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커버스토리] 4400개 행정법령의 '기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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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20.04.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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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개 조문' 행정기본법 제정안 입법예고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행정기본법이 제정되어 국민들의 권익을 평등하게 지켜줄 것 같아서 반갑게 생각합니다."

"행정기본법은 다른 행정법령들에 있어 기준이 되는 날실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된 주기적인 행정기본에 관한 교육의 필요성을 기본법에 넣는 것은 어떨까요?"

"도를 넘는 민원인의 갑질이 비일비재함에도 민원인의 권리 강화와 행정의 책무만을 규정하는 법안은 오히려 민원 갑질을 부추기는 역효과가 우려되므로 권리에 상응하는 의무와 정당한 민원신청 관련 범위 등도 규정하며 행정의 권한범위를 넘는 민원요청 등 민원 갑질에 대한 공무원의 거부권 등의 보호장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입법, 사법과 구별되는 행정의 개념과 업무권한 범위를 명시함으로써 이를 벗어나는 불법, 부당한 요구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됩니다."

◇김형연 법제처장이 3월 12일 열린 행정기본법 제정 온라인 공청회에서 법 제정의 배경과 의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김형연 법제처장이 3월 12일 열린 행정기본법 제정 온라인 공청회에서 법 제정의 배경과 의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온라인 공청회에 제출된 의견에서 확인되는, 법제처가 입법예고한 행정기본법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행정기본법은 학설 · 판례로 정립된 행정의 원칙을 명문화하고, 개별법에 산재해 있는 유사한 제도의 공통사항을 체계화해 말 그대로 행정, 행정법의 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으로, 4400개가 넘는 행정법령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유사 제도 공통사항 체계화

법제처는 3월 6일 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행정 법령은 국가 법령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국민 생활과 기업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법령이나, 그동안 행정법 분야의 집행 원칙과 기준이 되는 기본법이 없어 일선 공무원과 국민들이 복잡한 행정법 체계를 이해하기 어렵고, 개별법마다 유사한 제도를 다르게 규정하고 있어 하나의 제도 개선을 위해 수백 개의 법률을 정비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고 제정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행정 법령 개정 시 신법과 구법의 적용 기준, 신고의 효력 발생 시점 등 법 집행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여 국민 혼란을 해소하고 행정의 신뢰성 ·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일부 개별법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제도 등을 확대하며, 처분에 대한 재심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행정분야에서 국민의 실체적 권리를 강화하여 국민 중심의 행정법 체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하여 국민의 권익 보호와 법치주의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형연 법제처장은 특히 3월 12일 정부세종청사 6동 대강당에서 진행된 온라인 공청회에서, "행정 분야 전체를 관통하는 원칙과 기준이 없어 법치행정과 적극행정에 장애가 되고, 공통 제도가 수백 개의 개별법에 각각 달리 규정되어 국민과 일선 공무원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수백 개의 법률에 산재되어 있는 많은 제도들이 행정기본법을 중심으로 통일성 있게 규정되고 일관되게 운영될 것이고, 행정기본법 자체가 '정부혁신'과 '적극행정'의 매뉴얼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2019년 2월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불편을 개선하는 사안마다 수백 개의 개법법을 정비해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일반적 · 원칙적 규정을 통해 문제를 일괄 해결하는 방안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행정법 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주문했다.
 
상반기 중 국회 제출                                              
 
법제처는 입법예고에 이어 5월까지 권역별 공청회를 실시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 후 올 상반기 중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총 4개 장, 51개 조문으로 구성된 제정안은 법치행정의 원칙(제6조), 평등의 원칙(제7조), 비례의 원칙(제8조), 성실의무 및 권한남용금지의 원칙(제9조), 신뢰보호의 원칙(제10조), 부당결부금지의 원칙(제11조) 등 재판의 준거가 되고 있지만 법에 명문화되지 않았던 행정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며, 적극행정이 법률상 의무임을 선언하는 등 적극행정의 법적 근거도 마련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3월 12일 정부세종청사 6동 대강당에서 진행된 행정기본법 제정 공청회는 코로나19 여파로 발언자 외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3월 25일 현재 178개의 의견이 온라인으로 접수되는 등 법안 제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3월 12일 정부세종청사 6동 대강당에서 진행된 행정기본법 제정 공청회는 코로나19 여파로 발언자 외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3월 25일 현재 178개의 의견이 온라인으로 접수되는 등 법안 제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 행정의 원칙과 책무 명문화(제6조부터 제16조까지)

1) 헌법 원칙인 법치행정 · 평등 · 비례의 원칙과 그동안 학설과 판례에 따라 확립된 권한남용금지 · 신뢰보호 · 부당결부금지의 원칙 등을 행정의 원칙으로 규정함.

2)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행정 수행, 공무원의 적극행정 의무, 행정에 관한 의사결정 및 집행과정에서 국민의 참여 보장 등에 관한 사항 등을 행정의 책무로 규정함.

나. 법령 개정 시 신법과 구법의 적용 기준(제17조)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처분은 처분 당시의 법령을 따르고, 제재처분은 위반행위 당시의 법령을 따르도록 하되, 제재처분 기준이 가벼워진 경우에는 변경된 법령을 적용하도록 함.

다. 위법 · 부당한 처분의 취소 및 적법한 처분의 철회(제21조 및 제22조)

1) 행정청 스스로 위법 · 부당한 처분을 시정할 수 있도록 행정청은 위법 · 부당한 처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소급하여 또는 장래를 향하여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적법하게 성립된 처분이라도 법률에서 정한 철회 사유에 해당하거나 법령 등의 변경으로 처분을 더 이상 존속시킬 필요가 없게 된 경우에는 그 처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장래를 향하여 철회할 수 있도록 함.

2) 행정청이 처분을 취소 · 철회하는 경우에는 취소 · 철회로 인하여 당사자가 입게 될 불이익을 취소 · 철회로 달성되는 공익과 비교 · 형량하도록 함.

라. 자동적 처분(제23조)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미래 행정수요에 대비하기 위하여 행정청은 처분에 재량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함.

마. 제재처분의 제척기간 제도 도입(제26조)

행정청은 법령 등의 의무 위반행위가 종료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인가 · 허가 등의 정지 · 취소 · 철회처분, 영업소 폐쇄처분과 정지처분에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 처분 등의 제재처분을 할 수 없도록 함.

바. 인허가 의제 제도의 공통 절차 및 기준(제28조부터 제32조까지)

1) 인허가 의제 시 필요한 서류 제출, 관련 인허가 관청과의 사전 협의, 협의 기간 및 협의 간주 규정 등 인허가 의제에 필요한 공통적인 절차 등을 규정함.

2) 인허가 의제에 관한 협의시 관련 인허가에 필요한 절차는 법률에 해당 절차를 거친다는 명시적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거치도록 하고, 주된 인허가 관청은 관련 인허가 관청으로부터 관련 인허가의 처리 기준을 제출받아 통합하여 고시하도록 함.

3) 예외적으로 사업 등을 긴급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관련 인허가 중 협의된 사항에 대해서만 효력이 발생하는 부분 인허가 의제가 가능하도록 함.

사. 신고의 효력 발생 시점(제33조)

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춘 신고는 원칙적으로 신고서가 행정청에 도달한 때에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고, 법률에 신고의 수리가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는 경우는 행정청이 수리하여야 효력이 발생하도록 함.

아. 공법상 계약(제38조 및 제39조)

행정의 전문화 · 다양화에 대응하여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계약을 통해서도 행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법상 계약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공법상 계약의 체결 방법, 변경 요구, 해지 사유, 변경 · 해지 방법 등에 관한 일반적 사항을 규정함.

자.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제도 확대(제44조)

1) 일부 개별법에 도입되어 있는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제도를 확대하기 위하여 행정청의 처분에 대해 이의가 있는 당사자는 행정청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일반적 근거를 마련함.

2) 이의신청 기간, 결과 통지에 관한 사항 등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제도의 공통적인 방법과 절차를 규정하고, 이의신청에 대한 결과를 통지받은 자는 통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여 이의신청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의 제소기간이 정지된다는 것을 명확히 규정함.

차. 처분의 재심사 제도 도입(제45조)

제재처분을 제외한 처분에 대해 쟁송을 통하여 다툴 수 없게 된 경우에도 처분의 근거가 된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가 추후에 당사자 등에게 유리하게 바뀐 경우 등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면 행정청에 대하여 처분을 취소ㆍ철회하거나 변경할 것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함.

카. 규제에 관한 법령 등의 입안 · 정비 원칙(제47조 및 제48조)

1) 국민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제약되지 않도록 영업과 관련되는 인가 · 허가 등에 관한 법령 등을 제정 · 개정할 때에는 해당 법령 등의 입법 목적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금지사항을 열거하고, 열거되지 않은 사항은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규정방식을 우선 고려하도록 함.

2)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등을 제정 · 개정 · 폐지할 때에는 국민의 편익을 우선 고려하도록 함.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