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종중 전임회장이 소집한 총회에서의 새 회장 선출 무효"
[민사] "종중 전임회장이 소집한 총회에서의 새 회장 선출 무효"
  • 기사출고 2020.04.1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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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지원] "적법한 소집권자 아니야"

임기 만료된 종중 전임회장이 소집한 총회에서 이루어진 회장 선출 결의는 효력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전임회장이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종전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이는 보충적으로 인정되는 것이어 새로운 회장의 선출 등을 위한 총회 소집과 같은 일은 할 수 없다는 취지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민사1부(재판장 김승곤 부장판사)는 2월 12일 경기 양평군에 있는 모 종중의 종중원인 이 모씨가 종중을 상대로 낸 종중회장 선출확인 등 소송(2019가합10681)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전임회장이 소집한 총회에서 이루어진 회장 등 임원선임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피고 종중의 전임회장이 종원들에게 '1. 규약개정사항, 2. 임원선임사항'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총회를 개최한다는 총회소집 통지를 하여, 2018년 11월 24일 오전 11시쯤 한 음식점에서 피고 종중의 임시총회가 개최되었고, 전임회장이 개회를 선언한 다음 총회를 진행하여 회장, 부회장, 총무이사, 이사, 감사 등 임원선임결의(제1결의)를 하였다. 그러나 일부 종원들이 회의장소를 떠난 다음 같은 날 오후 1시 30분쯤 나머지 종원들이 이 음식점에 다시 모였고, 이씨가 총회를 진행하여 다시 임원선임결의(제2결의)를 하였다. 이씨는 "소집권한 없는 전임회장이 소집한 총회에서 이루어진 임원선임결의는 무효이고, 이후 다시 이루어진 임원선임결의는 유효임을 확인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씨는 제2결의와 관련, "총회 당시 연고항존자로부터 의사진행권한을 위임받은 종원이 임시의장으로 추천받아 총회를 진행하던 중 원고에게 총회 진행권한을 다시 위임하였고, 원고가 총회를 진행하여 결의를 하였으므로, 제2결의는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종중과 같은 비법인사단의 대표자인 회장의 임기가 만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후임자의 선임이 없는 경우, 전임회장으로 하여금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임회장은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종전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기는 하지만(대법 2000다56037 판결), 종전 대표자의 업무수행권은 종중과 같은 비법인 사단이 정상적인 활동을 중단하게 되는 처지를 피하기 위하여 보충적으로 인정되는 것임에 비추어 볼 때, 별다른 급박한 사정이 없는 한 종회 규약에서 정하고 있는 직무대행자 선출을 위한 것이 아닌, 새로운 회장의 선출 등을 위한 총회를 소집하여 이를 제안하는 것과 같은 일은 종전 대표자에게 수행하게 함이 부적당한 임무에 해당한다(대법 2006다23695 판결 등)"고 전제하고, "그렇다면 일반관습에 따라 생존하는 종원 중 항렬이 가장 높고 나이가 많은 연고항존자, 혹은 민법 63조를 준용하여 법원으로부터 임시대표의 선임결정을 받은 자가 적법한 소집권자라고 봄이 상당하다(대법 2009다83650 판결 참조)"고 밝혔다.

이어 "피고 종중의 전임회장이 새로운 회장의 선출 등을 위한 총회를 소집하여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는 사실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 · 증명이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피고 종중의 회장 자리가 오래도록 공석이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급박한 사정이라고 볼 수 없다)"며 "피고 종중의 종전 대표자는 피고 종중의 새로운 회장 선출 등을 위한 총회를 소집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종중 대표자의 선임을 위한 종중총회의 결의가 유효하기 위하여는 총회가 적법한 소집권자에 의하여 소집되었을 것을 요하므로 종중총회가 적법한 소집권자에 의하여 소집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위 총회에서의 대표자선임결의는 효력이 없다(대법 92다34124 판결 참조)"며 "적법한 소집절차를 거치지 않은 중대한 하자가 있는 위 총회에서 이루어진 1, 2결의는 모두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피고 종중의 규약에 따르면, 회장을 포함한 종회의 임원은 총회에서 선임하며, 임시총회는 회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임원 과반수 이상의 제청으로서 목적사유가 인정될 경우 소집한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