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20년간 별거한 부인에게 집 있다고 공공임대아파트 계약해지 불가"
[민사] "20년간 별거한 부인에게 집 있다고 공공임대아파트 계약해지 불가"
  • 기사출고 2020.04.0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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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형식적 법률상 배우자 등 특별한 사정 있어"

20년간 별거한 아내가 집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영구임대주택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80대 노인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재판에서 이겨 보금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대구시는 2016년 6월 24일 기초생활수급자인 A(83)씨에게 대구시 수성구에 있는 공공임대아파트를 임대하였으나, A씨의 부인인 B씨가 임대차계약 체결 이전인 2015년 7월 20일부터 임대차기간 중인 2017년 8월 2일까지 대구 중구에 토지와 지상 주택을 소유하였다는 이유로 A씨에게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지하고 아파트를 인도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부인과 20년간 별거하며 사실상 남남으로 살아왔던 A씨가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억울함을 호소, 공단 측이 무료로 A씨를 대리해 방어에 나섰다. 

이 아파트는 공공주택특별법, 같은 법 시행규칙 등에 따라 무주택세대구성원에게 임대해주는 영구임대주택으로, 구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2018. 12. 11. 국토교통부령 제5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조 4호는 "무주택세대구성원이란 세대주, 세대원 및 다음 각목의 사람 전원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아니한 세대의 세대주 및 세대원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가목에서 '주택공급을 신청하려는 세대주 또는 세대원의 배우자이면서 해당 세대주 또는 세대원과 세대별 주민등록표상에 함께 등재되어 있지 아니한 사람'을 규정하고 있었다.

대구지법 이효인 판사는 최근 이 소송(2018가단140668)에서 대구시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판사는 먼저 "피고 A씨의 배우자 B씨가 임대차계약 체결 이전인 2015. 7. 20.부터 위 임대차기간 중인 2017. 8. 2.까지 다른 주택을 소유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임대차계약의 일반조건 10조 1항 1호의 해지조항을 근거로 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가 A씨와 맺은 임대차계약의 일반조건 10조 1항은 "피고가 아래 각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을 경우에는 원고는 이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거나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1호에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대주택을 임대받은 경우'를 들고 있다.

이 판사는 그러나 대법원 판결(2011다10013)을 인용, "무주택자들에 대하여 영구임대주택을 원활히 공급하여 국민주거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임대주택공급제도의 목적과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차인 자격을 제한하는 제도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배우자가 임대차 기간을 전후하여 세대주와 동일한 세대를 이룬 바 없고 앞으로도 이룰 가능성이 없는 등으로 형식적으로 법률상의 배우자로 남아 있을 뿐인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배우자가 임대차기간 중 다른 주택을 소유하게 되더라도 임대차 계약해지조항에서 정한 계약해지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피고 A씨와 B씨는 1998년경부터 별거하면서 임대차기간을 전후하여 피고 A씨와 동일한 세대를 이룬 바 없고, 또한 이룰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비록 임대차계약 당시 피고 A씨의 법률상 배우자인 B씨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더라도, 원고는 임대차계약의 해지조항을 적용하여 해지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는 것이다.

2018년 12월 11일 개정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선, 세대주와 동일한 주민등록표에 등재되어 있지 않는 세대원이 주택을 소유한 경우에도 세대주가 무주택자로 분류될 수 있어서 영구임대주택을 얻을 수 있다.

A씨를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안혜림 변호사는 "재판에서 A씨가 20년간 주민등록표상으로나 실질적으로 배우자와 같은 주소에서 살거나, 같은 세대를 이룬 적이 없음을 적극 부각하는 한편 혼인관계 파탄으로 사실상 이혼에 해당하므로 배우자의 주택 소유에도 불구하고 무주택자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며 "이 판결은 무주택세대구성원에 대한 개념을 실질적이고 현실적으로 해석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