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대차 남양연구소 파이롯트차 도장 근로자 직접 고용하라"
[노동] "현대차 남양연구소 파이롯트차 도장 근로자 직접 고용하라"
  • 기사출고 2020.03.29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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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근로자파견에 해당"

현대자동차의 협력업체에 고용되어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시험용 자동차의 도장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이 자신들을 직접 고용하라며 현대차를 상대로 소송을 내 최종 승소했다. 도급이 아닌 근로자파견관계라고 인정한 것으로, 특히 이 판결은 정규직이 수행하는 업무와 분리되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로만 수행하는 업무에 관해서도 파견근로를 인정해 주목된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3월 26일 박 모씨 등 2005∼2006년 현대차 협력업체에 입사하여 남양연구소에서 도장업무를 해 온 근로자 4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등 소송의 상고심(2017다217724, 217731)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고, 고용의무를 이행하였더라면 원고들이 받았을 임금과 사내협력업체로부터 받은 임금과의 차액 상당인 3700여만∼4000여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률사무소 새날이 1심부터 원고들을 대리했다. 현대차는 1심은 법무법인 화우, 항소심은 김앤장, 상고심은 화우와 율촌이 각각 대리했다.

현대차는 신규개발 차량의 도장공법 등을 연구할 목적으로 1999년경부터 남양연구소 내에 파이롯트차(시험용 자동차) 도장공정을 설치하고, 협력업체와 도급 형식의 계약을 체결하여 도장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다.

대법원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2조 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 · 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고 전제하고,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효과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 · 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 · 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 · 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 · 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을 인용, "원고들은 피고의 남양연구소에서 일하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로서 피고가 정한 생산계획에 따라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에 맞추어 자동차 생산공정 중 일부에 참여하여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하였으므로, 피고로부터 작업량, 작업방법, 작업순서, 작업장소, 작업시간 등을 직접 개별적으로 지시받은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수시로 작업방법을 변경하기도 하고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이 직접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긴급히 처리해야 할 작업내용을 통지하기도 하였으며, 도장업무의 수행 과정에서 협력업체 또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작업재량이 거의 없어서 이를 거부하는 것이 사실상 허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협력업체가 수행한 도장업무는 도장공법 등에 관한 피고 차원의 연구 · 개발 작업을 직접적으로 시행하는 수단으로 기능함으로써 피고의 작업성 검증을 포함한 전체 연구 · 개발 업무와 밀접한 연관을 맺었을 뿐 아니라, 파이롯트차 제작에 관한 전후 공정에서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이 수행한 검증 등의 작업과 상호 연동하여 이루어진 점, 도장업무의 세부 공정에 몇 명의 근로자를 투입할 것인지, 그들의 작업시간을 얼마로 할 것인지, 작업방법 · 순서 · 내용 · 속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피고에 의하여 결정되었던 반면, 이에 관하여 협력업체가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사실상 거의 없었던 점,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업무는 피고가 미리 정해 둔 비교적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것으로서 협력업체의 전문적인 기술 등이 요구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피고는 수급업체 고유의 기술력이나 전문성보다는 소속 근로자들의 노무제공 자체를 도급계약을 통한 도장업무의 수행에서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였던 점, 도장공정에 협력업체의 고유 자본이나 기술이 투입된 바가 없고, 협력업체는 피고 외부에 별도의 사업장이나 사무실조차 두고 있지 않는 등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춘 바가 없는 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들은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의 남양연구소에 파견되어 피고로부터 지휘 · 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원고들을 대리한 법률사무소 새날의 김기덕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정규직이 수행하는 업무와 분리되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로만 수행하는 업무에 관해서도 파견근로로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유사한 형태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를 사용해온 자동차, 전자, 철강 등 제조업 사업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현대차 파견근로 사건과 관련, 울산공장 메인라인인 의장공장의 사내하청근로, 아산공장의 의장공장 외 차체공장, 엔진공장 등 메인라인뿐만 아니라 서브라인까지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