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법률상 배우자냐 사실혼 배우자냐…공무원 유족연금 어디로?
[행정] 법률상 배우자냐 사실혼 배우자냐…공무원 유족연금 어디로?
  • 기사출고 2020.03.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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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법률상 혼인관계 실질적 해소 여부가 기준"

공무원이 사망했을 때 법률상 배우자와 사실혼 배우자가 모두 있다면 유족연금은 누가 받아야 할까. 법원은 법률상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해소됐는지 여부를 따져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관과 군인 남편이 사망한 경우의 두 판결을 소개한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박성규 부장판사)는 2월 7일 경찰관으로 근무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2017년 6월 사망한 이 모(사망 당시 43세)씨의 사실혼 부인인 A씨가 "유족급여를 지급하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9구합66385)에서 "유족급여 부지급결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이씨가 사망한 뒤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급여의 지급을 청구했으나, '사실상 배우자 외에 법률상 배우자가 따로 있는 경우라면 그 사실상 배우자와의 관계는 공무원연금법에서 정하는 사실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이씨에게 법률상 배우자가 있으므로 유족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이씨는 1999년 12월 B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자녀 1명을 두었으며, 2017년 7월 피고에게 유족급여와 퇴직수당을 청구해 이를 지급받아온 B씨는 A씨가 낸 소송에 피고보조참가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2015. 6. 30. 원고와 혼인에 관한 합의 각서를 작성하면서 2009년부터 동거하였음을 확인하였고, 이씨의 동료나 지인들도 원고를 이씨의 배우자로 인식한 것으로 보이며, 원고는 투병 중이던 이씨의 어머니를 간병하고 이씨와 함께 장례절차를 치렀다"고 지적하고, "이씨의 형은 2017. 7. 12. 원고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원고를 '제수씨'라고 호칭하기도 하였고, 원고는 이씨와의 사실혼 관계가 존재하였음을 확인하는 취지의 판결도 선고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와 이씨의 법률상 배우자는 이혼의사의 합치 하에 협의이혼 절차를 진행하던 중 이씨의 사망으로 인하여 법률혼을 해소하지 못하였을 뿐 실질적으로 혼인관계가 해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씨의 사망 당시 이씨와 원고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었던 이상, 원고는 공무원연금법 3조 1항 2호에서 정한 '유족'으로서 연금수급권을 가진다"고 판시했다. 원고에 대한 유족급여 부지급결정 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이씨의 법률상 배우자인 B씨는 2005년경 이후부터 이씨와 함께 거주하지 않고 대전과 아산에 각각 주소지를 둔 채 약 12년 동안 별거해왔으며, B씨는 이씨가 자녀의 학교행사, 처가의 가족행사에 참석하는 등 지속적인 교류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재판부는 이를 뒷받침할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B씨는 이씨의 어머니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장례절차에도 관여하지 않았으며, 이씨의 어머니 묘지 비석의 '자부'란에는 A씨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

이씨와 B씨는 2017년 5월 가정법원에 협의이혼의사확인신청을 하여 협의이혼의사확인 기일이 지정되었으나 이씨가 사망하는 바람에 진행되지 못했고, 두 사람은 협의이혼 과정에서 미성년 자녀의 양육과 친권자결정에 관한 협의서도 작성했다. A씨는 또 이씨가 사망한 후인 2018년 4월 검사를 상대로 사실상혼인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해 그해 10월 '원고와 이씨 사이에 2009. 1. 1.부터 2017. 6. 29.까지 사실혼 관계가 존재하였음을 확인한다'라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공무원연금법 3조 1항 2호에서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배우자'도 유족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고, 이는 사실상 혼인생활을 하여 혼인의 실체는 갖추고 있으면서도 혼인신고가 없기 때문에 법률상 혼인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사실상 배우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로 볼 것인 바, 만약 사실상 배우자 외에 법률상 배우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법률상 배우자 사이에 이혼의사가 합치되어 법률혼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고 사실상 혼인관계가 해소되어 법률상 이혼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상의 배우자가 유족으로서 연금수급권을 가지고, 사실상 배우자는 위 법에 의한 유족으로 보호받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재판부는 또 2월 7일 소령으로 전역한 후 퇴역연금을 수급해오다가 2013년 12월 사망한 D(사망 당시 77세)씨의 사실혼 배우자인 C씨가 "유족연금 지급불가 결정을 취소하라"며 국군재정관리단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9구합61717)에서 C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1967년경부터 D씨와 동거하며 3명의 자녀를 둔 C씨는 D씨가 2013년 12월 사망하고, 이어 D씨의 법률상 배우자도 약 5년 후인 2018년 2월경 사망하자 국군재정관리단에 유족연금의 지급을 청구했으나, 'D씨의 사망 당시 법률상 배우자가 유족으로서 연금수급권을 가지므로, 사실상의 배우자인 C씨는 유족연금 수급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D씨와 법률상 배우자 사이에도 3명의 자녀가 있으며, 원고와 D씨 사이의 자녀 3명도 D씨와 법률상 배우자 사이의 자녀로 출생신고되어 가족관계증명서에 기록되었다.

재판부는 "원고는 D씨가 군인으로 복무하고 있어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하여 호적정리를 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나, D씨가 1978. 3. 31. 전역한 후에도 사망 전까지 약 35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법률상 배우자와 이혼 절차를 진행하려 하였던 사정을 찾아볼 수 없고, D씨가 사망한 후 법률상 배우자가 원고에게 유족연금을 신청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2014. 1. 배우자로서 유족연금을 청구하여 수급받았음에도, 원고는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가 법률상 배우자가 사망한 후인 2018. 8. 20.에서야 피고에게 유족연금 지급을 청구하였다"고 지적하고, "D씨와 법률상 배우자 사이의 이혼의사가 합치되는 등 법률상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해소되기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는 것.

재판부에 따르면, D씨는 법률상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의 결혼식 등 경조사에 참석한 바 있고, 법률상 배우자와 그  자녀들은 D씨 사망 당시 장례절차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재판부는 또 대법원 판결(2010두27264 판결 등)을 인용, "법률혼주의 및 중혼금지 원칙을 대전제로 하고 있는 우리 가족법 체계를 고려하여 보면, 군인연금법 3조 1항 4호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를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배우자에 포함하고 있는 취지는, 사실상 혼인생활을 하여 혼인의 실체는 갖추고 있으면서도 단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상 혼인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그 사실상 배우자를 보호하려는 것이지, 법률혼 관계와 경합하고 있는 사실상의 동거관계를 보호하려는 것은 아니고, 만약 사실상 배우자 외에 법률상 배우자가 따로 있는 경우라면 이혼의사가 합치되었는데도 형식상의 절차미비 등으로 법률혼이 남아 있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사실상 배우자와의 관계는 군인연금법상의 '사실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군인연금법 3조 1항 4호는 "유족이란 군인 또는 군인이었던 사람의 사망 당시 그가 부양하고 있던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가목에서 배우자를 규정하고,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사람을 포함하며, 퇴직 후 61세 이후에 혼인한 배우자는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