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자동 프로그램으로 연인에게 하루 수백 통 전화했어도 정보통신법 위반 무죄"
[IT] "자동 프로그램으로 연인에게 하루 수백 통 전화했어도 정보통신법 위반 무죄"
  • 기사출고 2020.04.03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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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화기 벨소리는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 아니야"

연인이 전화를 받지 않자 자동프로그램을 이용해 하루 수백 통의 전화를 걸었더라도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전화기의 벨소리'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이 아니므로, 반복된 전화기의 벨소리로 상대방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케 하더라도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3월 12일 자동 프로그램을 이용해 연인에게 하루 수백 통의 전화를 걸었다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모씨에 대한 상고심(2020도714)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씨는 연인인 이 모씨와 필리핀 여행을 다녀온 후 싸운 부분에 대해 화해를 하려고 전화와 문자를 했는데 이씨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가 나, 2018년 11월 초순경부터 12월 17일경까지 오토리다이얼이라는 자동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신의 휴대전화번호로 이씨의 휴대전화번호에 하루 수백 통씩 전화하고, 반복적으로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불안감을 유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조씨에게 유죄를 인정하여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04도7615)을 인용, "구 정보통신망법(2004. 1. 29. 법률 제714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65조 1항 3호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말, 음향, 글, 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자를 형사처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 위 조항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음향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반복적으로 음향을 보냄(송신)으로써 이를 받는(수신)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케 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따라서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 때 상대방 전화기에서 울리는 '전화기의 벨소리'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이 아니므로, 반복된 전화기의 벨소리로 상대방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케 하더라도 이는 법 65조 1항 3호 위반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전화를 한 행위에 관하여 보건대, 현행 정보통신망법 74조 1항 3호, 44조의7 1항 3호의 문언 및 체계에 비추어 보면, 위에서 본 법리는 현행 정보통신망법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인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건 행위만으로는 그것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 · 문언 · 음향 · 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행위'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정보통신망법 74조 1항 3호, 44조의7 1항 3호는 구 정보통신망법 65조 1항 3호와 같은 내용으로, 44조의7 1항 3호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 · 문언 · 음향 · 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74조 1항 3호는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의 처벌규정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 중 '너 집 오늘도 안갈거지? 집에서 기다린다', '너 계속 질질 끌고 가면 나중에 땅치고 후회한다'라는 부분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나,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직전까지 연인관계로 지내다가 헤어지는 과정에서 금전문제 등으로 서로 다툼이 있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민사소송 제기를 언급하며 돈의 변제를 요구하였던 상황이었던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행위에 관하여 주변 지인들에게 이야기하였는데, 피고인은 이를 음해라고 생각하였던 점, 달리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이 사건 전후로 폭력적 언행이나 언사를 사용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메시지를 보낸 경위, 문구의 내용 및 그 수위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문구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의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피고인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의 부호 · 문언 · 음향 · 화상 또는 영상을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으나, 대법원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에 정보통신망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