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용역위탁계약 맺고 일한 정수기 수리기사에게 주휴 · 연차휴가수당 지급하라"
[노동] "용역위탁계약 맺고 일한 정수기 수리기사에게 주휴 · 연차휴가수당 지급하라"
  • 기사출고 2020.04.0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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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회사 측 포괄임금제 주장 배척

회사와 용역위탁계약을 맺고 일한 정수기 수리기사들에게도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인 휴일근로수당과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회사 측은 정수기 수리기사들과 포괄임금계약을 맺어 추가로 지급할 수당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울산지법 민사12부(재판장 김용두 부장판사)는 2월 19일 김 모씨 등 정수기 업체인 T사와 용역위탁계약을 맺고 근무하다가 퇴사한 정수기 수리기사 8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2018가합24567)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각 주휴수당과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으로 781만여원∼3603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03년 6월부터 2011년 7월 사이에 각각 정수기의 제조 및 판매, 임대 등을 목적으로 하는 T사와 용역위탁계약을 맺고 정수기의 필터교체, 점검, 수리, 신규설치, 이전설치 등의 업무를 수행하다가 2014∼2018년 퇴사한 김씨 등은 근로자들인 자신들에게 그 동안 받지 못한 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원고들 중 김씨 등 5명은 이 소송에 앞서 2017년 2월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지급 청구소송을 냈는데, 울산지법은 2017년 11월 이들의 근로자 지위를 확인하면서 퇴직금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회사의 항소 취하로 2017년 11월 확정되었다. 이번 사건에선 근로자성이 아니라 포괄임금의 존재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T사는 "(원고들과 맺은) 용역위탁계약은 매월 실적 및 판매건수에 따라 모든 법정수당이 포함된 용역수당을 지급하는 포괄임금계약이므로 추가로 지급하여야 할 미지급 임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T사의 각 지역사무소에 배정되어 해당 지역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회사로부터 매달 용역비를 지급받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대법원 판결(2011도12114 등)을 인용하며,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근로자에 대하여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제 수당을 가산하여 이를 합산 지급함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감시 · 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않고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 급여액이나 일당 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면서도 법정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일정액을 법정 제 수당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①원고들 업무의 특성은 근로가 공간적으로 제한되지 않은 것일 뿐, 그로 인해 반드시 그 업무를 맡는 근로자들의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고 볼 수는 없고, 반드시 야간 또는 휴일근로를 해야 할 직무상의 특수성이 있는 것도 아닌 점, ②피고가 원고들의 수당을 책정함에 있어서는 실제 또는 평균적으로 근로가 야간 또는 휴일에 이루어지고, 그 빈도는 어느 정도인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와 원고들 사이의 용역비에 관한 약정이 포괄임금 약정이라고 본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조할 때 근로자들이 근로기준법에 따라 가산하여 받을 수 있었던 수당을 전적으로 포기하는 것이 되어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한 약정인 점, ③그렇다고 근로자들에게 가산 수당 포기를 상쇄할만한 이익이 부여되었다고 볼만한 사정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근로내용 자체가 근로시간, 근로 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포괄임금약정으로 해석할 때 그것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며 포괄임금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T사는 또 "설령 포괄임금계약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지급받은 용역비는 월급제에 따른 것으로서 그러한 월급에는 이미 주휴수당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피고가 추가로 주휴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에 관하여는 소정근로일을 정하지도 않았기에 주휴수당 발생 여부를 논할 여지도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①월급은 임금이 월 단위로 결정되어 월의 근로일수나 근로시간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일정한 임금이 지급되는 임금형태를 뜻하는데(대법 93다32514 판결 참조), 원고들의 경우 원고들의 근로의 제공 정도와 성과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책정한 용역비를 단지 월 단위의 주기로 지급한 것에 불과하고, ②업무실적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수당에 근로기준법 55조에 따른 유급휴일에 대한 임금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이 사건에서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용역비에 유급휴일에 대한 임금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수당에 주휴수당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는 원고들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①피고 취업규칙에 따르면 피고의 근로자는 1주 40시간, 1일 8시간을 근무하고,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1일 8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보도록 정하고 있는 점, ②피고는 용역기사들로 하여금 하루 최소 5건 이상의 업무를 처리하도록 요구하였고, 일일 근무시간 8시간, 일일 처리건수 12~15건을 권장함에 따라 용역기사들은 통상적으로 하루 10건, 많을 때는 20건 이상을 처리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피고가 용역기사들로 하여금 고객들이 원하는 방문시간을 준수하도록 함에 따라 용역기사들은 대체로 8:30경 또는 그 이전에 출근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퇴근시간의 경우 당일 기사계획표에 따라 배정되는 업무 건수에 따라 달라지긴 하였으나, 하루 평균 업무처리 건수와 1건 당 소요시간을 고려할 때, 적어도 16시 이후에야 퇴근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이며, 게다가 당초 배정된 업무를 일찍 마치더라도 당일 접수된 정수기의 수리나 설치 요청 등으로 인하여 16시보다 더 늦게 퇴근한 경우도 많았던 점(이상 ②, ③은 선행 소송 1심 판결의 판시 내용이다), ④한편 로그 기록에 의하면 원고들이 드물게 밤늦은 시간에 접속한 경우도 있으나, 그 전후로 로그 기록이 장시간 없는 경우도 있으므로 시간외 근로에 해당함은 별론으로 하고 통상적인 업무종료시간을 달리 볼 정도의 비중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에 의해 권장되고 또 원고들이 실제 근무한 시간에 가장 근접해 보이는 1일 8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고 지적하고, 원고들이 대체로 토요일에 업무를 수행하였으나(선행 소송 1심 판결의 판시 내용에 따르면 토요일 격주휴무제를 실시하였다) 토요일 근무에 관한 주휴수당을 따로 지급받지는 않은 점, 피고의 취업규칙을 적용받은 다른 근로자의 경우 1주 40시간의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는 점(근로시간 전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포함) 등을 참작, 원고들에 대하여 1주 40시간(=8시간×5일)을 매주의, 1월 평균 주수인 4.345주를 이 40시간에 곱한 약 174시간을 매월의 총 근로시간으로 인정했다.

이어 원고들이 받은 매달의 용역비를 매월의 총 근로시간인 174시간으로 나누어 시간급 통상임금을 산정하고, 이에 따라 계산한 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