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수입원재료로 골드 와이어 만들어 수출용 원재료로 고객사 보세공장에 이동…관세 부과 위법"
[관세] "수입원재료로 골드 와이어 만들어 수출용 원재료로 고객사 보세공장에 이동…관세 부과 위법"
  • 기사출고 2020.04.24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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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수입으로 볼 수 없어"

보세공장간에 외국물품을 이동시키면서 반출신고를 누락했더라도 자유유통상태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면 수입으로 볼 수 없어 관세 등을 부과해선 안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고의영 부장판사)는 4월 10일 반도체 칩 제조에 사용되는 골드 와이어를 생산 · 판매하는 M사가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낸 관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의 항소심(2019누32650)에서 이같이 판시, M사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을 취소하고, "관세, 부가가치세 부과 및 이에 대한 가산세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법무법인 이인이  항소심에서 M사를 대리했다.

M사는 수입원재료로 자사의 보세공장에서 골드 와이어(gold wire)를 만들어 고객사에 수출용 원재료로 판매했으나, 이 골드 와이어를 고객사의 보세공장으로 이동시키면서 127건에 대해 반출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에 인천세관이 '수입신고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골드 와이어가 국내업체들에 판매된 가격을 기준으로 관세와 부가가치세 및 두 세금에 대한 가산세를 부과하자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먼저 "관세법 2조 1호는 수입이란 '외국물품을 우리나라에 반입(보세구역을 경유하는 것은 보세구역으로부터 반입하는 것)하거나 우리나라에서 소비 또는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부가가치세법 13조 1호는 재화의 수입은 '외국으로부터 국내에 도착한 물품으로서 수입신고가 수리되기 전의 물품 등을 국내에 반입하는 것(보세구역을 거치는 것은 보세구역에서 반입하는 것을 말한다)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관세법상의 '수입'은 외국물품을 우리나라에 반입하여 그 물품이 사실상 관세법에 의한 구속에서 해제되어 내국물품이 되거나 자유유통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므로(대법 2000도35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물품이 장소적으로 보세공장을 이탈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수입을 인정하기는 어렵고, 이 물품이 수입되었는지 여부는 '내국물품이 되거나 자유유통상태에 들어갔는지 여부'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관세법 213조 1항 2호는 보세구역 사이에서 외국물품인 상태로 운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보세공장 운영에 관한 고시 13조 6항 2호는 보세공장에서 제조한 물품을 그를 원재료로 사용하려는 다른 보세공장으로 반출할 수 있다고 정함으로써 보세구역 간 이동을 예정 · 허용하고 있으며, 또한 관세법 2조 1호는 '보세구역을 경유하는 경우'는 '보세구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반입하는 것'을 수입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반입의 목적지인 '우리나라'는 '보세구역이 아닌 우리나라의 일정 장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이 물품들은 수입원재료로 제조되어 다른 보세공장의 원재료로 사용되기 위해서 다른 보세공장에 반입된 것임이 확인되어 내국물품이 되거나 자유유통상태에 들어갔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반출은 관세법 및 부가가치세법상의 수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외에도 이 사건 반출을 수입으로 볼 수 없는 이유로, ▲관세법은 수입신고가 수리되는 경우 외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를 구체적 · 개별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반출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점, ▲관세법 규정의 해석에 의하면 이 사건 물품에 대하여도 관세관청의 관리 · 감독권이 미친다고 보여지는 점, ▲피고가 적발시점을 기준으로 외국물품의 반출신고 지연과 반출신고 누락을 구분하여(즉 적발 시점에 반출신고는 되었으나 실제 물품이 반출된 시기보다 신고가 늦은 경우 신고지연으로, 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 신고누락으로 처리), 전자의 경우 외국물품으로서의 성질이 유지되는 것으로 보아 과태료만 부과하는 반면 후자의 경우 내국물품이 된 것으로 보아 관세까지 부과하였는데, 이러한 피고의 구분적 취급은 둘 사이에 법적용을 달리할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고 관세관청의 실무운영상 필요성(내지 불가피성)을 들어 타당성을 부여하기도 어렵다는 점 등을 들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주성준 변호사는 "이 사건 전까지는 보세공장간 외국물품 이동시 보세공장 반출신고가 누락된 경우, 이를 관세법 및 부가가치세법상 '수입'으로 보아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부과해야 하는지 아니면 단순한 절차위반으로 보아 관세법 277조에 따른 과태료만 부과해야 하는지에 관한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판례가 존재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보세공장 반출신고가 누락된 외국물품이 물리적으로 관세 영역에 반입된 경우 이를 곧바로 '수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아니면 추가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수입'의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많은 논란이 있었다"며 "이번 판결은 관세법 2조 1호 '수입'의 해당 여부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한 판결로서, 앞으로 보세공장에서 다른 보세공장으로 이동하면서 보세공장 반출신고가 누락되었으나 여전히 세관의 관리 ∙ 감독권이 미친다고 볼 수 있는 외국물품에 대하여 우리나라에 '수입'되었다고 보아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여러 사건에 있어서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