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wey-Orrick 합병 '없던 일로'
Dewey-Orrick 합병 '없던 일로'
  • 기사출고 2007.02.15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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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wey M&A파트너들 이탈…10위권 로펌 진입 무산"확연히 다른 두 로펌간 문화차이 극복 어려웠던 듯"
최근 들어 미국에서 대형 로펌들의 합병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미국의 유명 로펌 Dewey Ballantine LLP 와 Orrick, Herington & Sutcliffe LLP가 끝내 합병을 무효로 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로펌의 합병과 관련,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임석진 미국변호사
Dewey Ballantine과 Orrick, Herrington & Sutcliffe는 각각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수준급 로펌들이다.

작년 10월 두 로펌은 Orrick의 현 대표 변호사인 Ralph Baxter Jr.를 새롭게 탄생할 합병로펌의 대표로 결정하고, 합병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에 동의했다. 합병로펌의 새 이름은 'Dewey Orrick'.

합병로펌은 전 세계에 위치한 21개의 사무소에 1500명이 넘는 변호사가 포진, 명실상부한 미국 내 10위권 로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12월 중순이 되면서 합병이 연기된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급기야 Dewey Ballantine의 최상급 M&A파트너들이 경쟁 로펌인 Weil, Gotshal & Manges와 뉴욕에 위치한 Covington & Burling 으로 떠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결과 Dewey Ballantine이 탁월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M&A 분야가 주춤하면서 합병의 매력이 떨어지게 되었고, 곧 합병에 대한 투표가 연기됐다. 급기야 올 1월 두 로펌 간의 합병은 없었던 일로 한다는 공식 보도자료가 발표됐다.

두 로펌의 합병이 성사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의 추측에 따르면 Orrick의 현 대표변호사인 Ralph Baxter Jr.가 합병으로 인해 탄생할 새로운 조직의 지배력을 갖고자 무리수를 썼고, 이에 대해 Dewey Ballantine 측이 반발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도 조직문화의 성격이 확연히 다른 두 로펌 간의 극복할 수 없는 차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서로 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결혼식을 앞두고 파혼을 맞이한 예비 신랑과 신부의 예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Dewey Ballantine의 대표 변호사와 Orrick의 대표 변호사를 비교해 보면 성격이 다른 두 로펌의 특징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Dewey Ballantine의 대표변호사인 Morton Pierce는 전통적인 변호사로서의 역할을 우선시하고 경영은 그 다음이라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그는 작년 한 해에만 3300시간이 넘게 Billing을 했으며, 주로 남는 시간에 로펌을 경영한다고 한다. Dewey Ballantine은 전통적인 의미로, 이를테면 'old school'로 분류되는 조직인 것이다.

이와 반대로 Orrick의 대표변호사인 Ralph Baxter Jr.은 보다 현대적 의미의 CEO 같은 타입의 리더로서,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클라이언트를 끊임없이 만나고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창출하고자 노력한다. 변호사라기 보다는 CEO에 가깝지만, 경쟁이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 로펌이라는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변호사로서의 전문적인 실력뿐만 아니라 CEO적인 마인드와 리더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 유형이다.

Dewey-Orrick 사례는 중요한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변호사 능력, CEO자질 함께 갖춰야 성공적인 파트너"

첫째는 어떠한 스타일의 파트너 혹은 변호사가 될 것인가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일 것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변호사의 역할에 충실하는 Morton Pierce와 이와 반대로 비즈니스맨 유형의 파트너로써 자신이 이끄는 조직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개척하는 Ralph Baxter Jr.을 보면서, 성공적인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두 가지의 자질을 균형 있게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둘째는 로펌 간의 합병 시 서로 다른 조직문화를 어떻게 융합할 것인가에 관한 점이다. 로펌과 같은 전문직 집단은 일반적으로 기업과 같은 조직에 비해 조직문화에 세심한 관심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자세히 파고 들어 보면, 많은 로펌들이 각각 독특한 조직문화와 함께 매우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차이점을 지혜롭게 잘 극복하고 합병의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어야 성공적인 합병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두 로펌이 하나로 만나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로스쿨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세계 최대의 로펌인 클리포드 챤스(Clifford Chance)와 법무법인 세종에서 다년간 활동한데 이어 지금은 SL Partners (법무법인 한승)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slpartn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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