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선세입자 임대차보증금 등 제대로 설명 안 한 공인중개사 책임 30%"
[부동산] "선세입자 임대차보증금 등 제대로 설명 안 한 공인중개사 책임 30%"
  • 기사출고 2020.03.3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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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확인 · 설명서에 '집 주인이 보증금 합계 5억원 정도 받고 있다'고만 기재

공인중개사가 세입자에게 다가구주택을 소개하면서 이미 거주해 살고 있는 다른 임차인들의 임대차보증금, 임대차기간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중개대상물 확인 · 설명서에 단순히 '집 주인이 현재 임차보증금 합계액을 5억원 정도 받고 있다고 함'이라고만 기재했다면 중개대상물에 대한 확인 · 설명의무를 다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박소연 판사는 2월 20일 경남 거제시에 있는 다가구주택의 한 호실을 임차했다가 이 다가구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는 바람에 보증금 6500만원을 날린 A씨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낸 소송(2019가단5050270)에서 이같이 판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A씨에게 19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임대차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30% 인정한 것이다.

A씨는 2015년 12월 28일 공인중개사 B씨의 중개로 거제시에 있는 다가구주택의 소유자인 C씨와 임차보증금 6500만원, 임대차기간 2015년 12월 3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2년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차보증금 전부를 지급하고 입주한 뒤 전입신고를 마치고 확정일자까지 받았다. B씨가 임대차계약 당시 A씨에게 준 중개대상물 확인 · 설명서에는 '등기부 기재사항' 중 '소유권 외의 권리사항'란에 '근저당권설정 채권최고액 19억 5000만원, 전세권설정 전세금 6500만원, 주택임차권 임차권등기명령(임차보증금 3500만원)'이 기재되어 있고,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아니한 물건의 권리사항'란에 '계약시 임대인에게 현재 임차보증금 합계액을 물어보니 주인분이 5억 정도 받고 있다고 이야기함'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후 이 다가구주택에 관하여 근저당권자의 신청으로 경매절차가 개시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경매에서 이 다가구주택은 16억여원에 매각되었으나, 최우선변제 소액임차인 3명에게 각각 1400만원, 교부권자인 거제시장에게 1300여만원, 근저당권 양수인에게 15억 5300여만원이 배당되었을 뿐 A씨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배당 당시 A씨보다 배당순위가 앞서는 선순위 임차인들의 임대차보증금의 합계액은 4억 8600만원 상당이었다. 이에 A씨가 B씨와 공제계약을 체결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미수령 임대차보증금 중 80%에 해당하는 52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박 판사는 "관계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중개업자의 확인 · 설명의무는 임차의뢰인이 임대차계약 종료 후 임대차보증금을 제대로 반환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제시하며 설명하라는 취지이므로, 중개업자는 기존 임대차보증금의 합계가 어떻게 산출된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 기재도 없이 단순히 임대의뢰인으로부터 들은 액수를 전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임대의뢰인에게 이러한 금액이 산출된 근거자료를 직접 요구하여 위 액수의 정확성과 대항력의 존부, 우선변제권의 우열 등을 확인한 다음 임차의뢰인에게 위 근거자료를 제시하면서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는데 장애가 될 만한 사정이 있는지를 설명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A씨가 임차한) 다가구주택의 경우 다액의 근저당권 및 전세권등기 등이 마쳐져 있어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위험이 내재되어 있는 건물이므로, 공인중개사 B씨는 임차의뢰인인 원고에게 부동산 등기부상의 권리관계 등을 확인하고 이를 단순히 설명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러한 부동산 등기부상의 권리관계의 법적 의미 등에 관하여도 이를 설명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다가구주택의 소유자인 C씨에게 다가구주택 내에 이미 거주해서 살고 있는 다른 임차인들의 임대차계약내역 중 임대차보증금, 임대차기간 등에 관한 부분의 자료를 요구하여 이를 확인한 다음 원고에게 설명하고 그 자료를 제시하여야 하며, 중개대상물 확인 · 설명서의 중개목적물에 대한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사항'란에 그 내용을 기재하여 교부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임대의뢰인인 C씨가 다른 세입자의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자료요구에 불응한 경우에는 임대인이 자료요구에 불응하였음을 중개대상물 확인 · 설명서에 정확히 기재함으로써 임차의뢰인인 원고로 하여금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데 주의를 요하도록 할 의무가 있는데, 중개대상물 확인 · 설명서에는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이나 임대차기간에 관한 구체적인 기재가 없고 단지 '계약시 임대인에게 현재 임차보증금 합계액을 물어보니 주인분이 5억 정도 받고 있다고 이야기함'이라는 기재가 있을 뿐이며, 달리 B씨가 위와 같은 확인 설명을 하였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B씨는 중개대상물에 대한 확인 · 설명의무를 다 하지 못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임대차계약에 따라 지급한 임대차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한 바, 피고는 원고에게 B씨와 체결한 공제계약에 따라 B씨의 과실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박 판사는 다만, 원고는 임대차계약 체결 무렵 다가구주택을 방문하여 현장을 확인한 것으로 보이는 바, 당시 다가구주택의 형태상 다른 호실에 관하여도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어 있음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임차보증금의 액수 또한 원고의 임차보증금과 비슷한 수준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원고로서는 중개업자의 설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책임 아래 다가구주택의 시가 및 등기부상 공시되지 않은 권리관계 등을 조사 · 확인한 후 임차보증금의 회수 불능 또는 곤란의 위험성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하였던 점, 중개업자인 B씨로서는 임대인의 협조 없이 다가구주택에 관한 다른 임대차계약 내역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원고가 입은 손해액의 30%로 제한했다.

박 판사가 인용한 대법원 판결(2011다63857 등)에 따르면, 중개업자는 다가구주택 일부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임차의뢰인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에 임대차보증금을 제대로 반환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다가구주택의 권리관계 등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여야 하므로, 임차의뢰인에게 부동산 등기부상에 표시된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확인 · 설명하는데 그쳐서는 아니 되고, 임대의뢰인에게 다가구주택 내에 이미 거주해서 살고 있는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계약내역 중 개인정보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고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부분의 자료를 요구하여 이를 확인한 다음 임차의뢰인에게 설명하고 자료를 제시하여야 하며,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16조에서 정한 서식에 따른 중개대상물 확인 · 설명서의 중개목적물에 대한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아니한 물건의 권리사항'란에 그 내용을 기재하여 교부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만일 임대의뢰인이 다른 세입자의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자료요구에 불응한 경우에는 그 내용을 중개대상물 확인 · 설명서에 기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중개업자가 고의나 과실로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임차의뢰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공인중개사법 30조 1항에 의하여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