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
시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
  • 기사출고 2004.07.0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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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경련이 내놓은 ‘기업의 법률서비스 이용실태 조사결과’엔 특히 변호사들이 주목해야 할 내용이 적지 않다.

◇김진원 기자
이 조사에서 전경련 회원사인 기업들이 응답한 내용은 곧바로 시장의 소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서비스 시장에서도 중요한 것은 소비자, 수요자의 태도와 성향임은 물론이다.

조사는 여러 항목에 걸쳐 이루어졌다.

그 중에서도 조사에 응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가장 핵심적인 화두는 법률서비스의 전문성으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문성을 보고 어느 법률회사를 선택할 지를 결정하고, 고가의 수임료에 이어 ‘기대했던 것 보다 낮은 서비스 질’을 두 번째로 많이 탓한다고 조사결과는 전하고 있다.

사법연수원생들은 듣기 거북할지 모르지만 연수원 졸업생을 사내변호사로 채용하기 꺼리는 이유중에도 전문성의 결여가 빼놓지 않고 들어 있다.

반대로 이들을 채용할 경우 채용기준이 되는 조건과 기대 수준도 실무능력과 전문성이라고 한다.

이런 분석이 국내의 법률회사 등을 대상으로 그 범위가 국내에 머물러 있을 땐 그래도 괜찮다.

문제는 법률시장 개방과 관련해서도 법률서비스의 수요자인 기업들로부터 비슷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결과는 지적하고 있다.

기업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받기 위해 법률서비스 시장의 개방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시장이 열릴 경우 국내 시장에 밀어닥칠 외국 변호사들의 법률서비스는 값싼 수입 농축산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보다 법률선진국인 미국와 영국 등의 변호사와 법률회사들이 국내 시장을 노크하고 있으며, 이들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오히려 국내 법률회사보다 수임료가 훨씬 고가일 것이라는 게 이들을 잘 아는 사람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러나 시장 개방때의 저렴한 비용에 대한 기대는 기업들이 외국 법률회사들의 이런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치더라도, 양질의 서비스에 대한 기대는 국내 법률회사들로서도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전경련 관계자에 따르면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외국법 전문변호사가 국내에 들어와 그때그때 손쉽게 서비스를 받고 싶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요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질 높은 서비스를 국내 법률회사들이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조사에서 법률서비스 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과제를 물었다.

응답 기업 42개사중 절반이 넘는 23개사가 분야별로 특화되고 전문성을 갖춘 로펌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국내 변호사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번 조사는 잘 말해주고 있다.

본지 편집국장(lawch@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