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명의신탁 받은 부동산 안 돌려줘도 횡령 무죄"
[부동산] "명의신탁 받은 부동산 안 돌려줘도 횡령 무죄"
  • 기사출고 2020.03.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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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타인 재물 보관하는 자 아니야"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 받은 부동산의 반환을 거부해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미리 부장판사)는 2월 7일 명의신탁 받은 부동산 지분의 반환을 거부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로 기소된 명의수탁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9고합511). 

A씨는 B씨와 직장동료로 지내면서 밀접한 친분관계를 유지하던 중 2007년경 B씨의 부모가 각각 3분의 1씩 소유하고 있던 서울 광진구에 있는 토지와 지상 건물에 관하여 B씨의 부모와 명의신탁 계약을 체결, B씨의 부모가 사망하면 그 상속인들에게 소유명의를 돌려주기로 약정하고 자신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했다. 이후 B씨의 부모가 사망하면서 그들의 상속인인 B씨 등이 A씨에게 명의신탁 받은 부동산의 2/3 지분을 돌려달라고 했으나 A씨가 2019년 6월 초순경까지 반환을 거부, 검찰이 A씨를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이 부동산의 3분의 2 지분의 시가는 5억 6300여만원이다.

재판부는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야 하고,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 기타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사용대차 · 임대차 · 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 · 관습 · 조리 · 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된다"고 전제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의 근거가 되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인데도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 · 관습 · 조리 · 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 전원합의체 2014도6992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할 뿐만 아니라 이를 원인으로 한 부동산 물권변동도 무효로 하고 있다. 또 명의신탁약정에 의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다.

재팬부는 이어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사법적으로 무효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부동신실명법 위반의 형사범죄까지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불과한 양자간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에 기초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부동산 등기명의에 관한 위탁관계 내지 그 사이에 존재한다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할 것이고, 따라서 이 경우 명의수탁자 역시 이를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그렇다면 피고인이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B씨의 부모로부터 부동산 지분을 명의신탁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가 B씨의 부모 또는 그 상속인인 피해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부모의 상속인으로서 위 부동산 지분에 대한 정당한 법률상의 소유자인 피해자들에게 그 각 부동산 지분의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민사법적인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이 경우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상대로 물권적 방해배제청구 등의 민사법적 방법을 통하여 그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음은 별론,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를 형사법적인 횡령범죄로 의율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A씨의 횡령 혐의는 무죄라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