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감정평가서에 선순위 임대차보증금 적게 기재해 배당 적게 받아…감정평가법인 잘못 70%"
[손배] "감정평가서에 선순위 임대차보증금 적게 기재해 배당 적게 받아…감정평가법인 잘못 70%"
  • 기사출고 2020.04.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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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임대인 말만 듣고 임대차계약서 등 미확인"

감정평가법인이 다가구주택을 감정평가하면서 임대인 측으로부터 말로만 설명을 듣고 임대차계약서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했다가 이를 믿고 대출을 해주었다가 배당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한 은행에게 손해배상을 하게 되었다.

서울중앙지법 조상민 판사는 3월 23일 경남 김해시에 있는 다가구주택의 소유자에게 2억 6500만원을 대출해 주었다가 이 다가구주택이 경매에 넘어가 1억 2100여만원을 배당받은 중소기업은행이 "감정평가서에  이 다가구주택 여러 호실의 임대차보증금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하여 손해를 입었다"며 P감정평가법인을 상대로 낸 소송(2019가단5072287)에서 P감정평가법인의 과실을 70% 인정, "1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동민이 원고 측을, 피고는 법무법인 영진이 대리했다.

원고 은행은 경남 김해시에 있는 다가구주택의 소유자인 A(여)씨로부터 이 다가구주택을 담보로 대출신청을 받자, 2017년 4월 17일 P감정평가법인에 이 다가구주택에 대한 감정평가를 의뢰, P감정평가법인 소속 감정평가사가 다가구주택에 대한 현황조사를 완료한 다음 감정평가액을 7억 5026만원으로 하는 내용의 감정평가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했다. 감정평가서에는 또 임대차관계에 관하여 모두 11개의 호실 중 2개 호실은 임대차보증금을 각각 4000만원, 4500만원으로, 나머지 8개 호실은 임대차보증금을 500만원으로 기재하여 10개 호실의 임대차보증금 총계를 1억 3000만원으로 기재하고, 호실 하나는 공실이라고 기재했다. 원고는 이와 같은 감정평가결과를 기초로 A씨에게 2억 6500만원을 대출해 주었으나, 이후 이 다가구주택이 경매에 넘어가 배당절차에서 1억 2100여만원만을 배당받게 되자 감정평가가 잘못 되었다며 나머지 1억 4300여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감정평가서에는 이 다가구주택의 임대차보증금이 총 1억 3000만원으로 기재되어 있었으나, 원고 은행은 감정평가액 7억 5026만원에 담보인정비율 80%를 곱한 후 여기에서 선순위 임대차보증금 2억 3800만원과 소액 임대차보증금 7900만원을 뺀 2억 6500만원을 여신가능금액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경매절차에서 원고 은행보다 선순위 임차인들의 임대차보증금이 전세권를 포함해 3억 63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고는 재판에서 "감정평가서에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을 1억 3000만원으로 기재하였으나, 원고가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계약서를 직접 징구한 다음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을 2억 3800만원으로 파악하여 대출금을 계산하였다"고 주장했다.  

조 판사는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감정평가를 할 당시, 위 부동산 중 건물 한 호실에 관하여 전세금 4500만원으로 된 전세권설정등기가 2015. 11. 6. 마쳐진 상태였는데, 감정평가서에는 이 호실에 관하여 '임대차보증금 500만원'이라고 등기부에 분명히 배치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며 "즉, 감정평가서에는 부동산의 등기부에도 분명히 기재되어 있는 사항조차도 잘못 기재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 소속 감정평가사는 부동산에 관한 현황조사를 하면서 A의 남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에 관하여 말로 설명을 들었을 뿐, 주민등록 전입여부 내지 실제 임대차계약서 등을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피고에게 부동산에 관한 임대차 내용 등을 포함한 위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감정평가하여 줄 것을 의뢰하였는데, 피고는 감정평가서를 작성함에 있어 위 부동산의 임대차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음에도 감정평가서에 그 임대차관계에 관하여 잘못된 기재를 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것인 바, 피고는 그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조 판사는 다만,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감정평가업무 협약에 의하면, 원고는 '채무자 및 담보제공자에게 감정평가법인의 물건조사 및 임대차 현황조사 시 협조토록 요청'하여야 함에도 그와 같은 요청을 한 바 없는데, 이 또한 결국 피고가 임대차에 관한 사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점, 감정평가서에는 부동산의 등기부와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실제 원고는 이 때문에 직접 A에게 그 임대차에 관한 내용을 확인하기도 하였는 바 그렇다면 원고로서는 그 대출금 산정에 있어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피고에게 부동산의 감정평가결과 회신기일을 촉박하게 지정한 것도 피고가 그 임대차관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던 이유가 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의 과실비율을 70%로 인정했다.

조 판사는 손해배상의 범위와 관련, "담보목적물에 대하여 감정평가업자가 부당한 감정을 함으로써 감정 의뢰인이 그 감정을 믿고 정당한 감정가격을 초과한 대출을 한 경우에는 부당한 감정가격에 근거하여 산출된 담보가치와 정당한 감정가격에 근거하여 산출된 담보가치의 차액을 한도로 대출금 중 정당한 감정가격에 근거하여 산출된 담보가치를 초과한 부분이 손해액이 된다(대법 9856416 판결 참조)"고 전제하고, "이 사건의 경우 부동산의 담보가치 평가에 있어서 결국 차이가 있는 것은 실제 임대차보증금과 피고가 잘못 파악하여 감정평가서에 기재한 임대차보증금 뿐이므로, 그 감정가격은 결국 그 차이에 의하여 산정된다고 봄이 옳다"고 밝혔다. 

조 판사에 따르면, 이 사건 다가구주택의 부당한 감정가격에 근거하여 산출된 담보가치는 470,208,000원, 정당한 감정가격에 근거하여 산출된 담보가치는 237,208,000원이다. 조 판사는 대출금 2억 6500만원에서, 정당한 감정가격에 근거하여 산출된 담보가치 237,208,000원을 초과한 27,792,000원을 손해액으로 인정하고, 여기에 피고의 과실비율 70%를 곱한 1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