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탈북자 북한 학력은 입국 당시 국정원 조사 기록이 기준"
[행정] "탈북자 북한 학력은 입국 당시 국정원 조사 기록이 기준"
  • 기사출고 2020.04.0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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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학력 정정 요구한 탈북자에 패소 판결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박양준 부장판사)는 3월 19일 북한이탈주민인 A씨가 북한에서 고등중학교 6년 과정을 정상적으로 졸업했는데 학력확인서에 '고등중학교 3년 중퇴'로 되어 있다며 "최종학력을 '고등중학교 6년 졸업'으로 정정해 달라"고 통일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합5192)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한국 입국 당시 국가정보원 신문조사 기록에 A씨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어 A씨의 주장대로 섣불리 학력사항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98년 8월 중국으로 탈북하여 2007년 3월 한국에 입국한 A씨는 이후 국내에서 혼인하여 슬하에 딸 1명을 두고 있다. A씨는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를 위해 2017년 9월 김포시청에서 발급받은 학력확인서에 자신의 최종학력이 '고등중학교 3년 중퇴'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통일부에 이를 '고등중학교 6년 졸업'으로 정정하여 달라고 신청했으나, '관계기관 확인결과, 객관적 근거가 없고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행정심판을 거쳐 소송을 냈다.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에 응시하려면 고등학교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인정이 필요하다.

피고는, 먼저 "고등학교 졸업과 동등한 학력인정을 받으려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학력인정 권한은 교육감에 있으므로, 그 인정 권한이 없는 피고를 상대로 한 이 사건 소는 피고적격이 없는 행정청을 상대로 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원고의 이 사건 신청은 북한에서 이수한 학력 자체의 재확인을 구하는 의미로 학력확인서 기재사항의 정정을 요구한 것이고, 선행단계에서 이미 자신의 재북학력을 확인받았음을 전제로 그에 상응하는 국내학력의 인정을 요구하는 신청이 아님이 명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재판에서 "대한민국 입국 시 국가정보원 조사과정에서 학업을 포기하였다고 진술한 적이 없다. 1997. 4.경 극심한 식량난에 학교를 며칠 결석하고 양강도 대홍단군에 먹을 것을 구하러 간 적이 있을 뿐 학업을 중퇴한 적이 없고 1997. 8.경 고등중학교 6년 과정을 정상적으로 졸업하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북한이탈주민법이 규정한 학력 확인 및 인정 제도는 신청인이 탈북자라는 특성상 행정청이 신청인의 북한 내 이수 학력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고 신청인 또한 객관적인 자료를 입수하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하고, 이와 같은 증거제출의 현실적 한계로 입국 당시 국가정보원 신문조사 기록이 그나마 객관적 증거가치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진술서 등 조사기록에 학력사항에 대한 명확한 기재가 없고 오히려 신청인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면, 신청인의 주장대로 섣불리 학력사항을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고는 최초 입국 당시 국가정보원 탈북자 조사과정에서 자신의 신상정보, 학력사항, 입국경위와 동기 등에 대하여 자필로 진술서를 작성하였는데, 그중 학력사항에 대하여 인민학교 입학 및 졸업에 대해 명확히 기재한 것과 달리 고등중학교 졸업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재를 하지 않았다. 원고 주장대로 학업을 포기하였다는 명시적인 기재내용도 없다.

재판부는 그러나 "그 당시 북한의 학제가 인민학교 4년 졸업 후 중학교 6년 과정임에 비추어, 원고가 고등중학교 입학 후 졸업일인 1997. 8.경까지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녔다면 재학기간에 해당할 시기(특히 1995년 이후 시기)에 대하여 원고 주장과 상당히 배치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며 "즉 '16살부터 일년 두 달 사회농장원 생활을 하다가 가족들과 대홍단 강덕에서 감자이삭을 줍거나 약초를 팔아서 살았다. 아버지가 파라티프스병으로 돌아가셨고, 이후 어머니, 언니, 동생, 원고 모두 같은 병을 앓았다. 조선 땅에 더 이상 살 수가 없어 양강도 대홍단군으로....' 부분이 그러하다"며 "이러한 진술서는 원고가 임의로 작성한 것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작성한 것이라고 특별히 의심할만한 정황은 찾아보기 어렵고, 위와 같은 신빙성 있는 진술서 기재내용으로 미루어, 원고는 고등중학교 졸업 이전에 이미 농장원에 취직하거나 가족과 함께 양강도 대홍단군으로 이사한 탓에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고등중학교를 중퇴하였을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결국 원고의 고등중학교 졸업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전제에서 내려진 원고에 대한 학력확인서 정정신청 거부처분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