가 될 수 있을 뿐"이라고 전제하고, "종중 유사단체는 비록 그 목적이나 기능이 고유 종중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더라도 공동선조의 후손 중 일부에 의하여 인위적인 조직행위를 거쳐 성립된 경우에는 사적 임의단체라는 점에서 고유 종중과 그 성질을 달리하므로, 그러한 경우에는 사적 자치의 원칙 내지 결사의 자유에 따라 구성원의 자격이나 가입조건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나, 어떠한 단체가 고유 의미의 종중이 아니라 종중 유사단체를 표방하면서 그 단체에 권리가 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 우선 권리 귀속의 근거가 되는 법률행위나 사실관계 등이 발생할 당시 종중 유사단체가 성립하여 존재하는 사실을 증명하여야 하고, 다음으로 당해 종중 유사단체에 권리가 귀속되는 근거가 되는 법률행위 등 법률요건이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고유 종중이 아니라 그 구성원 중 일부만으로 범위를 제한한 종중 유사단체의 성립 및 소유권 귀속을 인정하려면, 고유 종중이 소를 제기하는 데 필요한 여러 절차(종중원 확정, 종중 총회 소집, 총회 결의, 대표자 선임 등)를 우회하거나 특정 종중원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종중 유사단체를 표방하였다고 볼 여지가 없는지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런데 언제 어떠한 목적으로 전랑공의 후손 중 영광군에 거주하는 성년 남자로 범위를 제한한 단체가 구성되었는지, 이들이 어떠한 공동재산을 형성하였는지, 그 일을 주도해 온 사람들이 누구인지 등에 대한 원고의 설명이 부족하고, 이를 뒷받침 할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고, 원고가 자신의 것이라고 제출한 규약은 그 구성원의 자격을 영광군에 거주하는 성년 남자로 제한하고 있지 않아 실제 원고의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며, 한편 원고는 그 구성원이라 주장하는 '전랑공의 후손 중 영광군에 거주하는 성년 남자'의 명단도 전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자신의 실체에 대하여 '1932년에도, 현재에도 원고는 창녕 조씨 전랑공의 후손 중 영광군 내에 거주하는 성년 남자로 구성된 단체라는 본질을 유지하고 있으며, 다만 2005년 대법원이 여성에게 종중원의 지위를 인정하여 판례를 변경함으로써 원고 단체의 성격에 대한 법적인 판단만이 변경되었을 뿐입니다. 동일한 문중이 대법원 판례에 의하여 그 법적성질이 일반 종중에서 유사종중으로 변경되었을 뿐 달라진 것이 없다는 취지입니다'라고 설명한 일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전랑공의 후손 중 영광군에 거주하는 성년 남자들'로 구성된 종중 유사단체가 실제 조직 · 성립된 일이 없음에도 원고가 이를 표방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원고는 자신의 구성원들이 이전부터 종손을 중심으로 공동시조인 전랑공의 묘소 등을 관리하면서 정기적으로 시제 등을 지내고 있으며, 고유 종중의 재산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면서 재산세를 납부하고, 2016년경에는 이 사건 부동산을 임대하기도 하는 등 사회적 활동을 하였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전랑공의 후손으로 이루어진 고유 종중의 업무와 유사하여, 원고가 고유 종중이 아니라고 표방하는 이 사건에서 '전랑공의 후손 중 영광군에 거주하는 성년 남자들'만으로 이루어진 단체의 사회적인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원고 외에 전랑공을 공동시조로 하여 시제 등을 지내거나 묘소를 수호하는 고유 종중이 존재하는지, 그러한 고유 종중이 존재한다면 원고가 고유 종중을 대신하여 시제 등을 모시고 묘소를 관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유 종중의 종원과 원고의 구성원이 서로 중첩되는지 아니면 배제되는 관계인지, 고유 종중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원고를 고유 종중으로 볼 여지가 있는 것은 아닌지, 원고가 스스로 종중 유사단체임을 내세우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관하여 원심에 이르기까지 심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에 관한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의 실체가 그 주장과 같이 전랑공의 후손 중 영광군에 거주하는 성년 남자로 구성된 종중 유사단체로서 1932년경에 이미 조직 · 성립되었다고 선뜻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하는데 필요한 여러 절차를 우회하거나 특정 종중원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종중 유사단체임을 표방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명의인과 동일한 단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실체로 내세우는 종중 유사단체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질 당시 성립하여 존재하는 사실이 증명되었는지, 단체의 실질이 고유 종중인데도 종중 유사단체임을 표방하였다고 볼 여지가 없는지 등에 대하여 심리하였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