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산재 처리 대신 회삿돈으로 근로자 치료…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유죄"
[노동] "산재 처리 대신 회삿돈으로 근로자 치료…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유죄"
  • 기사출고 2020.04.1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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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산재 처리 불이익 피하려고 산재 은폐"

울산지법 김주옥 판사는 2월 13일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다치는 산업재해가 발생했는데도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고 회사 비용으로 진료비를 지급하고 정상출근한 것으로 꾸며 은폐한 혐의(산업안전보건법 위반)로 기소된 울산 남구에 있는 쓰레기 수거회사 대표이사 A(67)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2019고단2677).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회사도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산업안전보건법 57조 1항은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그 발생 사실을 은폐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170조 3호). 173조는 또 양벌규정을 두고 있다.

2018년 11월 24일 오후 12시 40분쯤 A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의 사업장에서 사이드브레이크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로 주차되어 있던 11톤 청소트럭이 전진하여 주차되어 있던 포터트럭 2대를 충돌하고, 이 포터트럭 중 1대가 밀리면서 휴게실 앞에서 퇴근을 준비하고 있던 근로자 B(45세)씨를 이 포터트럭과 휴게실의 벽면 사이에 협착하게 하여, B씨가 왼쪽 팔, 어깨, 다리 타박상 등을 입고 17일 동안 휴업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A씨는 그러나 산재 발생보고로 인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하여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고 회사의 비용으로 진료비를 지급하고 휴업기간 동안 B씨가 정상적으로 출근한 것처럼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공상(公傷) 처리한 후 산재조사표를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에게 제출하지 않는 등 산재 발생 사실을 은폐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판사는 먼저 "사업주가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은폐하였다고 하기 위하여는 사업주가 단순히 관계기관에 대한 산업재해 발생 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더하여 산재 발생 사실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이때의 조치는 그것이 없을 경우 산재발생사실이 외부에 드러날 가능성이 크고 사업주가 그러한 사정을 인식한 경우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피해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다친 것이 명백하였음에도 근로자를 공상 처리한 다음 일체의 치료비를 지급하였고, 입원 기간 중에도 정상적으로 근무한 것으로 처리하여 급여를 지급함은 물론 시간외 수당, 야근 수당까지 지급하였다"고 지적하고, "만일 피고인들이 위와 같이 피해 근로자에게 공상 처리, 급여 지급 등의 혜택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피해 근로자로서는 자신이 산업재해로 다친 것이 명백한 상황이었으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휴업급여 등을 신청하였을 것이 분명하고, 이로써 피고인 회사에서의 산업재해 발생사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으며, 피고인들도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여기에 산재 발생, 산재 처리로 인한 불이익을 염려하여 발생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피고인 A의 진술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들의 피해 근로자에 대한 공상 처리, 급여 제공, 노동청에의 보고의무 위반 등은 전체적으로 산업재해 발생사실 은폐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에게 은폐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